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많은 게 좋은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영국 정부가 최근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개인의 삶의 질과 산업계의 희생 없이도 2020년까지 11%의 에너지를 감축할 수 있다. 이른바 <제1차 국가 에너지효율 전략>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계획은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부(DECC)가 마련했다. 대상 분야는 가정, 제조업, 교통 등 전 부문을 포괄한다.

<제1차 국가 에너지효율 전략>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에너지 효율개선 정책은 <그린 딜(the Green Deal)>이라는 제도적인 틀 내에서 추진되어 왔다. 그린 딜은 영국 정부가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서 주택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비를 갖추거나 단열공사 등을 시행했을 때 정부가 그 비용의 일부를 상환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상업과 산업, 공공부문 역시 에너지 효율개선에 대한 정책적 요구가 강하고 감축 잠재력도 큰 만큼 한 단계 더 발전된 ‘그린 딜’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에너지기후변화부는 <제1차 국가 에너지효율 전략>에 따라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와 에너지 절약 비즈니스를 연구하는 5개의 <최종에너지수요센터> 설립에 약 3,900만 파운드(약 678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산하에 에너지효율관리국(Energy Efficiency Deployment Office, EEDO)을 신설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공급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강력한 에너지 효율개선 정책을 시행함으로서 2020년에는 1,965TWh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발전소 22기의 발전량과 맞먹는다. 또한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11%, 2025년까지 13%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출처: uSwitch @flickr)

하지만 아쉬운 점들도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와 폐기물 감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영국의 <제1차 국가 에너지효율 전략>에는 이런 기회들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기대되는 다양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정책 디자인과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