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여름? 헝클어지는 자연의 시간표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5783, 2016.05.18 11:52:49
  • 지구의 계절 시계가 망가지고 있다.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기후변화로 세계에서 관찰되고 있는 계절의 변화와 그에 따른 생태계 영향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 아래에서는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 최근호에 실린 프랑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는 40년 전에 비해 10일 가량 앞당겨졌다. 1960년대 초에는 여름이 4월 10일경에 시작되었지만 2010년에는 3월 30일에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일찍 찾아오는 여름의 여파로 프랑스의 포도나무, 스위스의 체리나무, 영국의 여름 꽃들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들의 발아 및 개화 시기도 앞당겨졌다.  

    클리마-여름.jpg

    연구자들은 유럽에서 계절 시계가 고장 난 이유로 반세기가 넘는 동안 대기에 축적된 온실가스를 지목하고 있다. 동유럽의 겨울철 눈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대륙의 찬 공기 순환이 억제됨에 따라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이른 시기에 여름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Climatology’에 실린 또 다른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48년 이래 봄과 여름이 매 십년마다 1.5일 정도 빨리 찾아왔다. 반면 가을과 겨울의 시작은 더 늦춰졌다. 변화 양상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멕시코 만과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매 10년마다 여름이 3일 정도 앞당겨져 그 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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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도 기온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 1951년부터 2000년 사이에 여름이 6일 정도 빨리 시작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겨울철은 11일 정도 줄어들었다.

    봄과 여름이 앞당겨져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할 수 있거나 얼었던 땅이 빨리 녹는 것은 기후변화의 긍정적인 면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리고 10일 정도 여름이 앞당겨진 것쯤은 사소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자연생태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계절 시계가 어긋나게 되면 개화 시기가 달라져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들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예다. 

    새들의 생태 역시 계절성의 변화를 알리는 지표 중 하나이다. 개똥지빠귀, 굴뚝새 등 새들의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지구온난화는 유럽 및 북미지역에 살고 있는 새들의 서식지에 영향을 주었다. 예컨대 Cassin's kingbird(Tyrannus vociferans)는 과거에는 미 서남부에 서식했지만, 현재는 콜로라도와 와이오밍까지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 

    반면 이들 지역보다 고위도에 서식하는 캐나다솔새(Cardellina canadensis)가 둥지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습지들은 말라가고 있으며, 흰목참새(Zonotrichia albicollis)의 북부 번식지 또한 줄어들고 있다. 미국울새(Turdus migratorius) 등 또한 루이지애나 주와 같은 온화한 기후의 남부 지역에서 개체수가 줄어드는 반면, 다코타 주에서는 그 수가 늘고 있다. 

    canada warbler.jpg
    (c) Jeremy Meyer

    연구자들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과 북미 대륙에 서식하는 새 500종 이상의 개체수와 기후 기록을 비교해 서식 범위가 줄어든 종과 늘어난 종들의 그룹을 분류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서식 범위의 변화는 벌과 나비 등 다른 동식물들에서도 관찰된다.

    수생태계도 다르지 않다. 에스토니아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계절 시계의 혼란은 호소생태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찾아온 폭염은 봄에 관찰되는 호수의 물 순환(호수 표층과 바닥의 물이 교환되면서 산소가 호수 바닥까지 전달되는 과정)을 저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순환을 통한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물고기의 집단 폐사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어민들의 생계와 관광 수입에 타격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나비의 서식지가 북상하는 등 자연이 짜놓은 시간표가 헝클어지고 있다. 따뜻한 봄 날씨를 좀 더 일찍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봄은 ‘침묵의 봄’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박선향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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