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한국, 지역·계층 불문 ‘위험의 일상화’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939, 2011.08.01 10:46:31
  • ㆍ구제역·방사능·수해… 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우리 집에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놀랍고 당황스럽다.”(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주민 이모씨·56)


    지난주 서울지역을 휩쓸고 간 수해는 ‘위험의 일상화’를 보여준다. 한국의 대표적 부촌인 강남 주택가가 산사태로 피해를 입고, 광화문 거리가 속절없이 물에 잠기는 사태는 위험이 지역과 계층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처럼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징후는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이미 감지됐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방사능 피폭’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는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고, 살처분한 가축 매립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더 풍요롭고 편안한 생활을 약속받았다고 생각한 시민들은 이제 ‘절제’하거나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한 보복을 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나 과학자들의 대처는 안이하다. 일본 원전 사고 당시 정부와 기상청은 편서풍 때문에 한반도에는 방사능 물질이 날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시는 이번 침수에 대해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법한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하늘’로 돌렸다. 이 같은 태도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커녕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우면산 산사태 등은 과학자들이 감지할 수 있었음에도 대비를 하지 않아 ‘위험’이 ‘재앙’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컨텐츠학과 교수는 “한국은 위험사회를 넘어 사고사회”라며 “최근 수해도 마구잡이 개발이 초래한 것인데, 사회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환경문제는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걱정이 앞서야만 눈에 보인다”며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위기를 위기 그대로 볼 수 있는 사회적 눈이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이 만연한 사회는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수해를 입은 이들은 ‘내가 아무것도 조절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난다면 두려움은 더 빨리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해와 같은 재해는 위험사회의 전형”이라며 “이런 위험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보편화되면 이 위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불안증폭사회>의 저자인 심리학자 김태형씨는 “수해는 정부 대처 방식이 미흡한 탓도 크다”며 “그런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려 하지 않으니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 불만을 강하게 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07.31, 경향신문, 김향미 정희완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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