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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9841, 2020.11.19 14: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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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를 생활할 에너지와 영양분을 얻는, 혹은 먹는 즐거움을 위한 우리의 식생활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갈수록 그 영향은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커지고 있고요. 원인은 육류 소비 증가,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위주의 음식 포장재 이렇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육식과 기후변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산업화 이후 소득 증가와 삶의 질 향상으로 선진국 중심으로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은 3~4배 증가했습니다. 선진국 위주의 이야기이지만 과거 귀한 음식이었던 고기를 맘껏 먹으면서 얻은 즐거움도 잠시, 곧 대가가 뒤따라왔습니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구권에서는 비만, 성인병, 각종 심혈관질환에 암까지 증가해서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죠. 그리고 육류 소비 증가는 개인의 건강 문제뿐 아니라 인류 최대위기라는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4.5%에 해당하고, 그중 소고기와 우유 생산을 위한 소 사육이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합니다(FAO, 2017).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는 아무래도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입니다. 그중에서 특히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소 트림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된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렇습니다. 소나 양 같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은 트림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일종으로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약 21배나 큰 메탄(CH4)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는 다른 동물에 비해 사료와 분뇨의 양이 많습니다. 육우용 소는 평균 하루 10kg 이상의 건초와 사료용 곡물이 필요하고, 온종일 젖을 짜내야 하는 젖소는 25kg의 사료를 먹고 50kg의 분뇨를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소를 포함해 지구상의 포유동물 중 94%를 차지하는 가축(거의 식용)을 먹이기 위해 지구 생산 곡물의 40%가 사료로 쓰이고요(유룡, 2020). 이를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와 물이 필요하고 가축 분뇨에서는 역시 CO2보다 약 300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2O)가 발생할 뿐 아니라 자연 흡수원 역할을 하는 삼림을 밀어내 기후변화를 가속하고 있습니다.육식의 기후변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좀 더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볼까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누군가의 활동이나 혹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뜻하죠. 식재료별 탄소발자국 즉 식재료 생산-수송-가공-사용-폐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상위를 차지하는 건 역시나 육류입니다. 그중에서 소고기와 양고기가 1, 2위를 다투는데 소비량으로 따지면 아무래도 소고기 소비로 인한 배출량이 훨씬 크겠죠. 산정 대상 국가, 범위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주요 육류의 탄소발자국을 보면 소고기는 1kg당 20~40 kgCO2-eq. 돼지고기는 1kg당 3~6 kgCO2-eq. 닭고기는 3~4 kgCO2-eq. 가량 됩니다.그렇다면 실제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각종 음식의 탄소발자국은 얼마나 될까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한국인이 자주 먹는 음식 70여 가지를 선정해 1인분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했는데요.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가지 음식, 소위 고탄소 음식이라고 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소고기가 들어갑니다. 탄소발자국이 제일 큰 음식이 설렁탕인데 1인분에 10 kgCO2-eq., 두 번째인 곰탕은 1인분에 8.3 kgCO2-eq.입니다. 다소 극단적으로 비교해보면 콩나물국의 탄소발자국이 100 gCO2-eq.이니, 콩나물국 대신 곰탕이나 설렁탕을 선택할 경우 자기도 모르는 새 온실가스를 100배 가까이 배출하게 되지요.‘소고기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다’, ‘설렁탕이 한식 중 탄소발자국이 제일 크다’고 하면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한우 축산농가, 설렁탕 식당들은 다 없어지라는 말이냐’, ‘그 사람들은 뭘 먹고 사냐’고요. 무엇보다 당사자에게 불편하고 불안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맞서는 데 있어 적용해야 할 두 가지, 지속가능성과 정의의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전환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변화를 더 많이 겪어야 할 분야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초래한 사회와 산업에 투입된 노력과 비용의 상당 부분을 더 큰 피해와 손실을 볼 사회 구성원의 회복과 안정을 위해 써야 하겠지요. 한편 지속가능한 축산 시스템이나 온실가스 걱정이 없는 대체육이 어서 빨리 개발되어 축산업으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꿈에 가까운 이상입니다. 플라스틱 문제처럼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역시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큰 해결방법은 ‘고기를 덜 먹는’ 것입니다. 혹자에게는 고기를 덜 먹으라는 것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만큼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우리는 어떻게 하면 고기를, 식탁 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까요? 1인분의 기후혁명 시리즈에서는 앞으로 기후변화와 먹거리, 우리의 밥상이 남기는 탄소발자국, 그리고 그 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참고문헌
FAO. (2017). Livestock solutions for climate change.
Hannah Ritchie. (2020). Meat and Dairy Production. OurWorldInData.org. Retrieved from https://ourworldindata.org/grapher/global-meat-production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스마트그린푸드 ‘밥상의 탄소발자국’
http://www.smartgreenfood.org/jsp/front/story/story03_1.jsp
유룡. (2020, 11월 일). “우린, 지금처럼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기후위기와 농업: 먹거리 전환 ⑦]”. 프레시안.
이윤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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