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의존도 낮추지 않으면 경제에 막대한 타격 입을 것”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4202, 2012.05.07 17:17:54
  • ‘석유시대의 종말’은 뜨거운 주제다. 뉴스레터 클리마도 지난 2009년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주제를 소개한 적이 있다.

     

    관련 기사 다시보기: "석유가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를 떠나야 한다" 

                             도이치뱅크 보고서 - 석유산업의 붕괴 -

     

    3년이 흐른 지금 과거의 예측은 맞았을까? 최근 원유값은 배럴 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리터 당 2천원을 웃도는 휘발유 가격을 당연하게 여기는 추세다.

     

    최근 저명 학술지 네이처지도 원유생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어 주목된다(“Oil’s tipping point has passed”). 지금까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Oil-Refinery-Pump-Image.jpgwww.hacer.org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상대적으로 저유가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원유소비가 늘면 공급도 따라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지금까지 7년 동안에는 소비가 증가해도 공급이 전혀 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평균을 내면 지난 7년간 원유가격이 해마다 1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언제부턴가 유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예측 이 불가능해졌다. 1998년에 배럴당 15달러이던 원유는 2008년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2009년에는 세계 경제 불황으로 원유소비가 줄면서 35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소비가 늘면서 다시 120달러 대까지 올라왔다.

     

    원유생산이 정점을 지났는지의 여부는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쟁 중이다. 원유업계는 전 세계 원유매장량 추정량이 계속 늘고 있어 정점은 아직 멀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전 세계 매장량은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게다가 국영기업들의 경우 원유매장량은 특급 기밀에 속하며, 실적 과시를 위해 일반적으로 부풀려서 발표하곤 한다.

     

    매장량과는 달리 생산량은 통계가 나와 있다. 2005년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약 7200만 배럴을 기록했다. 문제는 그 이후 7500만 배럴을 넘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30년까지 원유생산이 30%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예측에 불과하다. 현재 가동 중인 유전에서 매년 5%씩 생산량이 준다고 가정해보자. 2030년에 지금보다 생산량을 30%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생산능력이 6400만 배럴에 달하는 새 유전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오늘날 전 세계 원유 생산능력에 맞먹는 양이다. 이런 정도 규모로 새 유전을 개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캐나다와 베네수엘라에서 풍부한 타르샌드가 원유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캐나다 타르샌드는 2035년까지 하루 470만 배럴을 생산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타르샌드는 하루 생산량이 200만 배럴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석탄이 원유를 대체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석탄생산량은 2025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가격의 급등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경제 불황이다. 에너지 지출비용이 높으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회복이 더디게 된다. 과거에는 원유가격이 급등하면 일 년 이내에 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미국과 유럽은 원유수입에 매일 1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를 지불하고 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2010년에 리터당 75센트(한화 약 900원)였지만, 2011년에는 95센트(한화 약 1180원)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이 매일 소비하는 휘발유의 양은 약 14억 리터로 알려져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은 매일 2.8억 달러(한화 3200억원) 어치의 휘발유를 쓴 셈이 된다. 이 비용으로 다른 생활필수품을 구매했더라면 미국 경제는 쉽게 회복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1999년에 무역흑자가 220억 달러(한화 약 24조원)에 달했다. 그 후 무역수지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해 작년에는 무역적자가 360억 달러(한화 약 44조원)에 육박했다. 무역수지가 나빠진 가장 큰 원인은 원유가격 급등이다. 작년 이탈리아의 원유수입량은 1999년에 견줘 약 40만 배럴이 감소했다. 반면 원유수입 비용은 1999년 총 120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총 550억 달러로 늘어나 4배나 증가했다. 원유수입액의 증가분만큼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경제학자들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원유가격 급등을 꼽고 있다.

     

    영국은 경제회복 방안으로 석유 의존도 낮추기에 골몰하고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까지 줄이는 것을 법제화한 국가다. 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과감하게 줄이려는 것은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경우 돌아올 경제적인 이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유 공급량 감소에 대비하지 않는 국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나 곡물가격 폭등을 경험하기 훨씬 전에 이미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안양대학교 해양생명공학과 류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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