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시네톡]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까 -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미니다큐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42, 2021.09.24 11:34:39

  • ** 본 영상은 작은형제회 JPIC와 사단법인 푸른아시아가 매달 공동 주최하는 ‘기후변화 시네톡’ 행사에서 8월 상영되었으며, 2021년 서울시 지구의 날 캠페인 ‘같이해, 지구회복’의 일환으로 푸른아시아에서 제작하였습니다. (https://youtu.be/6_TaUDGlUow)


     

    서울시 캠페인으로 제작된 이 20분 약간 안 되는 영상은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고, 그 여행이란 이 글을 쓰는 내가 했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2018년에 인천에서 배를 타 중국으로 건너가 동남아를 거쳐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지나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는데 1년 반이 걸렸던―이다. 영상에 포함된 이야기, 그리고 영상에 미처 못 담았던 여행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영상을 간접 소개해본다.

     

    평생에 한 번은 하고팠던 세계여행을 자전거여행으로 해보자, 더 멀리는 자신 없으니 터키까지 가보자(터키도 자전거로는 엘도라도다), 결심하고는 또 하나의 양념으로 추가했던 것이 ‘그걸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가보자’는 거였다. 때는 2018년 초, 해양 쓰레기, 미세 플라스틱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던 때였다. 여행을 가기 전에 일을 하면서 “이제껏 버려진 플라스틱 중에 썩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주워들은 말에 충격을 받아 일회용 플라스틱 안 써보기 도전을 해보기도 했는데, 일에 바빠 정신이 없다 보면 음, 텀블러를 안 가지고 나왔는데 바로 지금 커피를 너무 마시고 싶네? 하는 상황들을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고 한 번은 용써 참더라도 두 번까진 참지 못해 커피를 마시고 나면 역시 글렀구나 에이 망했어라며 다 놓게 되고는 했다. 여행에서는 일상에 집중할 여유가 생길 테니, 다시 도전해보면서 체화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던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말아보자. 혹은 일회용을 일회용으로 만들지 말자. 하고 떠난 1년 반여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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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웨이스트 프로처럼 한 달 쓰레기를 박카스 병 만한 데에 담아볼 수 있다거나 할 만큼 위대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즐겼고 그래서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었고 결국에는 지금까지도 그 실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0% 본인의 기준인) 그 성공의 이유는 무엇인가 보면. 

     

    첫째, 즐기면서 한다

     

    여행 떠나기 전에 읽었던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은 말했다. 플라스틱 없이 살기의 첫 원칙은 ‘즐거울 것’이라고. 즐겁지 않으면 그만둘 거라고.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나를 괴롭히면 힘들어서 오래 갈 수 없으니, 최대한 노력하되 내가 즐길 수 있는 선에서 가자는 것을 원칙 삼았다. 하나 아낄 때마다 뿌듯함을 맘껏 누리기로 했다. 

     

    둘째, 준비를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안 쓰기 위해 한국에서 챙겨나간 준비물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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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공급을 위한 1.5리터 물통과 텀블러, 3리터짜리 접이식 물통

     

    덕분에 여행에서 생수를 사먹지 않았다. 하루 마실 물은 주로 숙소나 식당에서 얻어서(아시아지역은 다들 물 인심은 좋더라!) 1.5리터 수통에 담아 그때그때 작은 텀블러에 옮겨마셨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이동해서인지, 또 장이 워낙 튼튼해서인지 물갈이는 거의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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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자전거여행을 하며 나는 특히나 텀블러의 중요성을 깨달았는데, 텀블러는 찬물을 담으면 그 냉기가 보존된다는 것이다. 정말 생명수 같았다. 여행이 계속되며 텀블러에는 중국의 버블티, 태국의 커피, 이란과 터키의 차 등등 세계 각국의 음료수가 담겼다. 텀블러에 음료가 다 안 담길 경우에는 담기는 만큼만 담아달라거나, 그 자리에서 원샷하고 더 담아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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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담기 위한 반찬통, 헝겊가방, 지퍼백

     

    여행 중에 슈퍼 과자를 사먹지 않고도 살 수 있었던 것은 이것들 덕분이었다. 자전거 여행이니 간식을 준비하는 게 필요했는데, 요것들에 빵이나 과일들, 길거리 음식들을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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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장점은 과자나 파스타를 무게 단위로 사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여행 중에 거의 못 먹었던 과자를 중앙아시아에서는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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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숟가락, 포크

     

    일회용 수저를 많이 쓰는 것은 내 루트 선상의 나라 중에서는 단연 중국이었고, 이란에서도 수저를 비닐에 싸놓는 경우가 있었고, 라오스도 일회용 수저 사용이 좀 보였다. 식당에서 사용 외에는 중국 버블티의 버블을 건져 먹는다든가, 내 여행 루트 중 태국 외에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느낌의 카페를 만날 일이 드물었지만 혹시 카페에서 아이스음료를 먹을 때 퍼먹기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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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 약간 더 있는. 여기서 다 다루지 못한 물건 사용기는 영상에서 확인하시길! 

     

    셋째, 동기를 부여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국의 쓰레기장이나 재활용 현장을 될 수 있는 대로 보면서 다니자 했다. 이 결과 나는 중국에 있는 왕년의 세계 최대 전자쓰레기 재활용 마을(현 전자쓰레기 재활용 공장단지)에, 베트남의 플라스틱 재활용 마을, 인도 라다크의 쓰레기장 등에 가보게 되는데, 이 경험들이 내게 실천의 동기를 유발하게 된다. 

     

    2018년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가 되기 전에는 세계의 쓰레기장이었던 중국. 세계 전자쓰레기의 70%가 중국으로 모였다는 중국에서도 최대의 전자쓰레기 재활용 지역이 광동성 산터우시에 있었다. 집마다 이 집은 모니터, 이 집은 핸드폰 전문으로 나름 분업을 하며 전자제품을 재활용하면서 살아가는데, 재활용이란 것은 전자제품을 부수고 값나가는 금속은 꺼내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것도 재활용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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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집마다의 재활용은 현재는 공장단지로 통합되어 나름 정화시설도 갖추고 예전보다는 관리가 되고 있지만 어쨌든 수작업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수작업을 해야 하고, 오염이 되니 정화시설이 필요한 거고, 자전거 타고 돌아본 공장단지에서는 아련히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났다. 막연히 좋다고 생각한 재활용에 대한 환상을 깼던 것이 여기. 소심하게 몇 개 찍은 사진은 관리인이 지우라고 해서 착하게 지웠기에, 사진들은 다 퍼온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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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는 인도 북부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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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오래된 미래’나 영화 ‘세 얼간이’를 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판공초 호수로도 알려진 인도 북부 라다크. 면적은 한국 면적의 절반 이상에 27만여 인구가 사는 이곳에는 재활용 시설이 없다. 4년 전에 정부에서 최초로 시범적으로 지었다는 재활용 작업장은 차고 두 배 만한 수준이라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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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와 쿤룬 산맥에 둘러싸여 길이 험해 육로도 일 년에 육 개월은 막힌다는 이곳에서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물어물어 가본 이곳의 쓰레기장이란 것은―사실 모든 곳이 그렇듯―그냥, 드넓은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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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역에서 그나마 태워지지 않는 쓰레기들은 썩지도 않을 것이다. 네팔에서는 수천 년 된 동물 사체도 발견된다는데, 비슷하게 춥고 건조한 이 지역에서, 안 그래도 썩는데 한 오백년이든 천년이든 걸린다는 플라스틱은 영면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은 그런 것을 ― ‘재화’가, ‘수입’이 어떤 쓰레기를 만드는지, 그 지역에서 그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를 상관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물건들은 찰나의 이득을 주고 천년을 갈 쓰레기로 거듭난다.

     

    이런 광경들을 보니, 내가, 특히 선진국에 있었던 나는, 그간 감당할 수 있던 이상으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그전까지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쓰고 버리는 문화도 새롭게 보였다. 버리는 것을, 이렇게 다 같이 매일매일 순간순간 버리는 것을 지구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해결 못 하면 다른 나라로 보내면 될까? 어차피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는데. 돌고 돌아 우리에게 미세먼지로, 미세플라스틱으로, 다시 돌아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 사소한 실천에라도 심지가 굳어졌다. 

     

    이상 나의 성공비결 세 가지. 여기에 약간의 사족을 더하자면,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다니니, 이벤트가 생기고 관계가 생겼다. 중국 전자쓰레기 재활용 공장단지에서는 직원들에게 점심을 얻어먹었고, 인도 라다크 쓰레기장에는 개들이 많아 쓰레기차를 몰던 동생에게 차를 얻어탔다. 각국의 식당/카페/노점상의 직원들과 덕분에 한 마디라도 말을 더 해봤다. “비닐 필요 없어요”, “빨대 필요 없어요”, “진짜 필요 없어요”, “여기에 담아주세요” 등등 언어와 각종 몸짓 제스처를 이용한 표현력이 일취월장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어진 자리에 관계가 들어서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여기까지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일필휘지로 써낸 나의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의 기록이고, 작년에 돌아와 한국에서 생활하는 현재는 어떠할지에 대한 부분은 역시 영상 (https://youtu.be/6_TaUDGlUow)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힌트는 ‘여행은 계속된다’는 것. 그것도 ‘함께’!

     

     

    작은형제회 JPIC(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회 신혜정

     

    원고료 후원 배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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