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특집]신재생에너지 ‘빅뱅시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815, 2011.06.20 10:54:09
  • ㆍ저물어가는 석유·핵발전… 독일·스위스 등 ‘탈원전’ 국가·기업 늘어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Ⅱ ‘원자력이냐, 신재생에너지냐’



    “우리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것이다.” 최근 ‘탈 원전’을 선언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말이다.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원전 17기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전력의 17%를 공급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매년 1~2%씩 늘려가기로 했다. 2050년에는 전력의 80%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해 세계 에너지시장을 주도한다는 것이 독일 정부의 구상이다. 독일 발 ‘원전 제로’ 결정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발표 당일 원전 관련주들은 급락한 반면, 풍력과 태양에너지 산업을 주도해 왔던 국내 기업들의 주식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 원자력 넘어
    사실 원자력의 퇴조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눈부신 성장은 오래 전부터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형성된 뚜렷한 흐름이었다. 2004~2009년 에너지원별로 세계 평균 성장률을 살펴보면, 원자력은 0.5%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데 비해 태양광산업은 54.9%, 풍력 27.2%, 바이오 연료는 23.2%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보였다(그림 1).

    ‘뜨는’ 에너지와 ‘지는’ 에너지의 명암은 발전량에서도 확인된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량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량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가 펴낸 ‘세계원자력산업 현황 보고서 2010~2011’에 따르면, 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은 2010년 모두 381GW(기가와트)로 원자력 발전량 375GW보다 6GW가량 많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건설 및 운영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와 원자력의 성장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세계 주요국들의 에너지정책에 큰 변화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 더욱 집중되는 양상이다. 재생가능에너지 분야만이 아니다. 에너지 저장장치, 고압 송·배전과 스마트 그리드 개발 등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설비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향후 세계 에너지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상케 하고 있다.

    “미래는 재생가능에너지의 것”임을 확인하는 보고서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2500여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난달 발간한 ‘재생가능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특별보고서(SRREN)’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가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최대 77%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IPCC는 총 164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 이 중 4개를 꼼꼼하게 검토한 결과, 205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량은 연평균 100 EJ(2388만toe)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가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의 시대를 여는 것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년에 발간된 유럽 재생가능에너지협회의 보고서는 더욱 적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50년까지 유럽연합에서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이 이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안보, 일자리 창출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가량 줄여 3조8000억 유로(약 6000조원)에 달하는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일자리 수는 2020년 270만개, 2030년 440만개, 2050년에는 610만개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석유 고갈 속도 예상보다 빨라져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보고서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세계가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의 시대를 여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역사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저물어가는 석유시대다.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석유세대라고 볼 수 있다. 태어나서 땅 속에 묻힐 때까지의 삶이 온통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는 20세기 이래 ‘모든 상품의 어머니’였다. 자동차 연료인 가솔린은 물론 화학용매, 페인트, 아스팔트, 플라스틱, 합성고무, 섬유, 비누, 세제, 왁스, 젤리, 의약품, 화학비료 등이 모두 석유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석유를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의 고갈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으며, 석유 생산량은 향후 10년 이내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EA는 800개가 넘는 전 세계의 유전을 조사한 결과, 석유생산량이 연간 6.7%씩 줄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기구의 대표적인 자원경제학자 패티 바이럴 박사는 “석유가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시작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는 사양길을 걷고 있는 핵산업이다. 현재 30개국에서 가동 중인 437기의 원자로 가운데 81%인 355기는 가동된 지 20~43년이 지난 노후 원전들이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모두 64개로 알려져 있다. 핵산업의 전성기였던 1979년에는 건설 중이던 원자로가 233기에 달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수는 향후 10년 이내에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전력 생산에서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993년 18%에서 2009년 13%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력 이외의 모든 에너지로 보면 오늘날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이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이미 12.9%라는 사실과 대비된다(그림 2).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아예 탈원전을 선택하는 국가들이나 원전사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NRG에너지는 일본 도시바와 조인트 벤처 회사를 설립한 후 원전사업 투자를 해왔지만, 지금까지 투자한 4억8100만 달러 전액을 손실 처리하고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손실이 더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풍력과 태양광의 경제성은 아직 원자력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그림 3).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 육상풍력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풍력의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더 싸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 미국을 추월
    최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가 간 경쟁은 가히 전쟁 수준이다. 선두는 중국. 재생가능에너지에 관한 한 중국은 미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 2010년 544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2009년에 견줘 39%나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특히 풍력터빈과 태양광패널 제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성적이 G20 국가들 가운데 17위에 머물렀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 3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고작 12% 수준으로 늘리고 원자력 발전은 48.5%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기술력과 경제성만을 따지는 근시안적인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원자력이 주는 환상과 유혹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원전 위주의 에너지 다소비 사회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지속가능한 사회로 갈 것인가? 우리의 미래는 지금 이 선택에 달려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2011.06.21, 주간경향)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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