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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823, 2022.07.01 10: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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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관리 제도적 접근
이현아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정부와 시장은 우리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한 시스템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우리에게 유명한 Elinor Ostrom 박사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연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되어 온 곳의 사례분석을 통해 시장과 정부의 이분법을 넘어 다른 대안을 제시하였다. 지역사회 구성원들, 지역의 공유자원 사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적 장치로 ‘공유지의 비극’이 아닌 지속적으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치 제도를 발전시켜 해결책을 만든 사례를 확인하여 자치 제도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본 연구에서 에너지 빈곤지역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자치를 통하여 안정적으로 에너지 접근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현재 전체 인구의 10%, 약 7600만 명이 전기에 접근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World Bank, 2019). 국가별 전기 접근율(access to electricity)을 비교하면 저소득국가의 전기 접근율은 겨우 40%이다 (World Bank 2019). 전기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의 80%는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에너지 소비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국가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의 악순환에 처해 있다 (정혜운 외, 2018). 한 예로 방글라데시는 현재 전기 접근율이 92.2%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하지만 농촌지역의 약 1,272만 명이 전기 접근이 부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에너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사회는 무엇을 했나?
에너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제사회는 2015년 발표한 국제연합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7)에 “지불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포함하였다. 이 목표달성을 위해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sustainable energy for all: SE4ALL)”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2030년 까지 전기접근성 문제해결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론적으로 국가에서 전력망을 확장하면 다른 시스템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이 가능하지만 국가기반시설을 늘리는 일은 저소득국가 재정상황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영토가 넓은 국가는 전력망 확장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off-grid지역에서 기술효과적이고 비용효율적인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시스템이다. 농촌 지역에 재생 에너지 솔루션(독립형 및 미니 그리드 시스템)을 배포하는 비즈니스 사례는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였다. 예를 들어 기술 효율성과 신뢰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PV 패널의 경우 비용이 2010년 이후 80% 이상 감소했다1). 재생 에너지 기술의 모듈성은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용량을 사용하여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도록 신속하게 배치될 수 있고 특성에 맞게 맞출 수 있어 실제로 off-grid지역에 활발하게 배포되었다.
과연 에너지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을까?
실제 에너지 접근을 높이기 위한 재원도 증가하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구는 2010년에 비해 2019년도에 4억 4100만명이 증가하였다 (IEA 2021). 하지만 애석하게도 독립형 태양광 시스템과 미니그리드는 지속가능성면에서 실패율이 높다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 (Feron, 2016). 실패의 원인을 보면 개발도상국의 태양광 시스템 설치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접근성을 유지에 필요한 기술, 경제, 사회문화적, 정치적 요소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가정해볼 수 있다 (Maier C, 2007).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적절하지 않은 설비 설치 혹은 유지보수였다. 또 다른 반복되는 문제는 공동체의 과도한 전력 소비로 인한 설비 노후 및 고장이었다. 사회문화적 관리와 제도적 관리가 경제 혹은 기술적인 문제만큼 독립형 태양광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사용 실패에 기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Gollwitzer et al, 2018).
실패율을 낮추기 위한 다각적 고민
높은 실패율은 줄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성공의 요인으로 제도적 메커니즘, 재정 메커니즘, 정책, 법, 프로그램 효과 등이 언급되고 있다 (Urmee et all 2009).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협력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에너지 접근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경제, 기술 이외에 사회문화적, 제도적 관리도 중요한 요소이다. 민간협력 프로젝트 완료 후 국가 제도권 내에서 관리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 사회가 제공받은 시설(유형자원)과 교육으로 얻은 지식(무형자원)을 유지해야 지속성이 (겨우) 보장된다. Elinor Ostrom은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공유자원(자연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해 온 지역의 공유자원제도를 검토하고 공통점을 찾아 8가지 디자인 원리를 발견하였다. 이 8가지 디자인 원리에 따라 태양광 발전시설을 공유자원으로 가정2)하고 사례를 통해 분석해보면 민간차원의 관리 제도의 틀을 세우는 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방글라데시 마을의 공유 자원 관리사례
본 연구에서는 방글라데시의 마을에 세워진 독립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사례연구를 진행해보았다. 이 마을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숲인 순다르반 국립공원에 이웃한 외딴 지역으로 사회공공시설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케로신이 전등의 주 연료였고 방글라데시 정부정책과 해외지원으로 47%는 홈솔라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었다. 한국 민간단체와 방글라데시 현지단체가 협력하여 2015년 3개의 마을에 3기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립하였다. 7년이 흐른 현재(2022년) 이 마을은 아직도 태양광 시설을 잘 사용하고 있어 오랫동안 공유자원을 사용한 커뮤니티에서 발견된 디자인 원리를 적용해볼 수 있었다.
분석을 위한 데이터는 한국의 민간단체가 2014년 진행한 사업 타당성 조사결과, 2015년 태양광 시스템 설치 이후 결과 보고서, 2021년 12월 방글라데시 바니샨타 지역기반 단체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수집되었다.
2020년 초 이 마을에 접근 가능한 국가전력망이 설치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싸서 아직 오프 그리드 태양광 시스템에서 충전을 하여 사용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 시스템 중 1기는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정수시설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용도는 변화하였지만 현재까지 에너지 공급 형태로 태양광 시스템 운영이 유지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공유자원 관리사례에 “디자인 원리” 적용 결과
이 마을의 태양광 시스템 운영 특징을 디자인 원리3)에 적용하여 <표1>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표1>에 명시된 내용처럼 디자인 원리 4, 5, 6에 대한 규칙은 부재하지만 문화적으로 이미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기능이 있으며 자연자원이 아닌 태양광 시스템이라는 기술적 관리에 용이하게 변형된 공급과 비용이라는 감시의 형태가 존재한다. 갈등은 공급이 부족할 경우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발생하는데 선출직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지도자 역할을 하면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2020년 국가 전력망이 마을에 들어오고도 태양광 설비를 마을 공동의 자원으로 남겨두면서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에너지원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하여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것은 디자인원리 2, 3, 7이 높은 수준으로 충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판단한다.
이 마을의 경우 2015년 태양광 시스템 설치 당시 정부나 시장의 개입없이 지역기반 단체와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외부 재원을 지원받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도 지역기반 단체와 주민들이 만든 규칙(예: 운영시간 및 사용량 설정, 기술자 선출, 사용 요금 설정 등)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유지보수 해왔다. 지역기반 단체는 고품질의 시스템이 들어왔기에 지속가능한 사용이 가능한 일이라고 응답하였다. 이 사례는 현지에 적합한 기술과 양질의 제품이 설치된다는 전제하에 제도가 뒷받침될 경우 공유자원으로서 인공자원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또, 태양광 시설의 에너지 공급이라는 본래의 초기목적을 상실했음에도 정수시설 에너지 공급을 위해 용도 변경을 하는 자치제도의 유연함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여와 한계
이 연구는 실증 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자치제도의 이해를 높이는 시도를 하였다. 향후 다른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분석을 통해 에너지 자치 제도의 지역에 따른 사회‧문화적 차이를 비교해 간다면 ‘깨끗하고 지불가능한 에너지’의 지속가능한 공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한계는 지역기반 단체를 마을의 구성원으로 봐야 할지 외부인으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역기반 단체는 기술적인 문제와 재정의 부족한 부분을 활동을 통해 보충해주면서 태양광 시설이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단체의 활동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낮은 비용으로 태양광 시스템을 오랜 기간 이용해올 수 있었다. 자치 조직권의 많은 부분을 단체에 의존한 상태이고 단체가 마을에서 사업을 철수할 경우 마을 자체적으로 운영이 가능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현지 단체를 정책 혁신가 혹은 정책 중개자로 보고 관련 연구가 더해지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접근을 위한 방법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에 있어서 기술/재원과 공학/경제 중심의 연구에서 확장하여 에너지 시설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인 차원의 연구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1] https://www.irena.org/offgrid/Policies-and-Benefits
[2] 태양광 시스템은 작은 비용이라도 지불능력이 있으면 배제시킬 수 없는 점에서 완벽하게 동일하진 않지만 공유자원의 일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제한된 발전량으로 모두에게 일정량 이상의 전력공급이 불가하다는 점에서도 공유자원과 유사하다. 이 연구에서는 Off-grid 태양광 시스템의 지속가능한 관리 배경에서 공유자원의 관리 제도의 디자인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태양광 시스템을 공유자원으로 간주한다.
[3] 이 사례의 태양광 시스템은 발전량 최대 11.2kW/hour의 소규모 시스템으로 디자인 원리 중 8번째인 대규모 체계의 공통 원리는 해당이 되지 않아 8번째 원리는 제외하고 분석하였다.
<참고문헌>
- 해외 자료 -
Feron, S. (2016). Sustainability of off-grid photovoltaic systems for rural electrification in developing countries: A review. Sustainability, 8(12), 1326.
Gollwitzer, L., Ockwell, D., Muok, B., Ely, A., & Ahlborg, H. (2018). Rethinking the sustainability and institutional governance of electricity access and mini-grids: Electricity as a common pool resource.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39, 152-161.
Hess, C., & Ostrom, E. (2003). Ideas, artifacts, and facilities: information as a common-pool resource. Law and contemporary problems, 66(1/2), 111-145.
IEA, IRENA, UNSD, World Bank, WHO. 2021. 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World Bank, Washington DC.
Urmee, T., Harries, D., & Schlapfer, A. (2009). Issues related to rural electrification using renewable energy in developing countries of Asia and Pacific. Renewable Energy, 34(2), 354-357.
- 국내 자료 -
Ostrom, E. (2010). 공유의 비극을 넘어. 윤홍근, 안도경 역. 서울: 랜덤하우스코리아.
정혜운, & 여현덕. (2018). 개도국 ‘에너지 혁신’파트너십 분석: 케냐와 방글라데시 마을의 신재생에너지 오프그리드 (Off-grid) 개발 사례를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22(1), 261-284.
- 온라인 자료 -
전기접근률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EG.ELC.ACCS.ZSREN21. (2019).
* 본 칼럼은 2021~2023 동안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추진한 “기후위기 대응과 개발협력: 탄소중립 미래 지향적 역량강화사업(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음. (관리번호 제202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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