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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20.01.31 14:51

설 연휴도 끝났으니, 2020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느낌이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환경 분야에서 굉장히 특별한 의미가 있다. 4월 22일이 ‘지구의 날’(Earth Day) 50주년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도 전 세계의 환경 분야에서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올해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합의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체결 5주년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세계가 힘을 합치기 위해 17가지 목표를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채택된 지도 5년이 되었다. 올해는 이 두 가지 중요한 세계적 합의의 성과를 평가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과 행동을 수정하는 행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협정이나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전략 수정 등을 위해 계획된 중요한 행사들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파리협정 합의 5주년과 우리나라의 대응

파리협정은, 작년 말에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탈퇴를 공식화해서 큰 위협을 받고 있긴 하지만, 1위 배출국인 중국이나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의 지지가 공고하기 때문에 올해도 5년 전에 합의한 각국의 행동이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리협정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두 가지다. 첫째, 모든 회원국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와 그 구체적인 방법을 담은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s)의 약속을 강화해서 새로 제출하는 것이다. 둘째, 회원국은 동시에 2050년까지의 장기 온실가스 저배출 발전 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LT-LEDS)을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에 이미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정했다. 이번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면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세부계획도 마저 정리되니까, 그것까지 포함해서 국가결정기여를 관리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장기 온실가스 저배출 발전 전략은 아직 그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환경부에서는 작년 3월부터 연말까지 ‘2050 저탄소사회비전포럼’을 운영하면서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12월 20일에 포럼의 권고안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 달성 목표가 포함되지 않아서 비판이 있다는 이야기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국민에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 국가결정기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는 달리 국제조약의 구속력이 없어서 ‘비전 선포’의 성격이 상당히 있는 만큼, 정부에서 포럼의 권고안을 과감하게 수용할 뿐만 아니라 더 야심 차게 발전시켜서 모범적인 장기 온실가스 저배출 발전 전략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 그렇게 되어야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회의(COP26)에서도 우리나라의 의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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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해양 회의가 해양 생태계 연구 및 보전에 기회 되길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해서 중요한 행사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14번째 목표인 ‘해양 생태계 보전’을 논의할 UN 해양 회의가 5월에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다. 굳이 해양 생태계 보전 목표만 따로 떼어내서 논의하는 이유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전 세계의 정보와 대책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발표된 기후와 생태계에 관한 주요 평가 보고서들은 정부와 과학자들이 육상과 비교해서 해양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IPCC, 즉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최근에 발표한 2개 보고서(『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와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의 변화나 그 해양의 변화가 생물과 인간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측자료와 논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IPBES, 즉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도 15년 만에 나온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 전 지구 평가보고서』에서 육상 생태계보다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역·서식지·수심·분류군별로 편차도 심해서 종합적인 평가를 위해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 UN 해양회의가 문제 개선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선 UN은 리스본 해양회의를 통해 해양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과 같은 해양 보전 정책들이 실효적인 이행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목표도 만족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해양 문제에 관한 국가 역량을 키우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도 해양 관측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해양 전망 모형의 역량도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2014년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 5월 리스본의 UN 해양 회의가 전 세계적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잘 준비한다면 이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해양생태계와 관련하여 관측 역량과 미래전망 능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제정될 쿤밍 생물다양성 목표에 미리 대비해야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두 번째 중요한 행사는 10월에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즉 CBD의 제15차 당사국 회의(COP15)다. 이 회의는 엄밀히 말하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내세운 회의는 아니지만, 14번째 목표인 해양생태계 보전과 15번째 지속가능발전목표인 육상생태계 보전이 가장 중요한 주제다. 올해 열리는 회의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2020년대를 여는 해에 열리기 때문에 10년 주기의 생물다양성 전략 계획이 새롭게 설정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196개 회원국은 지난 10년 동안,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고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2010년에 제정했던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Aichi Biodiversity Targets)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는 20개인데, 목표기간이 끝나는 2020년 현재 과학자들의 잠정적인 평가는 대부분의 목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평가 범위를 우리나라로 좁혀도 그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IPBES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가 보고서』(2018)에서, 한·중·일 3개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가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 20개 중 3개에서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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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만큼, UN은 이미 작년 4월 총회에서 2021년부터 2030년을 ‘생태계 복원의 10년’(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으로 선포했다. 황량하고 오염물질로 가득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특단의 생물다양성 목표가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하겠다. 그래서 쿤밍 회의에 대한 기대가 더더욱 크다.
이미 CBD는 지난 1월 초에 포스트-2020 전 지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초안을 공개하면서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를 대체할 20개의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아래의 목록)를 제안했다. 목록의 제목처럼,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 매우 시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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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IPBES. (2018). The IPBES regional assessment report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for Asia and the Pacific. Bonn, Germany: Secretariat of the 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Open-ended Working Group on the Post-2020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2020). Zero draft of the post-2020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CBD/WG2020/2/3). Montreal, Canada: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UN General Assembly. (2015). 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번역: 외교부). New York: United Nations.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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