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과 원자폭탄은 쌍생아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830, 2019.01.30 11:50:19
  • 지난 세기에 미국 스리마일과 소련 체르노빌에서 겪은 원전 사고의 참상이 잊힐만하자 2011 후쿠시마에서 믿을 없는 대형 원전 사고를 발생했다. 사건들 이후 탈원전 바람이 거셌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 사회의 점진적 탈원전 시도를 거세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모인 IPCC마저 지난가을 1.5℃ 특별보고서에서 원전이 대안인 것처럼 발표했다.

    원전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이유가 사고의 위험 때문만일까? 흔히 원전은 다음과 같은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1)      초대형 사고 위험

    2)     핵폐기물 처리 보관

    3)      군사공격, 테러, 내부 사보타지로부터 물리적 방호

    4)      핵무기 확산

    사고 위험은 세번의 거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핵폐기물 문제는 10 방사성폐기물 처분 장소 문제로 우리 사회가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심각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미국의 9·11 뉴욕 테러는 우리가 생각할 없는 곳에서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보였다. 9·11 사태와 같이 대형 비행기가 연료를 가득 싣고 원전에 충돌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때 이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미국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가지 문제에 대한 고려로 인해 원전을 지으려는 국가가 거의 없어졌고, 원전 건설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경제성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을 제외하고는 선진 산업국가에서 원전을 지으려는 국가가 거의 없다.

    가지 문제를 다루기 이전에, 그리고 원전 세대와 형태별로 각기 위험성을 알아보기 이전에, 원전의 근본적인 문제인 핵무기 확산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은 인류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딛고 있는 행성 전체를 파괴할 있는 무기를 가진 () 지구에 탄생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은 1945년을 계기로 새로운 종이 되었다. 기후변화가 점차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는 문제라면, 핵무기는 인류를 언제든지 단시간 내에 멸종으로 이끌 있다. 하나만으로도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지니고 있는 근원적 위험성이 드러난다.

    원자력발전은 1950년대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슬로건으로 탄생했다. 그럼 원전이 평화와 친밀할까, 아니면 전쟁과 친밀할까?

    주지하듯이, 최초의 원자로는 미국 핵무기 개발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체르노빌 원전 형태와 유사한 흑연감속 경수냉각로에서 우라늄을 태워 플루토늄을 생산했다. 핵무기는 우라늄235 플루토늄239 만든다. 우라늄으로는 핵무기를 만들기 쉽지만, 우라늄235 농축하는 기술은 어렵고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미국이 1940년대 초중반 우라늄을 농축하는데 당시 미국 전력의 10% 정도를 사용했을 정도였다. 원자로의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239 추출하면 비용이 적게 들었다. 핵무기가 되려면 최소 임계질량의 핵물질이 필요한데, 플루토늄은 6kg 정도면 가능한 비해 우라늄은 10배가량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핵무기의 폭발력은 비슷하다. 플루토늄 핵무기를 제조하기는 다소 어렵지만, 여러모로 우라늄보다는 매력적인 물질이다. 그래서 핵무기를 몰래 제조하려는 많은 나라가 농축하지 않은 천연 우라늄만으로도 고순도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있는 흑연감속로(북한의 경우) 중수로(인도) 운용했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원자로에 증기발생기와 터빈만 설치하면 바로 원자력발전소가 된다. 이것만으로도 핵무기와 원전은 떼려야 없는 쌍생아와 같이 존재라는 것을 있다. 원전 자체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원자로 설계와 운용에 필요했던 막대한 자금에 기대어 탄생했다. 처음부터 원전 개발만 위해 원자로를 개발했다면, 민간 기업이 그토록 많은 자금을 투자할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전은 민간 시설이고 대규모로 많은 수를 지어야 하니 핵무기 생산용 원자로보다 훨씬 안전해야 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슬로건으로 각국에서 국가의 자금으로 많은 형태의 원자로가 실험되었다. 흑연감속로, 경수로, 중수로, 가스냉각로, 초고온가스로, 소듐냉각 고속증식로, 납냉각 고속증식로, 융용염 고속증식로 , 지금도 차세대 원전으로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원전 형태가 이때 이미 실험되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경수로가 채택되었다. 왜일까? 원전의 평화적 이용의 슬로건과는 다르게 당시 원전이 가장 필요했던 곳은 원자력잠수함(핵잠수함)이었다. 바닷속에서 수년간을 은밀하게 이동하면서 적의 심장부에 핵무기를 투사할 있는 비대칭 전력으로서 원자력잠수함은 비할 없는 강력한 무기였다. 원전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제안하고 설계한 가압경수로와 비등경수로가 최종 채택되었다. 경수(일반 ) 감속재이자 냉각재라서 설계와 제작이 쉬웠고,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할 있어 연료를 한번 장전하면 오랜 기간 사용할 있었다. 최선의 원자로는 아니었지만, 당시 기술로 구현할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원전과 같은 위험하고 거대한 기술은 개념화, 설계, 시험로, 실증로, 인허가 등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정의 대부분을 원자력잠수함 추진용으로 국가 자금을 받고 군대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미소 냉전의 독특한 군사적 대결 현장에서 위험한 원자로를 장착한 잠수함을 해군이 기꺼이 실험해 주었다. 다시 한번 원전과 전쟁의 깊은 연관을 읽을 있다.

    웨스팅하우스와 GE 잠수함 추진 원자로를 기반으로 개발한 원전이 각각 스리마일 사고를 일으킨 가압경수로와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비등경수로이다. 원전의 어떤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이런 사고를 일으킨 것일까? 물은 대기압에서 100℃ 끓지만 압력을 높이면 이상에서도 끓지 않는다. 원전은 아주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대기압 상태에서는 물이 기체(수증기)로만 존재하게 된다. 쉽게 기체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높은 압력을 가해 액체 상태로 유지하든지(가압경수로), 아주 높은 온도에서 기화하게(비등경수로) 해야 한다. 외부에서의 냉각이 조금이라는 차단되면 압력이 크게 올라가 폭발의 위험이 있고, 고압 냉각 파이프에 조그마한 균열만 있어도 압력수가 기화하면서 폭발적으로 누출되어 금방 냉각수가 소실될 위험이 있다. 번의 치명적 원전 사고가 물의 성질과 연관되어 있다. 가지 문제는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치명적 방사성물질의 누출을 막기 위해 핵연료를 지르코늄합금으로 덮어씌우는데, 고온에서 피복이 물과 반응하여 수소를 발생시키고 수소가 고압에서 누출하여 폭발한다. 번의 사고 모두 수소 폭발이 있었다.

     

    Figure 2-1.png

    그림 1: 가압경수로의 개념도.

     

    경수로가 원전의 대세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것이 핵무기 확산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때문이었다;

    1)      경수로 원료는 3~5% U235 농축이 필요한데,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한 나라는 농축우라늄을 공정하게 접근할 있게 했다. 핵연료를 통제할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반면 중수로는 천연 우라늄을 직접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2)     경수로 원료는 대략 18개월을 주기로 통째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통제하기 쉽다. 원전의 배출만 파악해도 핵연료 교체 가능성을 쉽게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수로는 핵연료를 거의 매일 조금씩 수시로 바꾸어 주어야 하므로, IAEA 요원이 현장에서 24시간 상주하지 않는 통제하기 힘들다.

    3)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서는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힘들다. 연료가 원자로에 오래 있을수록 Pu238, Pu240 방사성은 높은데 핵분열은 일어나지 않는 물질이 많이 생긴다. Pu238 방사성으로 핵무기 제작 작업을 어렵게 만들고, Pu240 자발적 중성자를 많이 배출하여 핵물질 대량 폭발을 어렵게 한다. 핵무기급 플루토늄은 Pu240 7% 이하로 함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경수로 사용후핵연료에는 Pu240 비율이 20% 넘어 핵무기를 만들기에는 부적합하다. 반면 중수로는 Pu240 함유 비율이 낮아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쉽게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얻을 있다.

     

    Figure 2-2.png

    그림 2: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물질 구성.

     

    그렇다고 경수로가 핵확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사용하는 핵연료가 어느 정도 농축된 우라늄이라서 핵무기급 우라늄으로 농축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많이 줄일 있다. 핵연료가 타기 전에 꺼내면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무기로 있는 고품위의 핵연료를 얻을 있다. 핵무기 1톤에 6kg 플루토늄239 들어있기 때문에, 핵연료 주기의 1/3 시점에서 꺼내면 2kg 얻을 있다. 경수로는 20톤의 핵연료를 장착한다. 1회분의 핵연료에서 40kg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이는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6 이상 만들 있는 분량이다. 북한이 포기를 조건으로 경수로 건설을 요청했지만, 경수로가 핵무기용으로 전용될 위험이 상존했던 셈이다.

    프랑스와 일본 원전이 많이 설치된 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때문에 재처리와 고속증식로에 관심을 두었다. 고속증식로는 사용후핵연료에 들어있는 플루토늄을 비롯한 초우라늄 핵분열물질을 태워 없애면서 발전을 있는 시설이다. 고속증식로를 사용하면 우라늄 핵연료의 잠재적 에너지 양이 경수로만 썼을 때보다 수십 올라가서 수백 이상 사용할 있는 핵연료를 확보할 있다. 그러나 원전은 20% 이르는 고농축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핵확산 우려가 아주 높다. 만약 핵연료가 경수로에서 출발하여 P238, P240 악티늄계열 물질의 혼합물을 핵연료로 사용한다면, 사용 핵연료로는 원자폭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고속중성자를 이용하여 U238 P239 변환시켜 주어, 핵연료에 들어있는 양보다 많은 핵분열물질을 얻을 있는 고속로의 사용후핵연료에서는 다량의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쉽게 추출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법적으로 금지했고, 고속로 개발에도 미온적이다.

    최근 토륨원자로 얘기가 많이 나온다. 토륨은 자체로 핵분열물질은 아니지만, 중성자를 흡수하면 핵분열물질인 U233 얻을 있다. 이때 같이 생산되는 U232 방사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완전 무인 환경에서 핵무기를 생산해야 하고 생산 후에도 지속해서 냉각 보관해야 해서 핵무기 물질로는 적합하지 않다. 토륨원자로로 주목을 받는 용융염 고속로는 U233 Th232 혼합해 핵분열을 일으키면 U233 핵분열하는 에너지로 발전을 하고 여분의 중성자가 Th232 U233으로 변환시켜 준다. 그래서 흔히 원자로에서는 핵확산 위험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방해하는 Pa233 중간물질을 실시간으로 걸려주어야 하는데, Pa233 따로 보관하면 순수한 U233으로 변환한다. 토륨 용융염 고속로도 핵확산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속기로 중성자를 보충하여 바로 토륨을 U233으로 변환시켜 핵연료로 사용하는 가속기로만 현재로서는 핵확산 위험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있지만, 원자로는 현재 개념만 있을 설계와 실험로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다음은 원전별 핵연료와 핵확산 위험성을 도표로 그린 것이다.

     

    1: 전 형태별 핵연료와 핵확산 리스크 정도

    Table2-1.png

    우리는 지금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로 전쟁의 위험과 민족 절멸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 불과 재작년만 해도 앞을 없었다. 작년에도 핵확산 문제로 미국이 이란과의 협정에서 탈퇴하여 세계는 다시 한번 핵확산 위험 속에 처하게 되었다. 핵무기와 원전은 쌍생아처럼 서로 의지하여 생존해왔다. 만약 핵무기로 원전을 공격하면 원전에 의해 생기는 사고에 의한 피해는 핵무기 피해를 넘어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원전 단지에 핵무기가 투하되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일부와 일본도 사람이 없는 땅이 있다. 핵무기와 원전은 죽음의 행진에서도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쌍생아인 셈이다.

    참고문헌

    https://indico.cern.ch/event/145296/contributions/1381141/attachments/136909/194258/lecture24.pdf

    http://www.world-nuclear.org/information-library/nuclear-fuel-cycle/conversion-enrichment-and-fabrication/fuel-fabrication.aspx

    Handbook of Generation IV Nuclear Reactors, Igor L. Pioro

    Learning form a Disaster, Improving Nuclear Safety and Security after Fukushima, Edward D. Blandford and Scott D. Sagan

    Nuclear Energy, what everyone needs to know, Charles D. Ferguson

    Generation 3 Nuclear Reactors, French-Slovak Summer School

    Wikipedia

    http://www.world-nuclear.org/information-library/nuclear-fuel-cycle/fuel-recycling/processing-of-used-nuclear-fuel.aspx

    https://slideplayer.com/slide/3236638/

    1979 Annual Report, USNRC

    후쿠시마 원전 사고 분석 (축약본),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 위원회

     

     

     

    원고료 후원.jpeg

     

     

엮인글 0 https://climateaction.re.kr/news01/175650/788/trackback

댓글 0 ...

위지윅 사용
번호
제목
닉네임
330 기후변화행동연구소 4289 2019.10.24
329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571 2019.10.24
328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987 2019.09.18
327 기후변화행동연구소 5987 2019.08.16
326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514 2019.07.17
325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792 2019.07.17
32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4732 2019.06.13
323 기후변화행동연구소 4197 2019.06.13
322 기후변화행동연구소 4360 2019.05.15
321 기후변화행동연구소 4755 2019.05.15
320 기후변화행동연구소 3304 2019.04.03
319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333 2019.04.03
318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771 2019.03.06
317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030 2019.03.06
316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764 2019.03.06
315 기후변화행동연구소 3078 2019.01.30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830 2019.01.30
313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143 2019.01.30
312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0603 2018.12.27
311 기후변화행동연구소 1847 2018.12.27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