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침반 ―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전기와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화장실” 인도의 쉬리 화장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305, 2018.03.28 11:30:03
  • “전기와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화장실” 인도의 쉬리 화장실


    “21세기가 되었는데도 우리 어머니나 누이들은 야외에서 볼일을 봐야 합니다. 시골의 가난한 여성들은 볼일을 보려면 밤이 오길 기다립니다. 밖에 나가 볼일을 보려고 어두워질 때까지 기를 쓰고 참아야 하니 그야말로 고문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여성들의 존엄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화장실을 정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4년에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한 말이다. 총리가 중요한 국가적 행사인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 공개적으로 화장실 이야기를 꺼낼 만큼, 인도는 화장실 문제가 심각하다. 인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집 안에 똥, 오줌을 누는 공간을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기는 힌두교 문화를 따라서 집 안에 화장실을 두지 않고 살았다. 그렇다면 공용 화장실을 써온 걸까? 그것도 아니다. 집밖으로 나가 덤불숲이든 들판이든 골목이든 적당한 장소를 찾아 볼일을 보았다. 그나마 도시에는 화장실이 많이 지어졌지만, 농촌에서는 지금도 절반가량의 주민이 야외에서 볼일을 본다.

    유니세프 발표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지금도 약 5억2천3백만 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본다. 야외 배설이 원인이 되어 퍼져나가는 전염병 때문에 해마다 5세 이전 어린이 약 12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게다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여성들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비하르주 수폴 지역에서는 220만 주민 가운데 180만 명이 안전한 화장실과 식수를 이용하지 못한다. 이 지역 여러 마을에 ‘쉬리’ 화장실이 들어서면서 많은 주민들에게 안전한 화장실과 식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쉬리는 “인도의 위생과 건강권(Sanitation and Health Rights in India)”이란 뜻이다. 쉬리 공동 화장실 시설은 여성용 화장실 여덟 칸, 남성용 화장실 여덟 칸과 손 씻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주민들은 사용료를 내지 않고 쉬리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전통적인 습관인 야외 배변 습관에서 벗어나 일상적으로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쉬리 시설에서 특이한 점은 전기로 깨끗한 물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가축 분뇨 등 유기물 쓰레기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은 이미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점차 확산되고 있는 기술이다. 그런데 쉬리 화장실에서는 모아진 인분을 바이오가스 생산 설비에 투입해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 다음, 이 전기로 정수 설비를 가동한다. 바로 이 정수 설비가 지하수에 섞여 있는 병균과 비소, 불소, 철 등을 걸러내 깨끗한 물을 생산한다.

    현재 다섯 개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는 쉬리 시설은 주민들에게 무료로 안전한 화장실을 제공하고 안전한 식수를 저렴한 가격(식수 1리터에 0.5 루피, 우리 돈으로 약 8원)에 공급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마을 주민 250명이 식수를 사면 마을 쉬리 시설의 월 운영비 900달러가 모인다. 다섯 마을에 설치된 쉬리 화장실의 하루 이용자는 약 4000명이고, 하루에 3천~4천 리터의 식수가 판매된다.

    쉬리 시설 운영 단체는 쉬리 화장실을 계속해서 확대 보급해서 2020년에는 1천만 이상의 사람들에게 안전한 물과 위생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야외 배변을 없애 건강을 증진할 뿐 아니라, 분뇨의 자원 가치를 살려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식수와 일자리를 공급하여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소중한 시도다.

    기후 변화 대응의 측면에서도 소중한 시도다. 야외 배변 습관 때문에 대량의 인분이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면 환경이 오염될 뿐아 니라, 대량의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쉬리 화장실은 메탄가스를 포집하여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메탄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화석연료 대신에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정수 설비를 가동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는 농사에 좋은 거름으로 쓰인다. 따라서 화석 연료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도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2014년에 나렌드라 모리 총리는 국민들에게 야외 배변 없는 인도를 만들자고 호소하며 화장실 짓기 운동을 시작했다. 인도 정부는 2019년까지 야외 배변을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 아래 국제적인 지원까지 얻으면서 화장실 짓기 운동을 열심히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도에는 쉬리 화장실처럼 분뇨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자원 가치를 살리는 지속가능한 화장실 기술이 널리 보급되지 않고 있다.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뿐 아니라 생태계 오염 방지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선진공업국들 역시 지속가능한 화장실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그림: 쉬리 마을 화장실의 자원 순환 경로 (출처 www.sanrights.org)


    참고 문헌

    https://www.sanrights.org/

    http://www.bbc.com/news/business-41680867


    이순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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