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지금 사도 되나? ― 전기차의 공익과 편익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954, 2018.07.11 10:23:43
  • 산업혁명 이후 상품 중 인간의 생활에 자동차만큼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별로 없다. 이에 비견되는 것은 근래에 발명된 스마트폰 정도일 것이다. 원거리를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 자동차는 주거지 형태, 소비 패턴 등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라는 상품 자체가 하나의 삶의 기호, 소유자의 신분이나 위신을 드러내는 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다량으로 비효율적으로 태워 불과 수 명의 사람을 이동시키는 자동차는 또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요즘에는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비난받는다.


    장기에 걸쳐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당장 삶의 질과 건강을 악화시키는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으면 되겠지만, 오랜 기간 형성된 인간의 습속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전기자동차이다. 그렇다면, 이 순간에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 공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전기의 3분의 2 가량이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나오는데도, 전기차 이용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화석연료 발전에서 미세먼지가 나오는데도, 전기차 이용이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만약 거기에 도움에 된다면, 신차 구매 시에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에 전기자동차를 살 경우, 그 구매자에게 전기차가 재정적으로 이익이 될까, 아니면 손해일까? 전기차가 공익에는 부합하지만, 개인에게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쉽게 보급되기 힘들 것이다.


    필자는 경유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연비도 높고 연료비도 싸다. 경험치도 대체로 휘발유차와 비교하면 40% 정도 연료비가 절약된다. 하지만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지금, 전기차로 차를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또 이를 고려한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가 길어지고 충전소가 보강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에 몇 번 남해안 끝에 있는 고향을 다녀오는 필자로서는, 400km 정도의 최대 주행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충전 없이 편도 여행을 고향까지 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필자의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 충전 시설에 들어섰다.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구매를 위한 공익과 사익의 계산을 어떤 토대로 해야 할까? 일단 잣대가 같아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 발표된 현대자동차의 코나 모델을 선택했다. 같은 플랫폼에서 전기차, 휘발유차, 경유차를 동시에 생산한다. 구매자에게 같은 자동차 편익을 제공하면서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발생량에서 각기 다른 사양을 가진 이들 모델은 그 이용자들이 구매와 이용과정에서 들여야 할 비용 계산에서 같은 잣대를 제공해준다. 자동차 제원에 관한 기본 수치는 현대자동차 공식 제원을 참고하였다. 전기자동차 CO2 배출량과 차종별 미세먼지 발생량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주행 중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연구 등을 참고하여 계산하였다.

     


     PowerMix.png

    그림1: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전력 구성


    1:   실제 주행 시의 차종별 미세먼지 발생량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미세먼지(PM)

    총탄화수소(THC)

    탄화수소 및 질소산화물

    비메탄계탄화수소(NMHC)

     

    (g/km)

    (g/km)

    (g/km)

    (g/km)

    (g/km)

    (g/km)

    휘발유차

    0.04

    1.02

    0.66

    0.02

    0.07

    0.02

    경유차

    1.00

    0.11

    17.19

    0.02

    1.02

    0.02

    경유차/휘발유차

    24

    10

    26

    유사

    15

    유사


    2:   CO2 및 미세먼지 발생량 계산

    발전원

    원전

    재생에너지

    석탄

    가스

    배출량(g)

    비중(%, 2017)

    30.3

    6.2

    45.4

    16.9

    비중(%, 2030)

    23.9

    20.0

    36.1

    18.8

    CO2 배출량(g/kWh)

    0

    0

    910

    300

    평균배출량(2017)

    463.8

    평균배출량(2030)

    384.9

    km CO2 배출량
    (2017
    )

    82.83

    km CO2 배출량
    (2030
    )

    68.73

    PM배출량(g/kWh)

    0

    0

    0.14

    0.07

    km PM배출량
    (2017
    )

    0.013

    km PM배출량
    (2030
    )

    0.011

    가상 비중

    23.9

    20

    18.8

    36.1


    3:   코나 차종별 CO2 및 미세먼지 발생량

    휘발유차

    경유차

    전기차

    비고

    모델

    가솔린 1.6
    터보 7 DCT

    디젤 1.6
    ISG_7 DCT

    Electric
    (406 km)

     

    가격

    2225만원

    2420만원

    4850만원

    모던아트급

    연비 또는 전비
    (
    電比, 복합연비)

    12.6km/l

    16.5km/l

    5.6km/kWh

     

    CO2 배출량(2017)

    131g/km

    113g/km

    83g/km

     

    CO2 배출량(2030)

    131g/km

    113g/km

    69g/km

     

    미세먼지(PM10) 배출량(2017)

    0.07g/km

    1.02g/km

    0.013g/km

     

    미세먼지(PM10) 배출량(2030)

    0.07g/km

    1.02g/km

    0.011g/km

     


    위의 <2>에서 보듯이, 2017년 전력 구성에서 전기차의 CO2 발생은 휘발유차에 대해 37%, 경유차에 비해 27% 감축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고 석탄 발전이 감소하는 2030년에는 그 감축 비율이 더 증가하는데, 각각 47%, 3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세먼지 발생량은 놀랄 정도로 줄어든다. 내연기관 자동차, 특히 경유차가 퇴출당하고 전기차로 대체되면 대도시 미세먼지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공적 이익을 고려하면 전기차 구매의 명분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림1>과 같이 2030년에도 우리나라 발전 구성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여 CO2 배출량 감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발전 구성상 석탄과 천연가스 비중이 반대라면, kmCO2 배출량은 50g/km로 대폭 줄어든다. 우리가 화석연료 비중은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리면 이 배출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전기차 보급과 함께 석탄 발전 비중 감축,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만약 자가에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시설을 마련하여 이로부터 전기차를 충전한다면, 전기차 운행으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전기차가 사회에 이런 큰 공적 이익을 남긴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짧은 최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과 충분치 않은 충전소 등의 불편을 감수하고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게 하려면, 그 구매와 이용에 따른 편익이 존재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불이익은 없어야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가 내연기관 엔진보다 비싸고, 아직 대량 생산이 되지 않아 제조 단가도 높은 편이다. 이런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아래와 같이 구매 단계에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금뿐만 아니라, 등록세 등 구매에 관련된 세금을 면제하여 전기차 가격에 내연기관 자동차에 근접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기차는 휘발유차보다 535만원, 경유차보다 340만원 가량 비싸다. 만약 전기차 이용 과정에서 구매 단계에서 발생한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없다면, 합리적 소비자라면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4:   코나 차량 차종별 실구매 가격

    휘발유차

    경유차

    전기차

    비고

    모델

    가솔린 1.6
    터보 7 DCT

    디젤 1.6
    ISG_7 DCT

    Electric
    (406 km)

     

    가격

    2225만원

    2420만원

    4850만원

    모던아트급

    정부 지원금

     

     

    1200만원

     

    서울시 지원금

     

     

    500만원

     

    구매세금 면제

     

     

    390만원

     

    실구매가

    2615만원

    2810만원

    3150만원

     


    여기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로 이루어져 있어, 엔진, 변속 장치, 냉각계, 배기계,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 복잡한 기계장치를 가지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면 구조가 아주 간단하여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관리비가 적게 들어간다. 전기차의 가격 상승 요인은 배터리 가격이 비싸다는 점인데, 현재 국내 모 배터리 회사가 GM에 납품하는 가격이 약 145 달러/kWh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은 대략 1036 만원이다. 그런데 전기차가 휘발유차보다 무려 2625만원이 비싸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개발과 소량 생산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했거나,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비와 세금 면제분을 계산하여 역으로 가격에 반영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어 원가를 떨어뜨리고 가격을 낮추어 차량당 보조금을 줄임으로써 더욱 더 많은 차량이 보급될 수 있는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표와 같이 차종별 1년에 들어갈 비용을 추산하였다.

    5:   차종별 1년 비용 

    휘발유차

    경유차

    전기차

    비고

    모델

    가솔린 1.6

    디젤 1.6

    Electric
    (406 km)

     

    1년 주행거리

    12,885

    12,885

    12,885

     

    연비 또는 전비
    (
    電比, 복합연비)

    12.6
    km/l

    16.5
    km/l

    5.6
    km/kWh

     

    연료가(리터, kWh)

    1,600

    1,400

    123

     

    연료비

    1,636,127

    1,093,230

    281,963

     

    차량 세금

    224,000

    224,000

    130,000

     

    엔진오일

    100,000

    120,000

    0

    2

    변속기 오일

    60,000

    60,000

    0

    31

    기타 유지보수

    50,000

    50,000

     

     

    고속도로 통행료

    400,000

    400,000

    200,000

     

    1년 비용

    2,470,127

    1,947,230

    611,963

     

    전기차 대비 추가 비용

    1,858,164

    1,335,267

     

     


    1년 평균 주행거리는 비영업용 차량 평균 거리를 사용하였고, 필자도 1년에 대략 이 정도 주행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차에는 없는 냉각계, 배기계, 변속 장치, 각종 벨트류 등 복잡한 기계 장치가 있어 상대적으로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어간다. 교환주기가 알려진 엔진오일과 변속기 오일은 비용 추정이 가능하지만, 고장이 날 때 들어가는 기타 비용은 최소 고장을 가정하고 추정하였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필자의 사용 데이터를 이용하였다. 공공 주차장의 요금도 반액 할인하지만, 필자의 경우는 서울 시내에서의 이동은 대부분 대중 교통편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비용 절감은 이 계산에 집어넣지 않았다. 전기차의 충전 요금은 완속과 급속 충전을 각각 절반쯤 이용한다고 가정하고 그 평균값을 취하였다. 전기자동차의 안전성이 높고 부품 수가 적어 보험료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동등하거나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계산으로 휘발유차 대신에 전기차를 구매했을 경우, 구매 시의 가격 상승분을 약 2.88년 운행하면 상쇄할 수 있고, 경유차의 경우는 약 2.5년 만에 상쇄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전기차의 경우 차량을 폐차할 경우의 잔존가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폐차 시에 약 70% 정도의 충전 성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며, 이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가격을 받고 되팔 수 있을 것이다.


    결론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상당히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 화석연료 발전이 줄어들고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할수록 온실가스 감축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매우 적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대도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디젤 자동차를 퇴출하고 전기차를 보급해야 한다.

    • 전기차는 연료비 등 운행 과정에서의 비용은 내연기관자동차에 비해 3분의 1 혹은 4분의 1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자가 태양광 발전으로 충전한다면 연료비, 온실가스, 미세먼지 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

    • 현재의 전기차 가격과 보조금을 고려하면, 3년 이내의 운행으로 높은 전기차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

    • 현재의 전기차 가격 구조는 차량 제조 회사의 대량 생산, 원가 절감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강력한 산업 정책과 경쟁 체제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원가가 절감되고 가격이 내려가면 정부의 보조금은 더 많은 전기차 보급에 사용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및 문헌>

    산업통상자원부. (2017.12.29.).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https://www.hyundai.com/kr/ko/vehicles/kona/specifications

    https://www.hyundai.com/kr/ko/vehicles/kona-electric/specifications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426&tblId=DT_426001_N004#

    https://www.google.com/search?q=%EC%A0%84%EA%B8%B0%EC%B0%A8+%EC%B6%A9%EC%A0%84+%EC%9A%94%EA%B8%88&newwindow=1&rlz=1C2EJFA_enKR782KR782&tbm=isch&source=iu&ictx=1&fir=TpeRhPXdrPqHNM%253A%252CaL19zhWnxA7F2M%252C_&usg=__cIUz8yf-bMl-upBOday43xzgmxM%3D&sa=X&ved=0ahUKEwiTrKXNjfrbAhUDOJQKHVcNAS8Q9QEIKjAB#imgrc=gaQvAqHVfcRztM

    https://www.usatoday.com/story/money/business/2017/11/17/gm-thinks-cheaper-batteries-make-electric-cars-more-profitable/869372001/

    O’Driscoll, R., et al. (2018). Real world CO2 and NOX emissions from 149 Euro 5 and 6 diesel, gasoline and hybrid passenger car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621, 282290.


    김재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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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 thnm

    2018.07.13 10:22

    판매량이 적다는 아유만으로는 전기차 값이 비싼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울듯합니다.
    정부도 좀더 적극적으로 전기차사용을... 적어도 디젤자동차 사용중단을 홍보하고
    기업들은 지원금을 빌미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거 아닌지 우리가 관심을 갖어야한다고 봅니다.
    다른 모든 정부지원사업품들 가격책정이 이상한 것이 현실이기에 말입니다.
  • 이승수

    2018.07.17 11:5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전기차를 구매해야겠어요.

  • Ken Lim

    2018.07.30 14:41

    전기차의 실구매가격은 제조회사가.. 전기차 고객의 사용가치를 분석해서.. 보조금과 자기 회사 마진을 설계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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