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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797, 2022.06.30 10: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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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발적 멸종을 선택한 대한민국 젊은 세대
한국의 인구감소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트위터에 올리는 글마다 뉴스가 되고 있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한국의 출산율을 언급하며 한국은 가장 빠른 인구 붕괴(population collapse)를 겪고 있다면서,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6%(약 3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9년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상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이다. 20년 후에 세계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문제는 인구붕괴라고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통계청의 2017년 기준 장래인구 추계에서는 중위 추계 기준으로 2017년에 1.05였던 출산율이 2020년에 0.90으로 감소했다가 2025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그런데 2020년의 실제 출산율은 예측보다 낮은 0.84였다. 또, 얼마 전 발표된 2020 년 기준의 인구추계에서는 중위추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2021년에 0.82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잠정 발표한 2021년의 실제 출산율은 예측보다 낮은 0.81 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인구는 정부의 인구추계 시나리오 중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나 혹은 그보다 더한 경로를 밟고 있다.
인구감소는 당연히 출생률 저하 때문이다. 통계학적으로 합계출산율이 2.1이 되어야 현재의 인구 규모가 유지된다. 합계출산율이 그 이하로 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급격한 출생률 저하는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결과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위기일 수가 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미래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는 세계의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의 급속한 인구감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소한 앞으로의 30년 이상은 지금의 젊은 세대의 선택대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것이다.
출생률이 낮아진 원인에 대해선 여러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최근 젊은 세대의 우려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 기후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1) 기후우울증과 관련하여 아스퍼거 증후군을 겪었다는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이란 기후위기로 더 이상 희망이 없거나 미래가 사라졌다는 인식이 슬픔과 체념, 좌절과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으로 이어지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공식적인 정신질환 분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기후불안(climate anxiety), 생태불안(eco anxiety), 기후슬픔(climate grief)으로 부른다. 미국심리학회(APA)의 보고서에서는 환경파괴에 대해 만성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를 기후불안이라고 했다. (APA, 2021)
올 초에 나온 IPCC AR6 실무그룹 2보고서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불안, 스트레스 등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할 것이며,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젊은 층, 노년층, 기저질환자 등 사이에서 특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위기가 정신질환이나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악화 위험을 높인다고도 평가했다. 영국의 사회운동가이자 음악가인 블라이스 페피노가 주도하는 출산파업(Birth Strike) 운동은 2018년부터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요즘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젊은이들 중에는 기후위기를 걱정해서 결혼과 아이 갖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기후우울증이 요즘 대한민국의 낮은 출산율을 빚어내는 주요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도,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 역시 기후우울증을 겪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출생률이 낮아지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출생률이 낮아지는 것은 젊은 세대가 미래에 대해 비관적 평가를 하는 탓만은 아니다. 낮은 출생률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높아질수록,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생률이 낮아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총·균·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의 낮은 출생률은 “위기가 아닌 ‘행운’이자 ‘기회’ ”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 증가는 세계를 위협하고 개별 국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며 “지구에는 이미 사람이 너무 많다. 한국이 인구 증가율을 멈추거나 줄이는 데 성공하면 한국은 동일한 자원을 더 적은 사람들에게 분배할 수 있기 때문에 개개인은 더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보다 인구가 훨씬 적기 때문에 박탈감을 느낄 게 아니라 운이 좋은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며 “한국의 미래는 한국인의 ‘수’가 아닌 ‘자질’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2022년 5월 30일자)
언뜻 보면 일론 머스크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의견이 상반된 듯 보이지만, 어느 한 쪽이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인구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 하는 데서 비롯한 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다행성 종족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류의 화성이주를 목표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 운영하면서, 몇 세대나 몇 세기에 걸친 인류의 운명을 얘기하고 있다(2). 반면,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현 세대와 다음 세대가 겪게 될 인구 문제를 중심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빈부격차 등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당면할 위협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인구감소의 긍정적 측면을 평가했다.
우리는 인구 문제는 주로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을까? 우리 정부의 정책을 보면 지방의 소멸, 생산가능연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 증가 등이 주요한 관심사이다. 인구감소를 국가의 쇠퇴로,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전반적인 기성세대의 인식이다.
인구감소와 관련한 책들 중에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 등은 동일한 현상을 어떤 시각에서 보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제목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는가, 다음 세대의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평가와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산업이나 기업의 경우도 어떤 업종에 속하는가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지자체나 국가의 관점에 서느냐 인류와 지구 전체의 관점에 서느냐에 따라 인구 문제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구대책과 관련해서 기성세대(부모세대)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관점에서 젊은이들에게 특정한 선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지만 사회적 환경이 어려워서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모든 나라 중에서 출생률이 가장 낮을 뿐 아니라 혼외출생률도 가장 낮은 나라이다. 과거세대는 바람직한 지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있는 지표이다.
2. 인구감소 추세가 과연 멈추게 될까?
일론 머스크의 경고대로 일본과 한국은 머지않아 소멸될 운명일까? 국회입법조사처 (유재국, 2017)의 균형 인구에 대한 연구에서도 대체합계출산율(2.1) 이하의 합계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균형인구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3). 그런데 우리나라의 장래인구 전망을 하는 통계 중에는 인구유지의 기준인 합계출산율 2.1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통계청의 인구추계는 합계출산율이 장기적으로 1.2 정도에서 안정될 거라고 가정한다. 결국 시간과 속도의 문제일 뿐, 인구는 계속 감소할 거라고 전망한다. 이것은 장기적인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대럴 브리커, 존 이빗슨, 2019) 요컨대, 현재 추세라면 대한민국이 사라지리라는 경고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부터 50년 뒤인 2070년에 대한민국 인구는 중위추계로 3,766만 명이고, 저위추계로는 3,153만 명이다. 통계청의 이러한 전망은 지금까지 계속 감소해온 출산율이 감소를 멈추고 일정한 수준에서 안정될 거라는 가정 위에 서 있다. 그런데 이 가정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지금의 출생률 저하 경향이 지속될 수도 있다. 출생률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하는 것은 국가와 지역사회의 큰 관심사이다. 현재로서는 인구가 3천만 명이나 2천만 명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며, 계속 감소할 텐데 그 속도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즉 과연 2천만 명으로 줄 것인가가 아니라 2천만 명으로 주는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인가가 문제이다.
최근 몇년의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통계청의 추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우리는 전 세계에서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인구감소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경험을 따라가고 있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실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본은 1974년에 처음 합계출산율이 2.1 밑으로 떨어진 후 조금씩 낮아져서 2020년에 1.34명을 기록했지만, 우리나라는 1983년에 처음 2.06으로 떨어진 이후로 계속해서 일본보다 낮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출산율이 훨씬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3. 인구절벽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인구감소가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데, 왜 우리는 그 심각성을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일본이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사회 전체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을 때, 한국은 일본보다 낮은 출산율을 보이면서도 사회경제 전반은 저출산의 영향을 일본만큼 크게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인구보너스를 누려온 덕이다. 인구보너스 (Demographic bonus)란 한 사회의 인구변천 과정 중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여, 노동력이 늘고 소비가 늘어난 덕택에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경제성장 잠재력을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 인구변천은 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은 단계에서, 사망률이 낮아지는 단계로, 그리고 출생률까지 낮아지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사망률 감소에 이어 출생률 역시 급속히 감소하는 단계가 되면 유소년인구의 비중은 줄어들지만, 이들이 생산가능인구가 되어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한국인구학회, 2016)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생산가능인구가 되면서 생기게 된 인구보너스를 그동안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출산율 저하가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일정기간 동안은 저출산으로 오히려 부양비가 줄어드는 효과를 본 것이다.
이제 2020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인구보너스 시대가 가고 인구오너스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는 인구보너스와 반대로, 인구보너스의 핵심 주체였던 생산가능인구가 노년기로 접어들어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줄어들어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앞으로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구절벽의 시대를 우리나라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구절벽(The Deomographic Cliff)의 개념(4)을 제시했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는 인구절벽 현상이 발생하면 대규모 인구집단의 소비가 정점을 지나 감소하게 되고, 수요부족으로 생산이 위축되면서 경제는 서서히 하강하게 된다고 하였다.(Harry Dent, 2014)
우리는 인구절벽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인구유입대책이나 출생률 높이는 것이 국가와 지역정부의 주요한 정책목표가 되어야 할까?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인구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정부는 이민청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들은 외국인 인력을 유입시켜 성장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의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한국이나 일본에 인력을 내보냈던 개도국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출생률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더이상 외국인 노동자로 다른 나라에서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개선한다고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오고 싶어하고 일하고 정착하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외국인들을 유입시켜 인구 규모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은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인구감소와 관련한 여러 연구들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인구증가시대의 ‘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의 저자 우치다 다쓰루(2018)는 “뜨거운 근대”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하면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해답을 ‘경영자 시선’을 가지고 해답을 찾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구 문제를 통계상의 숫자로 다루면서 미래 연구를 노동력 내지는 소비주체로서 상정하는 모든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여성을 아이를 ‘낳는 기계’로 계산한다는 전제로 진행하는 것이어서 용인될 수 없다고 한다. ‘경영자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 서면 축소라는 단어로 주로 표현되는 일본의 미래는 결코 우울하지 않으며 성숙사회로 이행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텅 빈 지구』의 저자인 대럴 브리커 등(2019)은 아무리 훌륭한 지원책을 마련한 선진국이라도 인구대체율인 2.1 이상으로 출생률을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인구를 안정화시키고 나아가 다시 증가시키고 싶은 사회라면, 이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만, 이민은 머지않아 인구 감소를 해결할 하나의 대안으로 효력을 상실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구의 감소가 사회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혁신과 창의력의 상실이라고 하고 있다.
제임스 량(2018)은 『혁신을 이끄는 인구혁명』에서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주류를 이루는 경제적인 시각에서 제기하는 공공재정의 문제는 힘들지만 비교적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공적 연금이 떠안는 부담을 퇴직연령을 연장함으로써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령화가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기업가정신과 혁신이 약화되고 인구의 활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구감소 사회의 대책은 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화된 인구구조 속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감소하는 인구, 고령화되는 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인구규모의 유지, 경제성장이라는 과거의 지표에 빠지게 되면 인구 문제의 덫을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4. 기후렌즈로 보아야할 인구 문제
인구감소 사회의 미래상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축소도시’, ‘포용사회’, ‘탈성장’ 등이다. 더이상 성장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줄어든 인구, 고령화된 인구구조 속에서 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를 목표로 삼으면 곤란하고, 인구축소와 고령화라는 정해진 미래 속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까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장신화를 만들어온 우리사회는 축소사회를 설계하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최근 국내 지자체 중에는 전향적인 인구대책을 발표한 곳도 있다. 부산시는 2021년 인구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목표 인구수를 제시하지 않았다. 실현 불가능한 인구 늘리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저성장·인구 감소의 ‘축소사회’를 인정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 추세를 받아들이는 대신 청년, 고령층, 1인 가구, 외국인 등 모든 세대와 계층이 행복하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부산시는 앞으로 30년 정도에 생산연령인구와 유소년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정책과 계획이 수립되는 우리나라의 인구대책은, 여전히 대부분의 대책들은 인구를 유입시키고, 출생률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구보너스를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구가했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시각에 서있다. 우치다 다쓰루(2018)가 버려야한다고 했던 ‘경영자 시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인구감소는 곧 쇠퇴이고 성장동력의 상실이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대책과 관련하여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관점에서 인구 문제를 보고 대책을 세우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1년의 우리나라의 출생아수가 26만 명인데 비해, 대학정원은 47만 명이다. 대학교육의 미래 대책을 고민할 때 개별대학의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는가, 아니면 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는가에 따라 대책이 달라질 것이다.
인구감소를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까? 200개가 넘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장 젊은 세대를 유입시키고 출생률을 높이는 계획을 똑같이 추진한다면 그러한 목표는 달성될 수가 없다. 물론 예외적인 성공모델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지자체가 그런 목표를 추구하면 곤란하다. 물론 단기적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나 일부 특수한 조건의 지방자치단체는 인구보너스 시대의 성장형 모델을 지향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모두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인구 문제는 기후렌즈를 통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렌즈를 통해 인구 문제를 본다는 것은 첫 번째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다음세대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이다.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라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의 관점에 설 필요가 있다. 현재의 사회경제와 산업구조, 행정시스템의 관점이 아니라 인구감소 사회에 바람직한 미래상의 관점에서 인구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지구환경의 수용능력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전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국가의 환경수용능력은 자연자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인구규모를 고려해보면 대한민국은 이미 환경수용능력을 초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인류 전체가 대한민국의 사람들과 같은 생활수준으로 살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구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마찬가지로 일국적인 관점보다는 지구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대응할 때 비로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출생률의 높이는데 한계에 봉착한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들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일국적 차원에서 인구 문제를 대응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구 문제의 지경을 일국적 관점에서 지구적 차원으로 넓히는 것은 단순히 인구규모나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인구를 유입시키는 식의 접근방법이 아니라 지구생태계 전체 차원에서 인간과 지구의 생태계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차원의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지구차원에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말이 인구 문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모두 세계시민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취약층의 관점에서 인구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인구 문제와 관련한 취약층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다. 가장 먼저는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떠 안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다. 인구 문제는 이들이 선택에 의해서 좌우된다. 다음으로는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스스로를 부양해야 하는 미래의 고령층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인구가 집중하고 있는 수도권이나 도시지역보다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농어촌지역이다.
5. 인구감소지역을 탄소중립 선도지역으로
제로섬 게임의 인구유입대책은 한계가 있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소수의 성공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성공모델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통해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특히 젊은이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찾게 된 사례들이다. U턴, I턴, J턴 등의 성공사례들은 지역 인구대책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5)
지역에 인구가 유입되고, 다시 경제가 살아나는 성공모델은 극히 일부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인구대책이 소수의 성장모델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면 나머지 대다수의 지역들은 더욱 심각한 지방소멸의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20%의 인구유입 성공모델이 아니라, 80%의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일찍 인구감소 시대에 들어선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텅 빈 상가, 빈집, 버려진 농지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들에 대한 대책이 주요한 인구대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대책과 관련하여 지난 2021년 10월 정부는 공식적으로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고시하였다.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39%에 해당한다.
인구감소지역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근거해서 “광역시, 특별자치시 및 시·군·구 중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14세 이하 유소년인구 또는 생산가능인구의 수, 인구감소율, 출생률, 인구감소의 지속성, 인구의 이동 추이 및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여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역”이다.(6) 그런데 정부는 인구감소대책을 세우기 위해 연간 1조원 규모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입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였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마련하라고 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제시하는 대책은 대부분 인구확대와 성장을 목표로 하는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의 과제 중의 하나가 고도성장기에 갖추어진 과대한 기반시설의 유지관리이다. 성장기에 10만의 인구가 살았던 지역이 2만 정도로 인구가 줄어든 경우를 생각해보자. 10만의 인구시대에 설치했던 도로와 상하수도 시설, 교육시설 들은 유지관리비용이나 인력 때문에 상당부분을 폐쇄하거나 소규모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의 구조에서는 축소지향의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성장과 발전이 국가와 지방정부의 목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구역단위로 모든 예산과 사업이 진행되는 현재의 방식을 뛰어넘는 사고가 필요하다.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행복 사회의 모델이 필요하다
인구감소 사회를 우울하고 암담한 미래로 보기도 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전환의 기회로 얘기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앞으로 30년 동안은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도 겪어보지 못한 급격한 인구감소 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시기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구감소와 기후위기는 지금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으로는 지속불가능하다는 미래세대의 선택이자, 지구생태계의 경고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눈앞의 현실이 되면서 정부에서도 전향적인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관계부처, 연구기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인구대응 TF를 마련해 인구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대응 계획을 세운 4대 분야는 경제활동인구 확충, 축소사회 대비,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이다. 경제활동인구 확충 차원에서 정년 연장·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인구대책과 지역균형발전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인구대책과 기후위기 대책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으로 결부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닥친 비상사태 속에서의 응급대응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책의 경우도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를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에 매달려 있고, 탄소중립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인구감소 사회의 미래는 확대와 성장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던 과거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감소는 자연에 부담을 주면서 추진해온 개발과 성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류가 그러한 방식으로 살아온 결과가 지구 차원의 기후위기로 나타난 것이다. 인구감소의 대책은 기후위기 대책과 같이 다루어져야 길을 찾을 수 있다.
산림을 농지로 바꾸고, 택지로 바꾸면서 자연을 훼손해왔던 삶에서, 한계농지를 산림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자연과 공생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접근 속에서 인구감소 시대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과도한 스트레스 받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공생하고 조화롭게 사는 사회가 훨씬 더 지속가능하고 행복하지 않겠는가?
(1) 같은 호 토막설명의 ‘기후 불안(climate anxiety)과 청년 환멸(youth disillusionment)’ 참고.
(2)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2100년의 한국인구를 1,859만 명이 되고, 2200년에는 322만 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가 있다(국회입법조사처, 2017).
(3) 유재국(2017)은 인구 모델을 수정하여 균형 인구를 이루는 합계출산율 2.05로 제시하고 있음.
(4) 해리 덴트는 생애주기에서 소비가 정점에 이르는 연령대인 45~49세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을 인구절 벽이라고 하였다. (Harry Dent, 2014, The Demographic Cliff). 우리나라는 2018년에 45~49세 인구가 455 만 명으로 정점에 달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45~49세 인구는 201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중위추계 기 준으로 2030년에는 382만 명, 2070년에는 141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5) U턴은 출신지로, J는 출신지 언저리 도시로, I는 연고 없는 지역으로의 이주를 말한다.
(6) 인구감소지역 89곳은 연평균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 순이동률(19~34살의 인구 대비 순이동자 수 비율), 주 간인구,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조출생률(인구 대비 출생아 수), 재정자립도 등 8개 지표를 종합한 인구감소지 수를 산출해 선정됐다. 다만, 낙후된 지역이라는 낙인 효과를 우려해 인구감소지역의 구체적인 지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참고자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 2021, Mental Health and Our Changing Climate Impacts, Inequities, Responses 2021 Edition
Harry Dent, 2014, The Demographic Cliff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Impacts, Adaptation and Vulnerability, IPCC Sixth Assessment Report
유재국, 017, 균형인구 산정과 정책적 함의, NARS 현안보고서 제285호, 국회입법조사처
대럴 브리커, 존 이빗슨 공저/김병순 역, 2019, 텅 빈 지구, 을유문화사
제임스 량 저/최성옥 역, 2019, 혁신을 이끄는 인구혁명,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통계청, 2022, 장래인구추계(시도편):2020~2050
OurWorldInData.org/world-population-growth/ http://www.oecd.org/els/family/database.htm
김경학, 2022,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팬데믹은 계속 올 것…한국 저출생은 기회” (경향신문 2022.05.30. 일자 경향포럼 기사)
內田 樹 (우치다 다쓰루), 2018, 人口減少社會の未來學 (번역서 : 위즈덤하우스, 2019,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한국인구학회. 2016. 인구대사전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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