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실가스 감축 대책, 부문별 간접배출량까지 고려해서 세워야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642, 2021.09.24 11:24:26
  •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 가입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이른바 부속서 Ⅰ(Annex Ⅰ) 국가가 아니어서 가입 부담은 크지 않았겠지만, UNFCCC 가입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1998년 교토의정서에 서명한 우리나라는 증가하는 국제적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대책을 발표해야 했다.

     

    국가 기후변화 정책 약사(略史)

     

    첫 번째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합대책」(1999년)에서 한국 정부는 상향식 시뮬레이션 모형(LEAP; Long-range Energy Alternatives Planning System [나중에 Low Emissions Analysis Platform으로 바뀜])을 사용하여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처음으로 예측하고, 경제의 각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제1차 대책은 자신을 스스로 여전히 개발도상국 중 하나로 간주했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 「기후변화협약 대응 제2차 종합대책」(2001년)에서 우리 정부는 ‘지구온난화’를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계획은 에너지 효율 향상 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 온실가스 저배출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강조점이 이동했다. 「기후변화협약 대응 제3차 종합대책」(2005년)은 더욱 진전되었다. 부문별 기후변화 ‘완화’ 정책과 함께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조치도 제도화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적응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정부는 기후변화가 사람, 기반 시설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네 번째 공식 정책은 이름이 바뀌어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2008년)으로 발표되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표어를 중심으로 추진했으나, 이후 「녹색성장 국가전략」, 「녹색성장 5개년계획」(2009년)과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2010년)의 일부로 통합되었다. 녹색성장 정책은 명칭과는 달리 정작 4대강사업이 주가 되어 비판을 많이 받지만, 확연히 달라진 국가 에너지 연구개발 예산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기초를 놓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2012년)에 따라 배출권거래제도 2015년 출범했다.

     

    한 동안 녹색성장 중심으로 추진된 기후변화 대응은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2016년)으로 다시 별도의 국가 정책이 되었다. 이 계획에 2030년까지 기준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감축(국내 감축 25.7%, 국외 감축 11.3%)하는 기후변화 완화 목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가 포함되었는데, 비판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2020년 봄까지 기본 틀이 유지되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바뀌고 2018년 개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19년 12월 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2019년 12월 개정)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은 2020년 5월에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에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하는 그린뉴딜을 포함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일련의 정책 발표(파리협정을 따라 2020년 12월 31일 UNFCCC 사무국에 제출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 포함)를 거쳐, 2021년 8월 31일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 가결되었다. 이 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제7조),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국가 온실가스배출량 감축(제8조)을 명시하였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 분석

     

    이렇게 국제적 압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듯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정책은 과연 실제로 기후변화 대응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을까? 우선 가장 명확한 기준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변화를 살펴보자. 전 지구 탄소 프로젝트의 추산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4~2019년에 CO₂ 배출량이 연평균 2.3% 증가했다. 1994년 14위였던 국가 총배출량이 2019년에는 9위가 되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라면 가장 최근 10년 동안은 순위가 상승하지는 않았다.

     

    3-Figure1.png

     

    일인당 CO₂ 배출량의 변화는 더욱더 극적이다. 1994년 우리나라는 일인당 CO₂ 배출량 7.7톤으로 39위였는데, 25년 동안 연평균 1.8% 증가하여 2019년에는 일인당 배출량 11.9톤이 되어 세계 17위가 되었다. 국가 전체 배출량은 10년 전부터 상승을 멈춘 데 비해, 국민 일인당 배출량 순위는 5년 전에 와서야 상승세가 꺾였다. 국가 전체 배출량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국가만 따지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보다 일인당 배출량이 많은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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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살펴본 그림들은 독자에게 익숙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대책을 발표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았구나’라고 실망하거나 체념할 만하다. 그러나 인류와 자연의 미래에 무관심했던 기후악당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 위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완화 노력에 동참하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책을 세우고 철저하게 실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후정책 실패의 원인을 찾아서 고치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분석을 시도해 보자.

     

    즉, 도대체 우리나라의 어느 부문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주도해 왔는가를 조금 더 분명히 알아내려고 한다. 널리 알려진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들로는 부문별 직접배출량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간접배출량까지 합한 전체 배출량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우선, 우리가 평소에 보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변화를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전환’ 부문이라고도 부르는 ‘전기 및 열’ 생산에서 국가 총배출량의 43%가 넘는 온실가스가 나온다. 연평균증가율도 4.9%에 달해, 모든 부문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전환’ 부문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요인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전환’ 부문의 배출량은 대부분 다른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 및 열을 생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물론 전환 부문이 획기적인 에너지 전환에 성공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영으로 낮출 수 있다면 당장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단시일 내에 이루기 힘들다면 전기와 열에 대한 수요도 줄여야 한다. 그래야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3-Figure3.png

     

    그렇다면 전기와 열을 어느 부문이 더 쓰는가? 적어도 전기 수요는 쉽게 알 수 있다. 국내 전력 수요의 28.5%가 서비스업에서 나온다. 그다음이 가정 부문, 즉 주택(13.5%)이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원래의 비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환 부문에 이어 2등이었던 ‘수송-도로’ 부문의 전기 소비량은 얼마나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량 추산치에서 쓴 부문과 전력수요 통계의 부문도 비슷하지만, 꼭 같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문별 ‘열’ 수요 자료까지 비교하기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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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접배출량을 반영한 부문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비율

     

    다른 방법을 써보자. 서로 아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GIR, 2020)를 기초로 한국에너지공단에서 2018년 기준으로 산업(광업·제조업), 상업·공공, 수송 부문에 대해 에너지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한 자료(KEA, 2019)를 활용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가정, 농림어업, 폐기물 부문 등은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제공하는 개정에너지밸런스(KEEI, 2021) 자료를 참고해서 보완했다. 그 결과 다음의 표들을 부문별·배출원별로 일관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작업에서 추산한 부문별·배출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따로 이 글의 마지막에 첨부하고, 여기서는 각 부문이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2018년 기준 약 7억1730만 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한다. 몇몇 부문은 세부 부문으로 더 나누고, 각 부문은 세부 배출원(연료 등)별로도 구분했다.

    3-Table1.png

     

    우선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 부문별 비율을 비교해 보자. 직접배출량과 간접배출량을 합하면, 2018년에 우리나라에서 산업 부문이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다. 55.7%에 달하여, 전통적인 구분에서 ‘전환 부문’이 차지하던 비율을 훨씬 넘어선다. 무엇보다도, 산업 부문이 전력 사용으로 간접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국가 총배출량의 17.6%나 되기 때문이다.

     

    건물 부문도 약 24%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상업·공공 부문은 전력을 많이 쓰고, 가정 부문은 전력과 도시가스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수송 부문은 13.9%를 배출했다. 여기서 주로 석유류의 연소 때문이다.

     

    3-Table2.png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을 업종별로 구분해 보았다. 제1차 금속산업이 18.8%를 배출한다. 코크스 등을 포함하는 석탄류가 국가 전체의 14.4%를 배출하는 데다가 전력 소비로 간접배출하는 온실가스도 국가 총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화학 산업도 국가 전체 배출량의 11.8%를 차지하는데, 석유류 연소에서 나오는 6%뿐만 아니라 전력을 통한 간접배출량도 4%나 된다.

     

    3-Table3.png

     

    건물 부문도 세분해 보자. 가정 부문이 11.1%를 배출한다. 전력, 도시가스, 열에너지의 순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직·간접적으로 배출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상업·공공이 전력 사용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0.7%를 내뿜는데, 뒤집어서 생각하면 상업·공공 부문은 발전원의 탈탄소화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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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송 부문도 세분해서 분석하면, 육상운송업(관용·자가용 일부 포함)뿐만 아니라 항송운송업, 수상운송업까지 석유류 연료의 연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절대적으로 많다. 2018년까지는 전기자동차 등의 보급이 미미했기 때문에,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는 수송 부문 전력을 통한 간접배출량은 전철을 쓰는 철도운송업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국가 총배출량에 포함되지 않는 국제해운, 국제항공 부문의 배출량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국제 벙커링으로 불리는 이들 부문은 점점 국가 배출량에 포함되는 추세이므로, 해운과 항공의 탈탄소화도 미리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간접배출량까지 고려하여 부문별로 온실가스 감축 대책 세워야

     

    이번 분석에서 발견한 (짐작은 했었지만) 새로운 사실은, 기존의 직접배출량 비교에 가려서 간접배출량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문들의 책임이 ‘전환 부문’보다 별로 작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간접배출량을 유발하는 각 부문이 ‘전환 부문에 온실가스 배출 이유를 제공하지 않도록’ 전기·열의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더 찾아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직접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연료 직접 소비를 피하는 방법도 더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환 부문이 발전원 및 열 생산 에너지의 절대적 탈탄소화를 앞당기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록 1~2: 2018 부문별·배출원별 온실가스 배출량 추산치 및 국가 내 비율(이 글 마지막)

     

    참고문헌

    Friedlingstein, P. et al. (2020). Global Carbon Budget 2020. Earth System Science Data,12(4), 3269–3340.

    GIR. (2020). 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

    KEA. (2019). 2019 부문 에너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한국에너지공단(KEA).

    KEEI. (2021). 개정에너지밸런스―확장밸런스 1990~2019.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KOSIS. (2021). 행정구역별 용도별 판매전력량. 통계청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10&tblId=DT_31002_A006&conn_path=I2

    Minx, J. C. et al. (2021). A comprehensive dataset for global, regional and national greenhouse gas emissions by sector 1970–2019. Earth System Science Data Discussion, 2021, 1–63. https://doi.org/10.5194/essd-2021-228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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