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나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환경 지속가능성, 정말 가능할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02, 2021.09.24 13:15:46
  • 2017년 대학교에 입학하고 교복에서 벗어나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사 입어도 되었을 때, 나는 거의 모든 옷을 저렴하고 유행을 제때제때 반영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것으로 구매하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옷은 몇 번 입지 않은 채 옷장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흐른 후 저렴한 옷은 더 빨리 헤지고 잠옷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이후로 조금 비싸더라도 질 좋은 옷을 구매하려고 하였다. 또한, 섬유 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나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새 옷을 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났다. 그러던 중,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패스트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H&M의 conscious 컬렉션을 매장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재활용 면 20%를 사용하면서도 기존 제품의 가격대를 벗어나지 않는 옷들이 녹색 태그를 달고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나도 그 녹색 태그에 홀려서 결국 conscious 컬렉션 옷 2개를 그 자리에서 결제하고 말았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려고 하고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정말 싫어하는 독일 친구에게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도 이제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제 그런 브랜드 옷을 살 때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 덜 느껴도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난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지속가능하게 옷을 만들었다고 해도 믿어지지 않아. 지속가능하게 옷을 만들면 3주 만에 매장 전체가 새로운 디자인의 옷으로 뒤덮이지는 않을 거야.” 라고 했다. 순간 나는 지속가능하게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정말 지속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어떤 지속 가능한 의류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조사해보았다. 브랜드는 총 3개로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H&M, ZARA와 한국 브랜드인 SPAO를 선정하여 조사했다. 또한, 직접 매장에 가서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 가격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웹사이트에 써놓고 홍보해 놓은 것처럼 실제 매장에서도 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1. H&M

     

    H&M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0년 conscious 컬렉션이 나왔고, 그때는 시즌 판매였지만 지금은 상시 판매를 하고 있다.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 기준으로 전체 의류 64.5%의 원재료가 재활용되었거나 더 지속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한, 농업 폐기물로부터 만든 옷, 오렌지 껍질과 과육에서 셀룰로스 섬유를 추출하여 만든 옷 등 여러 분야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2030년까지 100%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ZARA

     

    자라 그룹은 매년 발간하는 연간보고서에 지속가능성 파트를 포함하고 있다. 자라의 지속가능한 컬렉션은 ‘JOIN LIFE 컬렉션’이고 이 컬렉션은 2020년에 전체 의류의 3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JOIN LIFE 태그가 붙은 옷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기술로 생산된 의류이다. 재활용 울과 면 같은 재생 소재와 비스코스, 라이오셀과 같은 셀룰로스 섬유를 사용하여 의류를 생산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고 한다. 204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 SPAO (스파오)

     

    스파오는 2019년부터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왔고 전체 메인 스타일의 41%까지 확장하였다고 한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빠짐을 최소화한 에코데님이라는 청바지를 만들어서 그 청바지를 사면 수익금의 일부가 베트남의 소수민족을 위해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협업하여 우물, 정수기 지원 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에코데님은 제조할 때 기존 청바지보다 화학물질을 95%, 물을 최대 95%, 전기사용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 

     

    실제 매장 탐방을 다녀오면서

     

    1. H&M

     

    직접 매장에 가본 후, 모든 매장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먼저 H&M 매장은 명동과 홍대에 있는 매장에 가보았는데, conscious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녹색 태그 말고는 옷 주변에 아무런 설명도 없어서 녹색 태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과연 그 제품을 지속 가능한 소비라고 생각하면서 구매할지가 의문이었다. 제품들의 가격은 녹색 태그가 달리지 않은 제품의 가격대와 거의 비슷해서 소비자들이 conscious 제품을 가격 때문에 구매하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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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간 두 매장 모두 의류 수거함이 비치되어 있었고, 둘 다 1층에 있었다. 그나마 의류 수거함에 붙어 있는 포스터 두 개가 수거된 의류들이 어떻게 활용되어 있는지 적혀있었다. 그 외 H&M이 하는 지속 가능한 생산에 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녹색 태그에는 사진들과 같이 오가닉 면, 재활용된 폴리에스터 등이 제품을 생산하는데 몇 % 사용되었는지가 나와 있었고, 녹색 태그가 걸려있는 제품을 어렵지 않게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들에 태그가 많이 걸려있는 경우도 있어서 지속 가능한 소비에 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녹색 태그를 수많은 태그 중에 하나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웹사이트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섹션까지 따로 만들어서 H&M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엄청나게 써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의류 수거함과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야 하는 녹색 태그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벽면에 모델들 사진과 함께 스타일에 대한 설명을 써 놓기보다는 적어도 ‘녹색 태그를 찾아보세요!’라던지 지속 가능한 제품 생산에 관한 설명이 곳곳에 쓰여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2. ZARA 

     

    자라는 명동에 위치한 매장을 방문했다. 전 세계 모든 매장에 비치되어 있다고 하는 의류 수거함은 두 매장 모두 1층에 비치되어 있었다. H&M과 달리 새로운 주인을 찾아드린다는 문구 빼고 수거된 옷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활용이 되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전체 컬렉션 중 JOIN LIFE 컬렉션이 35%를 차지해서 그런지 JOIN LIFE 태그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매장 내에 JOIN LIFE 컬렉션에 대해 설명 하나 없었다는 점이다. 나는 JOIN LIFE 컬렉션이 지속 가능한 과정으로 생산이 되었다는 점을 알고 가서 태그가 눈에 띄었지만 그 점을 모르는 소비자는 일반적인 태그 중 하나라고 인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태그 뒷면에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였다든지, 에너지 사용과 물 사용을 줄였다든지 하는 픽토그램과 간단한 문장이 적혀 있었는데 수치로 표현된 부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정보의 정확성이 더 필요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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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가격이 비싼 축에 속하는 자라의 제품들은 JOIN LIFE 컬렉션 제품, 그렇지 않은 제품들 할 것 없이 가격대가 조금 있었다. 일반 티셔츠의 경우는 1~2만 원대이고 다른 제품들은 1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대도 꽤 있었는데 JOIN LIFE 컬렉션과 다른 제품들의 가격 차이는 나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JOIN LIFE 컬렉션 제품을 더 비싸다고 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과 다른 제품과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자라 매장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정확성이 부족하고 매장 어느 곳에서도 JOIN LIFE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주 아쉬웠다. 

     

    3. SPAO (스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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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오는 H&M과 ZARA보다는 그나마 어떤 식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이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는 판들이 선반에 걸려 있어서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또한 스파오도 지속 가능하게 생산된 데님과 다른 데님 제품의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에코데님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데님 제품의 태그에는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고,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여 생산된다고 쓰여 있었는데 정확히 몇 %의 재활용 원료를 사용했는지, 몇 %의 물과 에너지를 절약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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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치적인 정보가 제공이 되지 않아서 아쉬웠고, 태그에 미래를 위한 착한 소비라고 쓰여 있어서 소비자들이 자칫 그 문구에 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데님 제품 섹션에서만 지속 가능한 제품 생산을 적용하고 데님 외 나머지 제품들에 대해서는 기존 방식 그대로 환경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아쉬웠다. 스파오의 에코데님은 2019년에 나왔는데 2년 동안 아직도 데님 제품만 지속 가능하게 생산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다른 제품들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

     

    매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스파오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을 가장 적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고, H&M과 ZARA는 웹사이트와 연간 보고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읽어서 그런지 기대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매장에 갔다 온 후 H&M과 ZARA 매장은 생각보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한 설명, 안내가 거의 없어서 아쉬움을 느꼈다. 반면, 스파오는 데님 섹션에 에코데님에 관한 설명이라도 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이 그 제품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란 것을 의식하고 구매할 것으로 생각했다. H&M과 ZARA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으려면 태그를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나는 조사를 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컬렉션이 무엇인지를 알고 갔지만 그런 점에 대해 모르는 소비자들은 옷에 달린 여러 태그 중 하나로 인식할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시즌 제품을 제외하고 상시 판매 제품으로는 데님 제품에 한정하여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스파오보다는 H&M과 ZARA의 지속 가능 컬렉션 제품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두 브랜드가 더욱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세 브랜드 모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가격대가 거의 동일해서 가격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연히 녹색 태그, JOIN LIFE 태그, 에코 태그를 각 매장에서 발견하고 그 태그를 달고 있지 않은 제품과 지속 가능한 제품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적어도 가격 때문에 지속 가능한 제품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H&M과 ZARA의 보고서에 따르면 각각 연도별로 그들의 지속 가능 컬렉션 비율을 점차 늘려나갈 것이고 제품의 100%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제조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두 브랜드가 그들의 목표를 꼭 실천했으면 좋겠고, 스파오도 시즌 제품으로 반짝 지속 가능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데님 외 다른 제품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서 상시 판매를 했으면 좋겠다. 

     

    웹사이트에서 그들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조사를 할 때는 자료도 많고 설명도 많아서 되게 잘해 놓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매장에 가서 확인하고 나니 웹사이트가 참 번지르르하게 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린워싱’이란 말이 있다. 이는 ‘green’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하고 재활용 등의 일부 과정만을 부각해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내가 조사한 세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제품 모두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유통이 되었는지에 관한 정보를 수치로, 정확하게 제시를 해 놓는다면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들이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말로 모든 제품이 지속 가능하게 생산, 유통되어야지만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조사한 세 브랜드가 실제로 지속 가능한지는 그 기업들만 알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세 브랜드 모두 지금보다 더욱 지속 가능해져야지만 그들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https://www.zara.com/ww/en/sustainability-annual-report-mkt1450.htm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0884&cid=43667&categoryId=43667

    https://www2.hm.com/ko_kr/hm-sustainability/lets-change.html

    https://hmgroup.com/wp-content/uploads/2021/03/HM-Group-Sustainability-Performance-Report-2020.pdf

    https://www.zara.com/kr/ko/sustainability-products-mkt1455.html?v1=1084631

    https://www.zara.com/kr/ko/z-join-life-mkt1399.html?v1=1902922

    https://spao.com/product/project.html?cate_no=1720

     

    김시진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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