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평화방송] "기후행동은 나와 우리를 위한 행동...회피하지 말아야" 이윤희 선임연구원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12, 2020.06.04 13:59:52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고정코너 '기후정의를 말한다' 6월 2일 방송

    "기후행동은 나와 우리를 위한 행동... 회피하지 말아야" 이윤희 선임연구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에 있습니다.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이윤희 선임연구원 /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뉴스를 통해 기후 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이윤희 선임연구원과 함께 기후행동을 가로막는 우리의 심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윤희 박사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건 인식하면서도 실제 행동 수준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 계속 지적되는 문제인데요. 심리학적 관점에서 짚어볼 이유가 있겠죠?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기후변화를 과학적 사실로도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많지 않고 환경, 기후변화 의식은 오래 전부터 꽤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환경정책을 연구하는 국책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줄여서 KEI라고 하는데요. KEI에서는 2012년부터 해마다 국민환경의식조사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3년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1.1%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조사인 2019년도는 91.4%에 달하고요. 다른 국가와 비교해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요.

    작년에 글로벌 조사 네트워크 WIN 주도로 한국갤럽이 참여해 39개국 성인 3만 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변화 인식조사’에서 대한민국 응답자의 답변을 보면, 기후변화 사실 인정 2위/인간 활동의 결과 인정 4위/심각성 인지 정도도 5위입니다. 그런데 이 답변에는 모순이 숨어있습니다. 우선 대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문제인데 자신의 의사를 솔직히 밝히지 않거나 모범답안을 말하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가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고요.


    ▷건강을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냐고 하면 저도 그렇고 대부분 그렇다고 모범답안을 말하죠. 기후변화 관련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라는 거군요?

    ▶네. 말씀하신 건강 문제도 그렇고 사실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한다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죠. 그런데 몇몇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기후위기의 특성 상 기후행동은 다른 행동에 비해 실천에 옮기기가 더 힘든 요인이 있다고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첫째, 기후위기를 정말 위기로 인식하느냐와 둘째, 인식하면서도 왜 행동하지 않느냐인데요. 우선 첫 번째 위기 인식에 대해 살펴보면, 사람들이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는 정도는 객관적 피해 정도가 아닌 위기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대다수의 심리학자가 기후변화라는 위기는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행동하기에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심지어 ‘인간의 뇌가 유일하게 그 어떤 대처도 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인간의 심리는 크게 개인적이고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비도덕적이고 현재 시점의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는데 기후변화는 이 중 어떤 자극도 유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후변화는 개인적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현상과 피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고요. 또 기후변화는 특정 개인, 집단, 국가가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 역시 서로 회피하고 결국 나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그러기에 기후위기는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오지 않았나요? 이대로 가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10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만 대중들은 더 시급하고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세계일보와 공공의 창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질문에 역시 8,90%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1년 내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에 대해 기후변화는 7위로 밀렸습니다. 특히 각종 기상재해로 기후위기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 예를 들어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물에 잠기는 투발루나 슈퍼태풍 하이옌을 겪은 필리핀 등과 달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은 기후변화의 대표적 현상인 기상이변은 극복 가능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도 하고요.

    실제 앞서 말씀드린 KEI의 조사 결과에서도 심각성 답변은 90%가 넘지만 본인의 입장에서 기후변화가 심각하냐는 질문에는 70%의 사람들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기후변화 피해를 물어보면 폭염과 미세먼지로 답하는데 사실 취약계층을 제외하고 폭염은 에어컨,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사는 것으로 대처하고 있으니까요.


    ▷ 기후위기 자체가 사람들이 심각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요소를 갖고 있다는 얘긴데요. 그게 기후행동을 더디게 하는 이유이기도 할까요?

    ▶또 한 가지 기후위기의 이런 특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기력감을 느끼게 하는데요. 원인과 해결 범위가 광범위한 문제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면 사람들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예일 기후변화 의사소통 프로젝트 책임자 토니 레이세로위즈는 기후위기에 대해 ‘무기력을 만들어내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다’고도 했죠. 실제 저도 요즘 기후위기 관련 강연 등을 하면 청중분들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시종일관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다가 말미에 이런 질문을 하세요. ‘그럼 대체 우리는 뭘 해야 하는거냐’ 혹은 ‘텀블러 쓰고 대중교통 타고 그렇게 하고 있긴 한데 이런 걸로 기후위기가 해결되겠냐’고요.

    또 한 가지 기후행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불확실성을 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유명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기후행동은 결국 심각한 것 같긴 하지만 미래의 그것도 불확실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지금 당장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건데 그건 인간이 특히 감수하기 어려운 조합이라고 표현했죠. 제가 강연 얘길 했는데 ‘그래서 우리가 더 뭘 해야 하냐’고 물어보셨던 분들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수반되는 전기세 인상이나 탄소세, 고기 줄이기 등을 말씀드리면 고개를 갸우뚱하시거든요.


    ▷결국 기후행동이 힘든 심리학적 이유는 회피 심리가 깔여있는 것 같아서 씁쓸해지는데요. 그렇다고 계속 피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심리학적 측면에서 원인을 파악했다면 해결책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말씀하신대로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것은 개인적 회피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결국 사회적 동조의 결여가 있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은 기후변화와 같은 사회 공동의 문제를 판단할 때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사회적 단서를 구한다고 합니다. 처음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꼈다 하더라도 내 생각이 주위 사람들과 다른 경우 대부분 그 신념이 흔들리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따라가게 되는 거죠. 이에 대해 본 인터뷰 내용의 기초가 된 책 ‘기후변화의 심리학’ 저자 조지 마셜은 사람은 어떤 행동이 그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강하게 해줄 때 동기부여 효과가 가장 크므로 사회적 지지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합니다. 기후위기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불편한 이야기이고, 기후행동을 하면 유난스러워보이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거죠.

    저는 무엇보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그 동안 문제를 타자화할 수 밖에 없는 표현 방식에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제일 대표적인 게 ‘지구를 위한’이나 ‘지구를 구하는’과 같은 아직도 우리가 많이 쓰는 말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기후위기로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지구가 아닌 우리들 인류, 그리고 인류로 인해 아무 잘못 없이 함께 고통받다 사라질지 모를 수많은 생명체들입니다. 지구 상에는 그 동안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하는데 멸종된 것은 공룡이나 삼엽충이었지 지구는 아니었거든요. 물론 거기에는 우리의 터전인 지구가 위험에 처하면 우리도 위험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지만 내가 당면한 것이 아닌 한 다리 건너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핑계가 될 수도 있거든요. 기후행동은 지구를 위한 행동이 아닙니다. 아무리 기후위기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행동하기 쉽지 않은 거대하고 확실치 않은 위기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이를 타자화하고 회피하지 않는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네. 기후행동은 나와 우리 공동체 모두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기후정의를 말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선임 연구위원이었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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