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기후 이야기 12> 탄소중립과 화석연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100, 2021.09.24 11:04:26

  • Q. 탄소중립을 위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던데, 화석연료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우리가 연료로 흔히 쓰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화석연료라고 하잖아요. 그냥 석탄, 석유, 천연가스라고 부르면 될 텐데, 왜 화석연료라는 어려운 말을 쓰나요?

     

    화석연료라는 이름 속에 그 물질의 기원을 알 수 있는 힌트가 들어 있거든. 여기서 화석이란 단어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라고 할 때 그 단어랑 같은 거야. 화석은 지질시대의 퇴적암 안에 퇴적물과 함께 퇴적된 동식물의 유해나 흔적을 말하지. 화석연료도 화석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거야. 화석연료는 동식물의 시체가 오랜 세월 동안 지각에 파묻힌 채 열과 압력을 받아 불에 잘 타는 성질로 바뀐 물질이야.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열과 압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화석은 화석인데, 불에 잘 타는 성분이 주로 남은 물질이라서 연료라는 이름을 붙인 거야.


     


    Q. 화석연료는 그저 연료일 뿐인데, 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죠? 

     

    화석연료를 태우면 그 안에 든 탄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서 빛과 열이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 많이 생기거든.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온실가스야. 지구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적절한 농도로 있으면 적절한 온실효과를 내서 지구 평균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주지. 

     

    하지만 다음 그래프에 표현되어 있듯이, 산업혁명 때부터 화석연료 사용량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고, 그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직전 280ppm이었는데, 2020년에는 416ppm을 기록했어.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태우면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내뿜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야.

     

    말하자면, 광합성이나 포식을 통해서 탄소를 품게 되었던 식물과 동물의 사체가 수백만 년 동안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거치면서 땅속에 가둬둔 탄소를, 우리는 불과 2백 년 사이에 한꺼번에 대기로 뿜어낸 거야. 결국 대기의 급격한 변화는 지구 온도 상승뿐 아니라 각종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하루라도 빨리 줄이지 않으면 훨씬 심각한 지구온난화가 일어날 거라고 많은 과학자가 확신해. 그러니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거지.

     Fig1.png

     


     


    Q.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화석연료 연소에서 나온 게 아니라 자연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잖아요? 어디서 나온 건지 알아낼 방법이 있나요? 

     

    아주 좋은 질문이야. 바로 그걸 과학자들이 탄소 연대측정법을 사용해서 밝혀냈어. 이산화탄소에 포함된 탄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어디 어디에서 배출된 것인지 확인한 거지. 지금 살아 있는 생태계가 뿜어낸 이산화탄소에는 탄소‐14가 들어있거든. 태곳적의 동물이나 식물도 처음 땅속에 묻힐 때는 탄소‐14를 가지고 있지. 하지만 이 물질이 수백만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화석연료로 변하는 동안 탄소‐14는 점차로 붕괴되고 말아. 그래서 인간이 땅속에서 화석연료를 캐내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에는 탄소‐14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 그래서 지금 사는 동식물이 뿜어낸 이산화탄소와 화석연료를 태워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확실히 구분되지.

     

    일정량의 대기 중에 탄소‐14와 다른 탄소의 비율을 측정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가운데 화석연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의 비율을 계산할 수 있어. 과학자들은 동위원소분석을 통해 대기 중에는 자연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인간의 화석연료 연소에 의해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고 결론 내렸어. 화석연료를 태워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들어가는 게 분명한 사실인 거지. 


     


    Q. 화석연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들어간 게 맞는군요. 대체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언제부터 많이 쓴 건가요? 

     

    1800년대 중후반 산업혁명 때부터 석탄을 많이 쓰기 시작했어. 산업혁명 이전에도 석탄을 쓰긴 했어. 하지만 기술이 부족해서 석탄을 많이 캐낼 수 없었어. 석탄을 캐내려고 땅을 파다 보면 지하수가 새어 나와 길을 막는 바람에 일을 계속하기가 어려웠거든.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거듭한 끝에 땅속에 낸 길에 고이는 물을 사람의 힘을 쓰지 않고 퍼내는 기술을 발명했지. 그게 바로 증기기관이야. 석탄을 태워 물을 끓일 때 나오는 증기의 힘을 이용해 기계를 움직이는 장치지. 이 증기기관은 석탄의 힘을 이용해 사람이 할 일을 대신에 해주었지. 석탄을 많이 캐내니 석탄을 연료로 더 많은 철을 생산하고, 더 많이 생산된 석탄과 철을 이용해 더 많은 증기기관 기계를 만들고, 석탄을 때서 그 기계를 돌려 더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었어. 게다가 1829년에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기차가 철도를 달리기 시작해서 많은 상품과 원료, 사람을 거뜬히 실어날랐지. 또한 내연기관이 발명된 뒤로 1900년대 초부터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와 트럭 사용이 늘면서 연료인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었어. 

     

    비슷한 시기에 에디슨 등의 특허로 전구 등 각종 전기 제품이 발명되면서 전기 제품에 대한 수요와 전력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기 시작했어. 물론 전기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만들었어. 엄청난 양의 석탄이 발전소에 투입되어 발전기를 돌렸지. 천연가스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엔 천연가스 역시 발전소 연료로 투입되었어.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기를 만드는 연료로는 화석연료가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지. 세계인이 쓰는 전력 수요의 대부분이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로 충당되고 있어. 


     


    Q. 저는 전기가 간편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은 화석연료로 만든 거군요. 요즘도 마찬가지인가요? 요즘 세계인이 쓰는 전기 중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는 얼마나 되나요? 

     

    1950년 즈음에 원자력 발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거의 모든 발전소가 석탄을 연료로 썼어. 천연가스는 1950년대부터 대규모로 개발되기 시작해서 갈수록 소비량이 늘었어. 그런데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석탄보다 천연가스가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강조되기 시작했지. 그래서 최근에는 특히 선진국에서 발전연료로 쓰던 석탄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면서 천연가스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앞지르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어. 하지만 전기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던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는 최근에 오히려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석탄 발전소 여러 개를 새로 지어 가동하고 있어. 그 때문에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량이 크게 줄지는 않고 있지. 

     

    201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기 중 석탄과 천연가스를 태워서 만든 전기가 각각 약 36.7퍼센트, 23.5퍼센트야. 작은 비중이지만 석유 발전까지 포함하면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량이 무려 63.0퍼센트로 절반을 훌쩍 넘지(수력 발전이 16.0퍼센트, 원자력 발전이 10.3퍼센트, 태양광·풍력·지열·조력 등을 이용한 발전이 겨우 8.4퍼센트야). 현재로서는 전기가 간편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은 환상에 불과해. 실제로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는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원천인 거야. 

    Fig2.png

     

     


     


    Q.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원시시대 사람들처럼 살 수는 없잖아요? 

     

    화석연료가 문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안 돼. 특히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의 문명을 일군 건, 화석연료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 공급이야. 화석연료가 많이 쓰인 건 값이 싼 에너지였기 때문이고, 화석연료 가격이 쌌던 이유는 대량으로 파내고 그걸 싸게 운반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서였지. 원유를 예로 들면, 유전에서 정유소로 연결된 송유관과 항만에서 소비지로 연결되는 송유관 시설 덕분에 원유의 대량 운송이 가능해져서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었던 거야. 

     

    과거에는 재생에너지원이 소규모에 지속성, 안정성이 없는 에너지 자원이라고 평가받았어. 태양광은 비 오는 날, 흐린 날에는 이용할 수 없고, 풍력발전기는 바람이 없는 날에는 돌아가지 않는 한계를 가진다는 지적이었어. 하지만 이제는 재생에너지가 빠른 경로로 대량 생산 및 저장, 운송 체계를 갖춰가고 있어. 육상 풍력 발전을 예로 들면, 풍력을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운송하고 저장하고 소비지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육상 풍력은 어떤 연료를 쓸까? 연료를 전혀 쓰지 않지. 화력 발전소에서처럼 석탄을 태워 물을 끓일 필요도 없고, 물을 끓이는 도중에 아까운 열을 허공으로 날려버릴 필요도 없어. 바람만 불면 되니까. 그런데 바람은 공짜야.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는 이미 투입된 건설 비용과 유지 비용을 제외하곤 연료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발전 비용이 줄어드는 거지. 실제로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드는 비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태양광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한 화력발전 단가보다 더 싸졌다고 해. 

     

    그러니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해서 우리의 관심을 에너지 절약으로만 좁혀놓고 위축되어 있을 필요는 절대 없어.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의 핵심은 전기 없이 촛불 켜고 사는 게 아니라, 전기를 얻는 방법을 바꾸어서 사는 거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하루라도 빨리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바꿔내는 거지. 


     


    Q.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화석연료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에서의 변화, 즉 에너지전환이 필요해.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구 환경이 풍족하게 공급해주는 에너지 자원(태양광, 태양열, 바람, 파도, 지열 등)을 충분히 이용할 방법을 찾아가는 거야. 

     

    아까 말했듯이, 화석연료가 값이 쌌던 시절은 지나갔어. 이제는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비용이 점점 오르고 있어. 화석연료가 탄소 배출원이라는 사실이 이미 공식화되었고, 나라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화석연료를 태운 사람에게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흡수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하라는 압박이 강해지고 있어. 재생에너지를 쓰는 게 더 값싸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를 외면하게 될 거야. 그리고 인류는 재생에너지 문명을 꽃피우게 되겠지. 


     

    이순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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