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기후와 지구생태계에 가하고 있는 압력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명 학술지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실린 한 논문의 결론이다.

논문 저자들은 인구성장과 관련된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모델에 적용했는데, 이 시나리오에는 여성들에게 피임, 경제발전, 가족계획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온건한 접근은 물론, 한 가족 당 아이 1명의 출산만 허용하는 엄격한 법적 규제 또는 식량부족과 자연재해 등으로 수십억 명에 달하는 사망자의 발생 가능성 등 매우 극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접근도 포함돼 있다.

그 결과는?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의 경우에만 인구 변수가 탄소배출과 자원 이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인구대책들은 인구성장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2100년 세계 인구는 약 1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결과는 인구가 미래의 지구 환경에 매우 결정적인 변수임을 지적하면서 인구 증가의 파괴적 결과에 대해 강조해 온 사람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지구에 태어났던 인구의 6.5~14%는 지금 살고 있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의 대부분은 1961년부터 2008년까지의 인구증가가 지구의 생태용량에 가하는 압력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쨌든 과거에 발생했던 일과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남은 21세기의 인구증가 추세는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발전, 교육, 성평등, 피임 등 인구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자발적인 접근뿐이다.

이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2100년에 인구는 약 100억에 도달하며 그 이후에는 정체상태를 유지하거나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물론 2050년 약 80억 명으로 인구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고, 2100년 세계 인구는 120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결과에 의해 가장 위협을 받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 생물다양성 핫스팟(biodiversity hotsopt) 35개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미래의 생태계에 인간이 가하는 가장 큰 위협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가 수반할 위협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다.

지속가능한 문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원 및 에너지의 이용방식, 경제 구조, 사회 조직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다. 선진국의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프랑스는 5.6톤, 노르웨이 11톤, 스위스 5톤, 미국은 17.6톤으로서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미국에서 집 없는 노숙자 한 명이 이용하는 에너지양은 지구 평균의 2배이다. 토지 이용을 고려할 경우 거주밀도와 방식 등은 단순한 수치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것들은 인구가 계속 증가하더라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초희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