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험지수 4.14%…173개국 가운데 124위

세계에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피해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태평양의 섬 국가인 '바누아투'다.

23일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독일 본 유엔대학 '환경과 인류안전 연구소'는 최근 발전원조연맹의 의뢰로 세계 173개국의 위험도를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바누아투가 32%의 평점을 받아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이어 ▲통가 ▲필리핀 ▲사모아제도 ▲과테말라 ▲방글라데시 ▲코스타리카 ▲캄보디아 등의 순이었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위험도가 가장 낮은 국가 1, 2위는 0.02%와 0.72%의 평점을 얻은 카타르와 몰타인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지수가 비교적 낮은 나라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아이슬란드, 바레인,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이다. 우리나라는 위험지수가 4.14%로 나타나 173개국 가운데 124번째로 위험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위험도를 자연재해 또는 기후변화에 따른 외부 위협요인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사회적, 경제적 요인을 함께 고려했다.

위험도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요인들 즉 국가별로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에 노출된 정도와 민감도, 적응역량 등을 종합해 취약성(vulnerability)을 평가한 결과다.

재해 피해가 단순히 기상학 또는 지질학적인 현상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건 아니며 사회경제적 조건 역시 피해규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대표적인 사회경제적 조건은 교육수준, 빈곤률, 국민의 영양상태, 국가제도 및 기관들의 역할과 기능 등이다.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의 피해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네덜란드와 헝가리다.

이 두 국가는 모두 재해 노출도가 높고 민감도도 큰 편이다. 하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의 사회, 경제, 생태적 대응역량을 갖고 있어 전체 위험지수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분류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진도 9.0의 강진에 약 2만5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일본과 진도 7.0의 지진에도 22만명이 목숨을 잃은 아이티의 엇갈린 운명은 이 두 나라가 가진 적응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1.06.23, 뉴시스, 배민욱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