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CA 칼럼: 메타버스 기후임시정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04, 2021.12.29 15:24:03
  • 대한민국의 차기 정부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사회를 추구하는 기후 정부가 될 것인가? 대통령 선거 시기에 접어든 각 후보는 모두 탄소중립을 말한다. 그러나 다음 정부 역시 기후 정부와는 거리가 먼 그린워싱 정부가 될까 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한편으로는 탄소중립을 얘기하면서도 내세우는 정책의 전체적인 기조를 보면 기후위기 대응이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개발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탄소중립은 여전히 개발과 성장의 주요 상품 속에 덤으로 끼워파는 소품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선 후에도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기후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민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20대 대선에서 그려보는 기후정부

     

    대선은 국가 전체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번 대선으로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의 기후정책이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이번 대선이 기후대선이 되어야 하고, 기후공약이 차기 정부 국정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유력 대선주자들의 캠프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별도의 활동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도 한다.

     

    기후환경 분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기구인 기후위기 비상행동 역시 대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최근 20대 기후대선을 위한 정책 경연대회를 열어 대선을 위한 10가지 정책을 도출하였다.

     

    1-Table01.png

     

    정의당과 녹색당을 비롯한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은 기후대선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대선과 지방선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으로 기후후보를 세울 것으로 활동방향으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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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이 주축을 이뤄 활동하는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활동으로 후보 없는 대선캠프 활동(모두의 기후정치)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선후보들의 기후공약을 비교하고,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기후정치 비전 검증고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선 정국에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진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기후행동들은 다음 정부의 기후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의 주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기후대선 후보나 대선 공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은 사실 차기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는 기후정부가 될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차기 정부뿐 아니라, 기존 정치권 자체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아무리 이어진다고 해도, 현재의 경제시스템과 산업구조에 대한 과감한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기후중립사회로의 전환은 극히 어렵다. 그래서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이 체제 전환을 이야기한다. 기후가 바뀌고 있는 현실을 바꾸려면 반드시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어떤 체제를 만들어야 할까,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체제 전환을 해야 할까? 

     

    70~80년대에 체제 전환을 추구했던 운동들처럼 기존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혁명을 해야 할까?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의 운동들은 러시아 혁명과 같은 사회주의나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운동을 체제 전환의 구체적인 모델로 삼기도 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체제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체제 전환만이 진정한 기후 해법이라고 본다면, 우리가 어떤 체제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내야 한다. 단순히 담론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기후위기에 맞설 범국가 기구’라는 막연한 제안 수준이어서도 안 된다. 기후중립사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이고, 그때의 정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미래상과 목표가 분명해야 그를 위한 행동들도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체제 전환을 주창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의 발표에서는 새로운 체제에 대한 분명한 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체제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새로운 사회체제와 기후정부를 아무리 강조하여 얘기하더라도, 이에 대한 분명한 구상과 이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없다면 선도적인 기후행동은 소수의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치부되기 쉽다. 기존 체제에 대한 소수의 분노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 새로운 체제를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준비를 하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새로운 체제에 대한 청사진을 설계하고, 그 체제를 책임질 주도자들을 키워야 한다.

     

    과거에 체제 전환을 꿈꾸는 것은 현 체제에 대한 부정 속에서 가능했다. 기존 체제와는 공존할 수 없는 비합법적인 활동이 주가 되었다. 식민지 시대에 해방을 꿈꾸기 위해서는 망명지에서 임시정부를 만들고 무력투쟁을 해야 했다. 독재정부 치하에서는 정부의 눈을 피해 비밀 조직을 만들어서 활동해야 했다. 그들이 꾸리려 노력했던 새로운 체제는 기존 체제와 양립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체제도 그러한 방식으로 꾸려가야 하는 걸까? 

     

    21세기에 진행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체제로의 전환은 과거의 체제 전환 운동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기후해법으로서의 체제 전환은 냉전 시대의 체제 전환과 같은 대결 구도하에서의 양자택일적인 체제로의 전환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이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지금은 과거보다 발전한 사회경제적, 기술적 수단들을 이용해 현존 체제를 부정하지 않고도 새로운 체제를 구상하고 추구할 수 있다. 과거의 임시정부나 망명정부는 기존 정부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도피하거나 지하에 숨어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21세기 메타버스 세상에 살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우리는 원하는 방식의 삶을 직접 설계하고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새로운 체제, 미래의 꿈일 뿐이라고 밀쳐둘 수는 없다 

     

    IT기술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제 가상현실에서 여러 가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자기만의 방을 떠나지 않고도 온갖 경험을 할 수 있다. 맘만 먹으면 제2의 인생, 제3의 인생을 동시에 살 수 있다. 가상세계에서 부동산투자도 할 수 있고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들을 사고팔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몇 가지 인생을 동시에 살아가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이 서로 전혀 다른 세상을 꾸리고 살아가기도 한다.

     

    더 이상 사람들은 하나의 공동체에서만 살 필요가 없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메타(페이스북)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여러 가지 가상현실을 만들거나 선택하여 살 수 있다. 이미 여러 가지 형태의 가상 학교, 가상 마을이 있고, 많은 사람이 현실 세계보다 가상 세계에 더 몰입하여 살아간다.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들은 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가상 국가 역할을 하고 있고, 경제적인 규모도 웬만한 국가 수준을 뛰어넘는다. 

     

    우리는 직접 원하는 가상 도시나 국가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살 수도 있다. 내가 다른 세상의 다른 아바타로 활동할 수 있는 메타버스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만일 누가 대통령이 되면 다른 나라로 이민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빈말에 그쳤고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이민도 망명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가상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시대다. 코로나가 초래한 비대면 상황에서 경험했듯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빠르게 메타버스로 옮겨가고 있다. 새로운 체제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 체제를 메타버스나 가상현실로 그대로 구현해볼 수 있다. 기후정부나 기후중립마을의 구체적인 구조와 내용을 메타버스로 구현할 수 있다. 

     

    기후임시정부가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기후행동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 모두가 사실상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행동이 하나의 목표 아래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수많은 기후행동 단체와 사람들이 참여하는 연대기구들이 있고 모두 입을 모아 체제 전환을 이야기하지만, 꾸리고자 하는 새로운 체제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거나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 청원이나 요구 수준을 넘어서는 기후행동이 필요하다고, 기존의 기후행동 단체나 정당의 형태를 넘는 새로운 형태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임시정부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체제를 구상하고 추구해보자는 제안을 해본다. 체제 전환을 원한다면 새로운 체제를 스스로 준비하고 만들어야 한다. 대안이 되는 사회체제나 정치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마련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기후중립사회를 가상의 세계에서 미리 경험하고, 준비해보면 어떨까? 일제 강점기에 해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임시정부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건국을 준비했듯이 기후임시정부를 통해서 기후중립의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해야 한다면 탄소중립을 탄원하는 정당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실현할 정부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제대로 해결해갈 비상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기후위기 비상정부는 기존의 제도나 질서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구상과 믿음이 없이는 현실의 여러 가지 쟁점과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힘있게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가기 힘들다. 새로운 체제에서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지, 사회경제 시스템은 어떻게 변할지, 삶의 질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을지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이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임시정부를 만들어 건국을 준비했듯이, 기후헌장을 만들고, 기후헌법을 만들고 기후내각을 준비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체제를 원한다면 그런 준비를 당연히 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메타버스에서 집단지성을 통해서 새로운 체제를 꾸리는 일을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현재의 세계에서는 체제 전환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기후임시정부의 주역을 맡아 각 분야의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주역이 되어 보자. 기후임시정부가 만들어진다면,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를 말로만 떠드는 이끄는 현실 정부의 무력함에 실망하여 팔짱을 끼고 머리를 젓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가 이끄는 메타버스 속의 기후위기 망명정부의 시민이 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에 머리와 손발을 모을 것이다. 더 미루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체제를 구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메타버스 기후임시정부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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