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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7498, 2018.09.18 16: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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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이 더운 올해 여름날을 보면, 기후변화가 이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우리 삶을 위협하는 급박한 문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은 지금까지 우리 생활과 밀접하여 소비자 행동으로 바꿀 수 있는 분야인 발전과 교통 분야에 집중돼 왔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기차 수송으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또 향후 기존 방식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의 급박성으로 인해 교통과 발전 부분의 전환 가능성 이외에도 우리는 다른 온실가스 배출원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교통과 발전, 열 생산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40% 정도이고, 나머지는 농축산업, 산업 등에서 배출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농업 부문은 신화에, 산업 부문은 금기에 둘러싸여 제대로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다. 농업이 자연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농업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따라서 그것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다. 지난번 기획기사에서 농축산업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다룬 바 있다[1]. 경제성장을 금과옥조로 취급하여 산업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관해서는 너무 관대하거나 이에 관해 강력히 문제 제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다. 생산된 전기와 열도 산업 부문에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산업 부문이 사실상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산업 부문은 직접 배출 21%와, 산업용 수송 부문은 제외하고도 전기 및 열 사용으로 간접 배출 11% 등 모두 32%를 배출한다.
그림 1: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IPCC, 2014).
그림 2: 한국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그림 3: 한국 부문별 전력 사용 비중(출처: 한국전력공사. 2018년 한국전력통계.)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공정 8%, 산업 31%, 전력 부분에서 18% 등 총계로 대략 57%를 차지하여(그림 2),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이런데도 경제 성장이라는 신화와 금기에 눌려 이 부문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배출량 감축에 대한 압력이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에서도 다음의 문구로 그 금기를 깨지 못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조치로, 산업부문 감축률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고려하여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였다.”[2]
이번(2018년 7월)에 보완한 로드맵에서도 산업 부문 감축 비율이 20.5%로 다른 부분에 비해 비율이 적고, 이마저도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3].
우리나라는 왜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크고 감축하기 힘든 것일까?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이나 공업국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발전해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단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바는 우리가 경제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나 온실가스 배출 공정 산업이 다른 나라보다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산업별로 온실가스의 배출과 비중, 그리고 세계 평균과 우리나라의 비교를 해 보아야 한다[4].
표 1: 산업별 CO2 배출량 비중(한국 통계는 비금속광물·1차금속, 수송용 제외)
철과 알루미늄 제련 과정의 결정적인 차이는, 철은 산화철을 석탄의 탄소로 환원하여 철을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과정인 데 비해, 알루미늄은 여러 공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산화알루미늄을 전기분해하여 알루미늄을 생산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알루미늄 제련용의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 반해, 석탄을 구워 휘발성 성분을 제거한 코크스를 연료 및 환원제로 이용하는 철 생산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방법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철 제련 과정의 화학식을 간략하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6C (코크스의 탄소) + 3O2 = 6CO (일산화탄소)
2Fe2O3 (철광석) + 6CO = 4Fe (철) + 6CO2 (이산화탄소)
한편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석회석의 분해 과정은 다음과 같다.
CaCO3 (석회석) = CaO (생석회) + CO2
철강 산업이 시멘트 산업보다 단위 에너지 당 온실가스 배출 비율이 적은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철강은 탄소 환원법으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산된 철이 고철로 수거될 때 이를 전기로 녹여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공정상에서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고 연료로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전기로 생산 비중은 전체 철강 생산량에서 30% 정도를 차지한다.
표 2: 온실가스 배출 상위업체
표 1의 통계와 일관되게 고로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압도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고로 및 전기로 업체인 현대제철이 뒤를 잇고 있다. 시멘트업체와 정유-화공업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동일 매출액을 올리는데, 철강업체와 시멘트업체가 삼성전자와 같은 전자업체에 비해 매우 비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향후 산업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현대제철이 높은 전기로 철강 생산 비중으로 인해 포스코보다 전기 사용량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위 매출액당 전기 사용량도 몇몇 특수한 업체를 제외하고는 다른 제조업체보다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현대제철 한 회사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열차 운행에 사용하는 전체 전기보다 5배 이상이라는 사실은, 온실가스 감축이 단순히 소비자 행동의 변화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거시경제 차원에서 국가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함을 뜻한다.
표 3: 2015년 전기사용 상위업체
위의 분석으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고 또 몇 가지 권고를 할 수 있다.
한국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나치게 많다. 그 이유는 정유, 화학,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혹은 온실가스 다량 배출 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낮은 에너지 소비, 낮은 온실가스 배출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고 에너지를 과다 소비하는 철강과 시멘트 산업은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탄소 포집 혹은 탄소 흡수 기술 개발을 촉진하거나 탄소 저배출 재료의 사용을 유도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이다.
전기에너지를 과다 소비하는 전기로와 같은 산업은 재생에너지의 의무사용 비율을 높이거나, 재생에너지 생산 비율이 높은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김재삼 전문위원
[1]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4777, 벼농사와 온실가스, 그리고 대안
[2] http://www.ggec.or.kr/data_file/down/%EA%B8%B0%ED%9B%84%EB%B3%80%ED%99%94%EB%8C%80%EC%9D%91%20%EA%B8%B0%EB%B3%B8%EA%B3%84%ED%9A%8D%20%EB%B0%8F%202030%20%EA%B5%AD%EA%B0%80%EC%98%A8%EC%8B%A4%EA%B0%80%EC%8A%A4%20%EA%B0%90%EC%B6%95%20%EA%B8%B0%EB%B3%B8%20%EB%A1%9C%EB%93%9C%EB%A7%B5(12.6).hwp,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 로드맵 보도자료(2016년 12월)
[3]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document_srl=175132, 수정 보완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 탄소 자물쇠에 묶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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