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 한방울 안 쓰고도 따뜻했네…왜? 태양을 잡았으니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345, 2011.02.01 16:56:56
  • 밖은 영하 6.1도인데, 실내는 영상 24.1도였다. 창가의 화분에는 노란 수선화 꽃도 달렸다. 지난달 23일 강원 홍천군 살둔면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 마당은 눈에 덮였지만, 석유 한 방울도 때지 않는다는 실내는 봄날처럼 훈훈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집주인 이대철씨(66)가 창밖을 가리켰다.

     

    “이 집의 유일한 난방원은 태양입니다. 태양이 데워 놓은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열을 잘하는 거죠. 밖이 영하 20도여도 집 안은 아침 21도, 저녁 23도쯤 됩니다.”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에너지 사용량이 기존 주택보다 획기적으로 적은 우리나라 첫 패시브 하우스다. 에너지 절약형 주택에 관심이 많은 이씨 부자가 독학으로 지어 2009년 준공했다. 보일러는 아예 설치하지 않았고, 지붕엔 태양열 집열기를 달았다. 전기는 들어와 월평균 5만원 정도 요금을 내지만, 155㎡(47평) 주택의 난방비는 0원이다. ㎡당 석유 사용량이 1.5ℓ이하로, 우리나라 평균 16~20ℓ의 10분의 1 이하다.

     

    일단 열 샐 틈 없는 단열이 비결이었다. 단열성이 좋은 24㎝짜리 탄소스티로폼에 석고 보드를 댄 구조단열패널로 벽, 바닥, 천장까지 둘렀다. 햇볕 사각지대가 생기는 아파트식 ‘田’자 구조 대신 부엌-거실-서재-침실을 일자형으로 이어 태양열이 고루 들도록 설계했다. 남쪽에는 방마다 2개씩 창을 내고, 북쪽에는 21m짜리 벽 전체에 딱 하나만 창문을 달았다. 밤에 유리창으로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창문마다 두꺼운 나무 덧문도 덧댔다. 이씨는 “유리창을 통한 열 손실이 크다”며 “전원주택에 많은 통유리창이나 천장 창문은 열을 빼앗아가는 주범”이라고 했다.

     

    이 집의 바닥과 벽은 ‘난로’ 역할도 톡톡히 한다. 한번 들어온 열이 식지 않도록 바닥엔 천천히 달궈지고 천천히 식는 타일을 깔고, 방 사이엔 진흙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태양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는 흐린 날엔 거실 화덕난로 ‘페치카’에 장작을 땐다. 1시간 때면 36시간 따뜻하다더니 불씨가 꺼졌는데도 온기가 여전했다. 밀폐 공간이지만 갑갑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열 회수형 강제환기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신선한 바깥 공기가 땅속 파이프를 타고 지열로 20도 정도로 데워져 실내로 들어온다.

     

    이씨의 아들 이훈씨는 “주택 난방 에너지원인 화석연료가 바로 온실가스의 주범”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살둔에 ‘제대로 된 집’을 지어 화석연료 없이도 냉난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너지 문제와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은 4000여명이 벌써 다녀갔다. 이날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주최로 열린 ‘저에너지 주택 실현 훈련과정’ 참가자 40여명이 찾아와 설명을 들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가정·회사의 냉난방용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우리나라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 같은 저에너지 주택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02.01, 경향신문, 최명애 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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