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느끼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하다. 살아가는 동안 지금 알고 있는 세계와 사회가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 슬프고 두렵다.”

“절망적이었다. 정부가 모든 걸 알고, IPCC와 파리협정에 다 참여해 놓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거다. 공허했다.” (청구인 김도현 17세, 2020년 3월 13일 한겨레신문 인터뷰).

대한민국 청소년 19명은 2020년 3월 13일 ‘슬프고 두렵고 공허한’ 마음으로 헌법재판소에 기후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사실, 소송이 제기될 당시만 해도 ‘캠페인’이 아니냐는 반응들이 많았다. 국회와 대통령의 정책적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나서서 위헌이라고 판결해 줄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지난 일 년 동안 국내외 기후 정세는 급변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해 9월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채택했고, 대통령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강력한 기후외교를 펴고 있다. EU, 캐나다, 일본도 2050년 탄소중립, 2030년 절반 감축을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최근 독일의 「기후보호법」이 일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계기로 대한민국 청소년 기후 헌법소송의 경과를 살펴보고 결과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먼저, 대한민국 청소년 기후헌법 소송의 대상과 위헌사유를 살펴보자.

대한민국 헌법은 130개의 조문을 두고 있다. 이 조문들이 모두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고, 우열이 있다. 그중 으뜸은 헌법 제10조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공동체 최고의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 이를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무’라 한다.

광범위한 과학적 보고와 유엔의 공식문서들, 유엔 인권규약들에서 확인되다시피, 기후위기는 미래세대의 생명권과 건강권, 환경권을 위협한다. 기온상승으로 인한 폭염, 대형 산불, 강화하는 태풍, 긴 장마, 빙상의 해빙과 해수면 상승, 북극 바다얼음의 쇠퇴, 해양의 온난화와 산성화, 생물의 멸종, 가뭄과 폭우, 물 부족, 식량문제와 기후분쟁, 기후난민 등 기후변화가 건강권과 환경권,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국가―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보호될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야 하고, 대통령은 행정작용을 통해 국회가 정한 감축목표를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2010년에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제42조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부’가 정한다고 함으로써 스스로의 입법의무를 저버렸다. 헌법 제75조는 법률이 대통령령에 위임하려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라고 하였건만, 아무런 범위도 정하지 않은 채 막연히 대통령령에 백지위임하였다. 이 자체로 위헌이다.

또한, 정부는 대통령령(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25조 1항)을 세 차례에 걸쳐 제·개정하면서 표현 방법을 바꿔가며 배출목표를 5억 4,000만 톤 언저리에 고정해 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2020년까지 배출량을 5억 4,300만 톤으로 줄이겠다고 정했으나, 그 기간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2020년까지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지자, 2016년에 슬그머니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목표 달성시기를 2030년으로 멀찌감치 미뤘다.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기야 7억 톤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기묘한 수치로 표현을 바꿨다. 그러나, 그 절대적 수치는 박근혜 정부와 같은 5억 3,600만 톤이다. UN환경계획의 평가보고서 및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문서 등에 의하면 이 감축목표로는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내용, 즉 기후파국의 도래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2°C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기온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처럼 느슨한 목표를 추구한다면 3°C 이상의 기온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청소년 기후헌법소송의 대상은 3개이다. 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부가 정하도록 백지위임한 것이 헌법 제75조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 ②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31일에 개정한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환경권 등을 보호하기에 미흡한 수준이므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다는 점 ③ 박근혜 정부가 2016년에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시기를 2030년으로 미루면서 사실상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폐지한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보호에 관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한다는 점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2021년 3월 24일 독일의 기후대응법에 대해 일부위헌 판결을 하면서, 대한민국 청소년 기후헌법소송도 전기를 맞고 있다. 위 판결의 개요는 이렇다. 헌법소송의 심판 대상은 2019년에 제정된 독일의 「기후보호법」이다. 이 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55%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에너지, 산업, 교통, 건물, 농업부문의 연간 탄소예산(=배출 허용량)을 정해 놓고 있다. 해당연도에 배출허용량을 초과하면 그다음 해로 이월된다.

대한민국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일견 급진적이라고 보일 정도로 잘 만들어진 법인데, 그럼에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왜 이 법이 위헌이라고 한 것일까? 위헌의 요지는 이렇다. “기후보호법은 2031년 이후의 배출 감축을 위한 충분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2030년 이후 미래세대에게 온실가스 감축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한다. 다음세대를 극단적인 금욕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생명의 자연적 기초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투명한 지침을 더 빠른 시기에 규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위헌판결에 따라, 독일 정부는 내년 말까지 2031년부터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방법을 마련하여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독일과 같은 ‘대륙법계’로서 헌법적 원리의 전개가 매우 유사하다. 또한, 독일의 헌법재판소가 나치의 ‘합법적’ 파시즘에 대한 반성에서 설립되었듯이,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는 군사독재를 폐지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이다.

필자는 피청구인 대통령과 국회는 청소년들의 청구서에 대해 어떻게 답변했을지 궁금했다. 지난 5월 21일에 청구인 청소년들로부터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대통령의 답변서에는 “청구인들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 정부는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국회는 아예 답변서를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청구인들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절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IPCC <1.5°C 특별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에 비해 45% 감축해야만 2050년 순 배출 제로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와 대통령은 30년 후에 순 배출 제로에 도달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당장 10년 후의 목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국회와 대통령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면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와 같이 ‘다음세대를 극단적인 금욕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뜨리’게 된다.

기후소송 담당변호사에게 판결의 전망을 물었더니, “입법부와 행정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면, 사법부가 이에 개입해야 합니다”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말해 주었다. 대한민국 경제는 탄소 다배출 산업에 기반하고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건 거대한 도전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머뭇거리는 이유를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바로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나서서 이 위헌적인 상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1항과 시행령 25조 1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해 주고, 국회와 행정부에 파리협정에 따라 2°C 상승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기온상승을 저지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