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기후난민, 그대들을 옆집으로 초대합니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086, 2012.01.26 17: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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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zaFineDay@flickr

    ‘난민’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작은 뗏목에 몸을 의지한 채 며칠 밤을 굶주리며 바다의 조류에 이끌려 이국땅이 수평선에 아련히 보일 때 쯤 몸을 일으켜 깃발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에겐 결코 익숙한 장면이 아니며, 영화에서나 가끔 출현하거나 해외뉴스에서 나올법한 장면일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설정할 수 있는 난민의 유형은 전쟁이나 정치적인 압제로 인해 도피처를 찾거나, 경제적 빈곤 등으로부터 벗어나 생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는 집단 혹은 개인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전쟁난민 또는 경제난민 등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난민의 범주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난민’ 또는 ‘기후난민’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구 온난화 및 극한기상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나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과 같은 환경파괴 등이 난민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여러 국제 보고서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과거 국제사회의 정치적, 외교적, 안보적 이슈로만 국한되어 왔던 난민 문제는 최근 들어 가뭄, 폭우, 홍수 및 지진 등과 같은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난민들이 급증하면서 이에 힘입어 기후난민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늘어나게 된 것이다. 기후난민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내용들을 취합해 보면,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생존을 위협받아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을 떠나 있는 자로 정의내릴 수 있다.

    설 곳 없는 투발루, 갈 곳 없는 국민들

    그동안 발표되어 온 기후난민에 관한 통계치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좀 더 선명해진다. 기후난민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진 남태평양 적도 부근의 섬들은 국토 전체가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투발루의 9개 섬들 중 이미 2개의 섬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상태이며, 나머지 섬들도 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투발루 정부는 만여 명에 이르는 국민 전부를 인접국가로 이주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웃국인 호주는 투발루의 단체 이민을 거부했고, 뉴질랜드는 1년에 75명의 이민만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 서유럽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평균 30만 명 정도의 난민을 수용하여 그 이상 난민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들은 2004년부터 자국 내 난민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기후난민의 수는 이미 1998년에 전쟁난민의 수를 넘어섰고, 40년 후인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4배를 상회하는 수치인 약 2억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극한 기상이변, 우리가 원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지금 당면한 문제는 기후난민이라는 단어의 개념 정의가 어떻게 되는지, 또는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후난민 문제에 있어서 우리 각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며, 더 나아가 만일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보는 실천적 측면을 살펴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난민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이론적인 문제이거나 통계적인 수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에 기반을 둔 문제, 즉 나와 너의 문제, 우리의 가족과 우리의 이웃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기후난민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내몰고 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기후난민으로 인한 대량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김정은 중심의 새로운 국가 체제로 돌입한 북한은 지난 수년간 반복되는 극한 기상으로 인해 대규모의 자연재해를 겪어왔으며, 이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하여 주민들은 극심한 빈곤에 처하는 등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해진다. 독일의 민간 연구소인 저먼워치(Germanwatch)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후위기지수(CRI)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20년간 극한 기후현상에 가장 취약했던 국가들 중 북한이 9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지난 20년간 홍수나 가뭄과 같은 극단적 기상이변을 33번 겪었으며, 이 때문에 매년 평균 7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10만 명 당 0.33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후변화 취약성이 가장 높은 국가들은 방글라데시, 미얀마, 온두라스 등 모두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 또는 빈곤국에 해당한다. 이들 국가들은 북한과 같이 재난 대책이 미비하고 정치 구조가 불안정한 나라들에 속한다.

    덜 먹고 덜 쓰는 몸짓, 지구생명연장 프로젝트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주현상과 난민 배출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의 이면에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이 버티고 있다. 이 부분에서 기후난민과 채식 또는 바른 먹거리 문제가 만나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로는 에너지를 적게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식생활의 변화가 온실가스 감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각종 육류가 생산되고 소비된 후 폐기될 때까지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얼마나 될까?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고기를 덜 먹을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 일정부분 기여하는 것이고, 이는 기후난민을 만들어내는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일이 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해 나가는 능력을 이미 오래전부터 축적해 놓았지만, 북한과 같은 빈곤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대응력이 취약하기 마련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빈곤한 나라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선진국들이 충분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 등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대다수 주민들이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인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면 정치적 이념의 대립을 넘어 우선적으로 우리의 이웃에 손을 벌려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육식 줄이기 또는 착한 소비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작은 노력만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작은 행동이 기후난민을 우리의 이웃으로 초대하는 방법인 것이다(최도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원). 

    (위 글은 월간 <비건> 2012년 1월 호 Comma's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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