• 원전으로 탄소중립 가능한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082, 2022.02.10 15:09:44
  • 탈원전 담론의 변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수년 만에 치러진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야당 후보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원전의 축소를 지지했다. 특히 신규 원전을 추가로 짓는 것에는 모두 반대하였다. 이는 당시 대부분의 시민이 위험한 원전을 거부하는 것에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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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공약을 보면 당선 가능한 후보들이 지난 선거만큼 탈원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간 점진적이나마 탈원전을 추진했던 현 여당에서 공천한 후보도 부지 조성이 되어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논의를 해보자는 선으로 후퇴했고, <그림1>의 야당을 계승한 주요 야당 후보는 ‘탈원전은 재앙이다2)’ 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원전의 폐쇄 혹은 감축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중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만 유독 원전이 아니면 탄소중립이 불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원전에 대한 태도가 주요 정당에서 상당히 변화한 만큼 재생에너지에 전념하지 않고 과연 원전을 통해 탄소중립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2030 계획의 중요성

     

    파리협정 등 기후위기 해결을 향한 국제적 노력과 압력이 증가하면서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상향하여 약속했고3), 2050년 탄소중립안을 제시하였다. 2050년 탄소중립안과 별도로 2030년 감축계획이 왜 중요할까?

     

    지구온도 변화가 심각한 것은 온도상승에 따른 피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온도가 일정 이상 오르면 인간의 노력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는 지점, 즉 기후급변점(tipping poin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북극 빙하가 다 녹으면 북극해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해 북극 주변 온도를 더 올리고, 그 올라간 온도로 인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대기온도는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인간의 어떤 노력을 해도 이전의 온도로 되돌릴 수 없을 수 있다. 이런 급변점 이하로 지구온도 상승을 막을 필요가 있다.

     

    2050년 탄소중립화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2050년까지 지구온도가 급변점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기에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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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변점은 1.5~2.0℃ 사이에 존재할 것으로 계산되었다. 되도록 빨리 감축하는 시나리오일 때 급변점을 회피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2030년까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도 기존 NDC안이었던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40%로 상향 약속하였다.

     

    원전건설이 2030년 감축에 도움을 주는가?

     

    우선 추가 원전건설이 2030년 감축계획에 도움을 주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바로 원전을 짓기 시작하면 언제 여기에서 생산된 전기가 전력망에 연결이 될까? 현재로서 바로 원전을 지을 정도로 부지가 확보된 것은 신한울 3∙4호기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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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2>에서와 같이 원전의 건설기간은 계속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후쿠시만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시민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테스트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마지막 신고리 4호기는 11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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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는 건설허가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상업운전허가가 나지 않고 있고, 심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고리 5∙6호기는 언제 상업운전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위의 예를 보아서도 당장 새로운 원전을 짓기 시작하더라도 2030년 감축계획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규 원전을 짓는 대신에 그 자금으로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짓는다면 1~2년 안에 전력망에 투입할 수 있다. 원전은 탄소감축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2050년 탄소중립안과 원전

     

    2050년 탄소중립에 원전이 유의미하게 공헌을 할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2050년 전력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탄소중립화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전력에서 얻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를 직접 사용하거나 그 전기를 이용하여 만든 수소, 암모니아, 탄화수소 등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2050년 탄소중립화 방안에는 탄소-포집∙이용∙매립(CCUS)과 수소 수입 등이 계획되어 있지만 가장 많은 부분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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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는 편의상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A안을 사용하기로 한다. 2050년 필요 발전량은 2020년 발전량 552.162 TWh4)의 2.28배로 늘어난다.

     

    한편 현재 야당 후보들이 2050년 총 전력량의 30~35%5)를 원전으로 충당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편의상 35%로 가정하고 2050년까지 지어야 할 원전의 용량과 숫자를 알아보기로 한다. 원전의 이용률을 80%로 가정하면 2050년에 필요한 원전의 용량은 62.8GW이다. 현재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원전 중에 2050년까지 가동하고 있을 원전은 신고리 3∙4∙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 총 6기이다. 각 1.4GW 용량의 이들 원전을 빼면 54.4GW 용량의 원전을 새로이 건설해야 한다. 이 용량은 현재 짓고 있는 원전인 APR1400을 40기 정도 더 지어야 하는 막대한 양이다.

    40기의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을 짓는데 가장 큰 장애 요소는 현지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전사고 이후 민주주의 국가에서 원전을 짓지 못한 가장 큰 이유도 이런 주민수용성 문제 때문이었다. 사고에 따른 치명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도 경관, 환경파괴, 수입감소 등을 이유로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로 주민수용성은 이제 전력시설 건설 여부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원전은 이러한 주민수용성은 말할 것도 없고 원전 자체의 안전성을 담보할 부지를 확보하는 데에 다른 발전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전 부지에 필요한 조건을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곳

    2) 대규모 주거지와 충분히 떨어져 있는 곳

    3) 대량의 냉각수를 확보할 수 있는 곳 –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고 상시 바닷물이 존재하는 해안

    4) 연안어업, 양식업, 갯벌 채취어업이 발전해 있지 않은 곳

    5) 관광산업이 발전해 있지 않은 곳

    6) 안정된 암반구조가 존재하는 곳

     

    이 조건대로 하면 인구가 밀집해 있거나 각종 어업이 발전한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원전을 지을 곳이 없다. 영광원자력발전소 인근은 풍속이 강해 어업이 발전해 있지 않았었고 드물게 암벽해안 지대라서 서해안에서 비교적 냉각수 확보가 용이한 지역이라 선정되었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이 지역을 선택했다면 주민들의 반대로 선정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원전이 분포하고 있는 고리와 월성은 각각 부산과 울산에 가깝고 활성단층 지대라서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원전에 적합한 부지가 아니다. 위의 기준으로 본다면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는 경북 영덕에서 강원도 삼척에 이르는 수십 km의 암벽해안 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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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덕의 남쪽 지역은 대도시와 인접해 있고 모래해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광업이 발전해 있어 부지로 사용하기 힘들고 삼척 북쪽의 모래해변은 이름 높은 관광지라서 원전부지로 상상할 수 없는 곳이다.

     

    이 중 삼척 원전부지는 주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두 번이나 원전부지로 지정되었다가 주민들의 힘든 싸움 끝에 원전부지에서 해제되었던 터라 다시 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명 간에 동해안철로와 동해안고속도로 평택-삼척고속도로가 개통될 예정인 만큼 주민들의 관광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서 부지 지정이 더욱더 어려울 것이다.

     

    울진 원전부지에는 6기가 가동 중이고 2기 건설 중이며 현재 부지가 확보되었지만 중단된 2기의 부지가 있다. 좁은 지역에 10기의 원전이 몰려있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찾기 힘들다. 이 자체가 이미 안전성에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여기에 추가 원전을 짓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영덕의 원전부지는 현 정부의 탈원전 계획과 함께 신규 원전건설이 중지되자 주민들의 청원으로 원전부지에서 해제되었다. 이 원전부지를 재지정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고준위 원전 폐기물, 즉 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분장 건설이 주민수용성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현 원전부지에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처분장을 지으려 하는 것도 현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 임시처분장이 사실상 영구처분장이 되면 원전을 폐로한다고 하더라도 이 지역이 원전지구에서 해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6). 이런 상황에서 주민 청원으로 해제된 부지를 재지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원전 찬성론자들의 말에 따라 원전을 지으려 해도 2050년 탄소중립화 계획에 맞게 40여 기의 원전을 지을 곳이 없다. 

     

    소형모듈원전(SMR)이 대안인가?

     

    전통적인 가압경수로는 오랜 건설 기간과 부지 부족으로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안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증명하였다. 원전 찬성론자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을 많은 곳이 많은 숫자로 짓겠다는 제안을 했다. 

     

    소형원전이란 전기출력이 0.3GW 이하인 원전을 의미한다. 이 중 소형모듈원전은 노심, 가압기, 증기발생기, 펌프 등의 원자로계통이 일체화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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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는 가압경수로를 기반으로 원자력원구원이 2011년 설계한 SMR로 0.11GW의 전기출력을 지닌다. 최근 SMR 담론이 활발해지자 피동안전규격을 지닌 새로운 SMR인 0.17GW 전기출력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가 제안되었다7). SMR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라서 통상 원전을 대체한다면, 2050년까지 35% 전력수요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320기의 i-SMR을 건설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경제적이고 안전하며 실현 가능한 일일까?

     

    SMR은 경제적인가?

     

    지금까지 소형원전 혹은 SMR이 통상적인 전력망에 연결되어 서비스된 적은 없다. 원격지 전기공급과 쇄빙선 등 특수목적 혹은 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군사적 목적 이외에는 사용된 적이 없다.  따라서 경제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적인 원전건설의 예를 보면 원전의 경제성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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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우리나라 원전의 산 역사인 고리 원전을 보면 지속해서 원전 용량을 키워왔음을 알 수 있다. 원전 기당 들어가는 안전 비용이 증가하면서 원전을 대형화하여 경제성을 확보해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영국의 원전건설 역사에 있다. 기초기술이 발전해 있던 영국은 더욱 안전한 가스냉각로(GCR)를 개발해 보급했다. 쉽게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물의 특성상 경수로는 높은 압력으로 물의 기화를 막아 냉각, 열교환을 수행한다. 물은 중성자 감속과 원자로 냉각을 동시에 할 수 있고 높은 잠열로 열교환 효율이 높아 경제성이 높고 대형화에 유리하다. 대신 사고가 나면 높은 압력의 액체 물이 일시적으로 기화되어 누출되거나 폭발하여 대형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이 그 어느 원자로 방식보다 높다. 영국이 더욱 안전한 이 가스냉각로의 용량을 지속해서 증가시켰지만 결국 1GW를 쉽게 넘을 수 있는 가압경수로에 밀려 개발 및 건설이 중지되었고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지금은 대부분 폐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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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에서와 같이 현재의 대형 신규 가압경수로도 이미 발전단가에서 그 어느 발전원보다 비싼 발전소가 되었다. 위의 역사적 증거로 SMR이 대형 가압경수로보다 경제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태양광, 풍력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 원전보다도 비싼 SMR을 지을 이유가 있을까?

     

    SMR은 안전한가? 지을 곳은 있는가?

     

    SMR이 크기가 작아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전은 계속 대형화해왔기 때문이다. 작아서 안전하다면 지금의 대형 원전은 모두 폐쇄해야 할 것이다. 

     

    일체형이라서 안전할까? <그림 4>의 원자로계통의 핵심 부품들이 외부에 조립되어 있을 때보다 원자로 안에 한꺼번에 설치된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이러한 부품이 고장났을 때 원자로 내부라서 쉽게 접근할 수 없어 경우에 따라 원자로를 폐기할 수밖에 없게 만들 수 있다.

     

    i-SMR은 4기의 원자로가 한 기의 원전을 이루도록 클러스터링(clustering)되어 있다. SMR 모듈을 제외한 냉각수, 발전계통, 원전 제어 등은 공유할 것이기 때문에 같은 용량(0.17x4=0.68GW)의 대형원전보다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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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큰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 관리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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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7>의 사용후핵연료 안의 방사성 물질을 보면 가장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239가 가장 많이 들어있고 반감기도 24,000년으로 매우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 Pu239는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을 만들기에 적합한 물질이기도 해서 도난이나 분실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되면 이 Pu-239가 자연상태의 방사성을 띨 정도로 변환되었을 때 관리를 해제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약 100,000년이다. 

     

    클러스터형 i-SMR이라 하더라도 80기의 원전을 건설해야 2050년 35%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영구처분장이 건설되지 않는 한 80여 곳이 사용후핵연료 관리로 수만 년 간 묶여 있어야 한다. 영구처분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사용후핵연료를 이곳으로 옮기는 작업 또한 위험한 일이다.

     

    단 한 곳의 대형원전의 부지도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형원전에 준하는 클러스터형 i-SMR의 원전부지 80여 곳을 확보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SMR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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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그림 8>의 i-SMR의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아직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원자로의 개발을 8년 만에 끝나고 곧장 상업로를 짓겠다는 플랜이다. 이 계획대로 개발이 되더라도 SMR은 2030년 NDC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 문제점 해결, 상업로에 대한 테스트와 허가, 안정성 확보에 최소 10년은 더 걸릴 것이다. 비교적 순조롭게 개발과 건설이 진행될 경우 SMR이 본격적으로 전력망에 들어오는 것은 2040년 이후가 될 것이다. 2040년은 독일을 위시한 대부분의 서구와 미국이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전환을 끝낸 후일 것이다. 그때 새로운 유형의 원전을 국토의 80여 곳에 짓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일 것이다.

     

    차세대 SMR은 가능하며 탄소중립에 도움을 줄까?

     

    i-SMR이 가압경수로인 한, 이 원자로가 지닌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본질적으로 위험한 초고압의 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고 있고 방사성 폐기물 특히 사용후핵연료를 다량으로 배출한다. 원전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원전을 짓는다면 우라늄 광물의 고갈과 가격 앙등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국가가 원전을 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제시한 것이 액체금속냉각 고속중성자로이다. 액체 소듐 혹은 액체 납으로 냉각하고 고농축의 플루토늄을 연료를 사용하여 고속의 중성자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플루토늄 주변의 비핵분열성(fertile) 우라늄을 핵분열성(fissile) 플루토늄으로 변환시키는 원자로이다. 핵연료가 원자로 가동 중에 증식되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가 기존 가압경수로보다 매우 적게 나오고 지구상에 매장된 우라늄만으로도 수천 년 에너지의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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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핵연료 구조에서 Inner Core Fuel은 Pu239 등 핵분열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Outer Core Fuel은 U238 등 비핵분열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고농축 Pu239가 고속중성자에 의해 연쇄반응이 일어나면 다량의 에너지가 방출되고 동시에 이 고속중성자에 의해 U238이 Pu239로 변환되어 새로운 핵연료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되어 있다. 기존 가압경수로가 천연 우라늄에 들어 있는 0.7%의 핵분열성 U235만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고속중성자로는 99.3%를 차지하는 비핵분열성 U238까지 연료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경수로보다 100배 이상 높고 그만큼 적게 핵폐기물을 배출한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소듐냉각고속로는 1950년대부터 개발을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프랑스가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일본이 몬주라는 이름의 원전을 건설하였으나 소듐의 누출로 가동정지하여 폐로도 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 단지 러시아에 한 기가 가동되고 있을 뿐이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이 원자로 가동을 위해 고농축 플루토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핵무기 확산의 우려가 커질 것이다. 인도, 북한 등 여러 나라가 이 기술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핵무기용 고품위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사용후핵연료를 월성 중수로로부터 다량 확보한 남한은 국제적으로 특히 미국에게 요주의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은 남한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이를 해제할 움직임도 없다. 아마도 한반도가 완전 비핵화되고 월성 중수로 사용후핵연료가 외부로 반출되지 않는 한 남한의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남한에서 일부 인사들이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재처리를 허용할 가능성은 더욱더 없다.

     

    재처리를 허용한 프랑스나 일본도 아직 상업로로서 실증하지 못한 기술이 소듐냉각고속로인데,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재처리가 불가능한 나라에서 SMR를 개발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설령 그 고농축 플루토늄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소듐냉각고속로의 기초기술 확보, 이에 기반한 SMR의 설계와 개발, 시험과 실증, 상업로의 건설과 안정성 확보에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상업로를 건설하고 수십 기를 대량으로 보급하려면 많은 고농축 플루토늄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여러 가지 어려운 가정이 성립해야 가능한 차세대 SMR이 전력원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될 시기는 잘해야 204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다. 이 시기는 이미 탄소중립을 거의 실현하고 있어야 할 때이다. 한번 설치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고 리파워링(Re-Powering)하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이 거의 끝나가고 있을 무렵에 차세대 SMR은 설령 다 개발되어 있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소듐냉각고속로도 핵분열연쇄반응이 일어나는 한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값싼 재생에너지를 굳이 대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전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해 과학적 비판은 차치하고도 사회경제적 요인만으로 탄소중립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함을 논증하였다. 원전은 건설기간이 길어 2030년 감축계획에 도움을 줄 수 없고, 한 마디로 엄격한 입지 조건과 낮은 주민수용성으로 신속한 건설이 어렵기 때문에 2050년 탄소중립화에도 이바지할 수 없다.

     

    한편 원전업계에서 돌파구로 생각하는 SMR은 낮은 경제성으로 통상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경쟁하기 힘들 것이다. SMR 또한 통상 원전과 같이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하는 한 주민수용성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개발 이후 상용화까지 10년이 넘게 걸려 2050년 탄소중립화 계획의 후반에나 전력망에 접속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탄소중립화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당이 지지하는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그러나 목소리 높은 특정 세력의 이익을 과도하게 대표하거나, 정당의 눈앞의 이익을 위해 기후위기,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등 인류 보편의 담론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롭게 부각된 원전 이슈가 원전의 안전과 주민수용성과 같은 과학기술적 혹은 사회경제적 사실에 기반한 토론으로 정리된다면, 탄소중립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전망을 사회적으로 구축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또한 농민과 어민 등 이해당사자와 그것이 환경과 풍광에 미치는 영향을 보는 일반 시민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이번 선거의 토론 과정이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이룰 방안들을 찾고 서로 합의하여 그 기반 하에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1) https://www.eugenefn.com/common/files/amail/20170420_B_eugene_1057.pdf

    2)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1127/110480576/1

    3) https://www.opm.go.kr/flexer/view.do?ftype=pdf&attachNo=110541

    4)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88&tblId=TX_38803_A026

    5)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25249.html

    https://m.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25869.html 

    6)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24941.html

    7)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2763

     

    김재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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