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침반 ― 서평] 빌 게이츠의 화장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화장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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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수: 1442, 2018.04.24 11: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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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게이츠의 화장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화장실 혁명
    이순희 지음 | 빈빈책방 | 2018년 04월


    지금은 다랭이 논으로 유명해진 남해도 사람들은 예전에 부지런하고 생활력 강하기로 소문났다고 한다. 쪽배를 타고 여수로 건너가서 인분을 걷어 만든 거름을 그 다랭이 논에 뿌렸다. 사람이 배설한 것이 비료가 되고 먹거리가 되어 사람을 다시 살린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수세식 화장실에 막대한 물을 낭비하고 그 물 때문에 더 불어난 오수를 정화하는 데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이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화장실이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도는 절반이 넘는 인구가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다고 한다.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화장실이 없어 학교에 가려 하지 않고, 여성들은 야외에서 폭행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제공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것에 버금가게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가난하기도 하고 물도 부족한 지역이다. 특히 최근에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로 인해 이들 나라에서 심한 가뭄이 자주 발생하여 물 부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변기, 오수 하수관, 처리 시설 등을 대량으로 설치할 비용은커녕, 물 공급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화장실로 대표되는 이런 시급한 문제를 겪고 있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값싸면서도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하며 경제도 발전시키고 일자리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쓰여진 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로 번 돈을 기부하는 데 쓰는 빌 게이츠 부부의 재단이 값싸고, 위생적이고 에너지와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대소변 처리 시스템을 공모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설비를 생산하고 기부해 설치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현지의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소변을 운반할 차량이나 도로의 미비, 초기 비용의 과다, 유지 보수의 어려움 등 때문이었다.


    이런 고민이 결국, 엄청난 첨단 기술로 사람들의 극단적인 욕망을 자극하여 돈을 버는 사회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을 적정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탄생시켰다. 발로 밟아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가 아프리카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까지 바꾸고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그 물로 농사를 짓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소득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의 상황에 맞게 개발된 많은 적정기술이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주민들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이 책에 생생하게 들어 있다.


    다시 빌 게이츠의 원래 요구를 실현한 새로운 화장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이들 나라에 공급되고 있다. 주민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가스는 난방, 취사와 발전에 사용되고, 고체 부산물은 훌륭한 비료로 농업 생산에 기여한다. 그런 훌륭한 아이디어와 따뜻한 마음이 이 책에 가득하다. 이런 기술이 대량으로 보급되어 이들 나라의 모든 여자 어린이들이 학교에 계속 다니고 여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소망해 본다.


    생태순환적이고 기후변화 완화 행동이기도 한 이런 적정기술, 특히 화장실 적정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똥오줌을 없애버려야 할 더러운 것이 아니라 비료라는 훌륭한 자원으로 생각했던 남해도 사람들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에 들어 있는 에너지, 식물 영양 성분들을 새로운 첨단기술과 결합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적정기술을 거울삼아 우리나라와 선진국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화장실을 만들어내고 그 부산물을 생태순환적으로 처리하는 다양한 예와 제안들이 들어 있다.


    수세식 화장실을 제일 먼저 만든 유럽을 가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동전을 집어넣어야 한다. 갑자기 여기에 맞는 동전이 없어서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미래에는 똥오줌이 소중한 자원이 되어 공중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오히려 스마트폰에 포인트를 넣어주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이 책을 읽으니 그 소망이 가능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재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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