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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5112, 2014.06.22 1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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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최되는 월드컵은 처음이다.” 브라질 환경부장관 이사벨라 테이세이라(Izabella Teixeira)는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월드컵을 두고 했던 말이다. 세계축구연맹(FIFA)은 “브라질 월드컵은 저탄소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목의 징검다리”라고 밝혔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 사무총장은 한술 더 떠 “미래에 개최될 크고 작은 모든 행사들은 브라질 월드컵처럼 하면 된다.”고 극찬했다.
축구 역사상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브라질 월드컵을 <탄소중립 월드컵>이나 <그린 월드컵>으로 불러도 좋은 것일까? 이번 월드컵에서 열리는 64차례의 경기는 빗물 재활용시설을 갖춘 12개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브라질리아 경기장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은 경기장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경기장은 친환경건축물에 주는 LEED 최고등급 인증을 받기도 했다. 독일의 기술감독협회 TÜV 라인란트는 경기장 지붕을 특수하게 디자인한 나탈(Natal) 경기장을 검사한 결과, 냉방 에너지의 8%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기후인증서(climate certificate)를 발행했다. 인증서 수입은 재조림이나 풍력단지 또는 수력발전소 건설에 사용된다. FIFA도 축구팬들의 장거리 항공여행으로 발생하는 탄소 상쇄를 위해 웹사이트(https://worldcupoffset.fifa.com)를 개설하고 신청자들의 인증서 구매 비용 지원에 나섰다.
“기후변화 관점에서는 최악”
여기까지만 보면 브라질 월드컵이 <탄소중립 월드컵>의 신화를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 레드카드를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세히 살펴보면 브라질 월드컵은 탄소상쇄는커녕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최악의 월드컵으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Hallie Bateman
먼저 탄소배출량 계산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월드컵의 전 과정을 고려한다면, 브라질 정부가 제시한 총 60,000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FIFA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월드컵 준비과정과 축구팬들의 장거리 항공여행까지 계산에 포함시킬 경우 272만 톤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FIFA의 계산도 다양한 탄소배출원에 대한 고려와 대책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장 건설과 기존 경기장의 리모델링, 인프라의 추가 건설에 사용된 막대한 양의 시멘트, 월드컵 특수로 추가 판매되는 TV 2천만대의 생산, TV 시청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늘어나는 전력 소비 등 까지 계산하면 탄소 배출량은 1,100만 톤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과테말라의 연간 탄소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계산 방식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계산에서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장거리 국제항공과 브라질 내 도시를 오가는 국내항공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들은 짧게는 250km, 길게는 3,100km정도 떨어져있다. 따라서 수많은 선수들과, 심판, FIFA 관계자, 팬들이 철도를 포기하고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이 모든 경기장들이 철도로 접근하기 쉬웠던 2006년 독일월드컵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무시당한 ‘세띠 아르마딜로’와 시민들의 권리
브라질 정부의 탄소 배출량 저감 계획이 그린-워시(green-wash) 수준이라는 혹평 외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폭넓은 고려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질 월드컵의 마스코트인 ‘풀레코(Fuleco)’는 상징적인 예다. 풀레코는 브라질의 토종 희귀동물인 ‘세띠 아르마딜로’를 모델로 한 것이다. 이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카팅가 지역(브라질 북동부의 반건조지역의 관목림 지대)은 보호가 시급한 지역이다. 하지만 세띠 아르마딜로의 멸종을 막기 위해 월드컵에서 한 골이 들어갈 때마다 10㎢씩 보호구역으로 만들자는 과학자들과 시민들의 요청은 조직위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
월드컵 준비과정을 거치며 곳곳에서 환경권이 훼손되었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버스 전용도로 건설과정에서 낮은 수준의 환경기준으로 부실한 환경평가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포르투 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처럼 시민들과 사전 합의된 도심개발계획이 월드컵을 맞아 호텔과 스포츠시설 건설계획으로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존 유역에 건설된 마나우스(Manaus)의 아마조니아 경기장(Arena da Amazonia)은 수용인원 46,000명의 대규모 경기장이다. 이곳에서는 경기가 단 4차례 열리지만 이번 월드컵이 끝난 후 이용률이 적어 텅 빈 괴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브라질 축구스타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로마리우(Romário)가 아마조니아 경기장 건설계획을 “허무맹랑하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정부는 FIFA 수준 경기장(FIFA-quality stadium)의 건설을 위해 3억3,500만 달러(약 4,000억 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레나 아마조니아 경기장(출처: Wikipedia)
‘지구의 허파’를 지켜라
FIFA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그린 골(green goal)>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월드컵 개최 과정에서 워낙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큰 탓이다. FIFA는 2018년부터 개최 신청국들의 환경보호계획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한다.
브라질 월드컵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 때문일 것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20%, 마실 물의 25%를 만들어낸다. “이윤이 먼저, 브라질의 환경은 가장 나중(Profits first, Brazil’s environment last)”이라는 구호는 발랄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2014년 월드컵에 가장 들어맞는 구호임에는 틀림 없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은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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