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평화방송] "폐지 주워 생활하는 '웨이스트 피커', 정당한 대가와 보호 방안 마련해야" 이윤희 선임연구원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08, 2020.05.13 13:37:33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고정코너 '기후정의를 말한다' 5월 5일 방송

    "폐지 주워 생활하는 '웨이스트 피커', 정당한 대가와 보호 방안 마련해야" 이윤희 선임연구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에 있습니다.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이윤희 선임연구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뉴스를 통해 기후 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이윤희 선임연구원과 함께 폐기물 문제를 청소노동자, 웨이스트 피커의 역할과 노동권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윤희 연구원님.

    ▶네. 안녕하세요.


    ▷그 동안 일회용품이나 쓰레기 대란 등 폐기물 문제를 몇 번 다뤘는데요. 오늘은 그 폐기물을 청소노동자나 웨이스트 피커로 대변되는 노동권 측면에서 이야기하신다고요. 그런데 우선 청소노동자는 환경미화원분들인 것 같은데, 웨이스트 피커는 다른 직업을 말하는 건가요?

    ▶네. 말씀하신대로 청소노동자는 환경미화원분들이고 웨이스트 피커는 단어 자체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굳이 해석하면 폐기물 수거자니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폐지 등 폐기물 줍는 분들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웨이스트 피커는 굳이 정의하자면 재사용 혹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주워 개인이 소비용으로 판매하는 사람을 말하고요. 고대부터 있었는데 19세기 산업화 이후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 50년 동안 도시화, 폐기물 처리와 거래가 세계화, 무역화되면서 특히 개발도상국에 많은 사람들이 웨이스트 피커로 생활한다고 합니다. 사회의 폐기물 시스템 일선에서 일하고 그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같지만 차이점은 우선 정식 직업으로 인정 여부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과 처우겠죠. 지났지만 5월 1일이 노동절이었고 뉴스타파 등 일부 언론과 몇몇 환경 활동가들이 이 분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기사와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길게는 6일 간의 연휴인데 연휴 끝무렵이면 늘 보게 되는 것이 거리와 골목마다 쌓여있는 온갖 쓰레기들이잖아요.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며칠만 멈춰도 그 심각성을 드러내는 게 이 쓰레기 문제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은데요. 재작년 쓰레기 대란도 마찬가지인데 공통점은 청소노동자와 웨이스트 피커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거죠. 하지만 웨이스트 피커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청소노동자들의 근로 조건도 여전히 열악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네. 저도 관련 기사를 본 것 같은데요. 물론 일은 고되겠지만 언젠가부터 환경미화원 채용 경쟁률이 나날이 높아진다는 소식을 몇 번 접하다보니 처우가 많이 개선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힘든 부분이 많은가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최근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공공 노동 중 가장 위험한 업종이 바로 이 청소노동이라고 합니다. 지난 3년 간 일하다 다친 환경미화원이 1948명, 비율로 따지면 50명 중 1명이 다치는 셈인데 위험한 업종으로 알려져 있는 임업이나 어업보다 높은 수치이고요. 또 지난 3년 동안 서른 네분이 돌아가셨는데 야간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어둡고 겨울이면 빙판길 등으로 인해 후진하는 폐기물 차나 다른 차량에 치이는 교통사고도 많고 장비가 오래돼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 등 안전사고가 대부분입니다. 사고를 피하더라도 매일 몸이 견디기 힘든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데요.

    2015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1명이 수거해야 하는 폐기물이 자그마치 1.29톤이었습니다. 이를 정규 근로시간인 9시간 동안 처리한다고 가정하면 한숨도 쉬지 않고 1분에 5kg의 쓰레기 봉투를 계속 들어올리고 옮겨야 한다는 건데 업무량이 가장 많은 마포구는 5분에 80kg 그러니까 쌀 한 가마니인 폐기물을 쉼없이 옮겨야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나마 차량을 이용할 수 있으면 다행인 것이 서울시만 해도 보유하고 있는 수거차량이 부족해 손수레를 이용해 수거하는 경우가 많고 차량은 적고 폐기물은 많다보니 한 번이라도 폐기물 처리장을 덜 왕복하기 위해 불법이고 위험한 걸 알면서도 적재량 이상의 폐기물을 쌓아올려 운행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각종 안전사고는 어떻게 보면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겠죠.


    ▷80kg짜리 쓰레기 봉투를 5분마다 수거해야 한다니 그게 가능한가요? 그리고 안전사고 비율이 아직도 이렇게 높다니 대책이 시급할 것 같은데요.

    ▶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지난 4월 중순에 정부가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을 내놓았다고 하는데요. 환경부는 올 상반기 중에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청소차량에 카메라와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자체와 야간 작업을 주간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 전주시의회 허옥희 의원이 무거운 쓰레기로 인한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100리터 대형 종량제 봉투 폐지를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아직 지침 수준인 종량제 봉투 배출 무게 상한도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하겠다는 계획이고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어려움이 있을 걸로 예상되는데 서로 다른 각 지자체와 위탁업체의 실정과 주민 편의 등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이 주민편의라는 것이 때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보니 안타깝습니다. 대표적으로 야간작업과 위험한 상황 예를 들어 차량이 질주하는 대교에서 형광작업복만 입고 차를 피해가며 쓰레기를 치우는 이유가 길이 막히고 보기 싫어서라는 민원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니까요.


    ▷우리 이기심이 편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 같아 안타깝고 한편으로 늦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개선책이 마련될 거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건 청소노동자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텐데요. 폐지 주우시는 분들의 상황은 더 열악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네. 그렇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웨이스트 피커란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다보니 이들의 인권과 노동권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열악합니다. 아직도 계급제도가 존재하는 인도에는 약 150만 명의 웨이스트 피커가 있는데 이들 중 80%는 사회 최하층의 신분인 불가촉천민 달리트라고 하죠. 우리나라는 인도와 같은 계급제도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는 분들 대부분 가난하고 늙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분들이라는 건 다를 바 없고요.

    2017년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폐지수집 노인 실태에 대해 첫 전국 집계를 했는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1명, 총 6만 6천 여명이 경제적 이유로 폐지를 줍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이 중 29%가 80세 이상의 고령자이고 그로 인한 수입은 월 20만원 가량인데 이걸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2200원 꼴이예요. 17년도 최저임금이 6470원인 걸 감안하면 1/3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2018년에 충북지역 인터넷 언론매체인 충북인뉴스에서 쓰레기 대란으로 인한 폐지 가격 폭락, 수거 중단, 소각장 용량 초과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던 폐지 줍는 노인분들의 사회적 가치를 환산했는데요. 예를 들어 청주권 내 폐지 수거 노인분들이 활동을 전면 중단할 경우 청주시가 부담해야 할 수거, 소각 운영비, 인건비, 사회적 비용 등을 환산한 건데 100억이 넘는 걸로 추산됐고 이는 그만큼의 폐지를 수거하며 버는 청주권 노인분들 수입 약 22억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었습니다.


    ▷폐지 줍는 노인분들의 임금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도 놀랍지만 이 분들이 없을 경우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로 인한 비용도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경제적 보상도 그렇고 건강, 안전 문제도 해결이 시급해 보입니다?

    ▶네. 말씀하신대로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보건,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우선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고 노인일자리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대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제도적 대책만큼 중요한 것이 우리의 인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기사나 글에 이 분들을 투명인간으로 표현하고 건강 문제에 만성질환도 심각하지만 우울증 의심 증상도 다른 근로 노인에 비해 3배나 많은 34%나 돼요. 거대한 폐기물 시스템이 굴러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큰 축이지만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사회의 무관심, 소외로 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최근 인도는 공식 신분증 발급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웨이스트 피커를 관리하는 정책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 중 하나는 ‘정부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도시가 비공식적인 웨이스트 피커에 의지하고 이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깨끗하고 편리한 일상을 유지하고 쓰레기가 수거되어 그나마 이만큼 재활용되고, 각종 유해물질,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쓰레기가 토양과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자부심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환경, 기후변화 문제 뿐 아니라 누군가의 노동권, 삶의 기본 조건과도 직결된 문제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후정의를 말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선임연구원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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