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 얼음이 녹으면 기후위기가 훨씬 극심해진다 <청소년을 위한 기후 이야기 (4)>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265, 2019.11.20 10:59:41
  • 지구온난화 이야기가 나오면 북극곰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점점 녹아들어 좁아진 얼음판 위에서 북극곰이 위태롭게 몸을 가누고 있는 영상이다. 물론 북극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의 생명이 위태롭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만 위험해질까?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은 북극 일로만 끝나지 않는다. 
     
    북극 얼음이 무서운 속도로 녹고 있다
     
    북극에는 일 년 내내 얼어있는 얼음도 있지만, 여름에 녹았다가 겨울에 얼어붙는 얼음도 있다. 1980년대부터 북극에서는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서 여름에 녹아내리는 얼음의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0년대부터는 여름에 녹았다가 겨울이 되어도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얼음이 생성되지 않는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왜 그럴까?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기온 상승을 가속하기 때문이다. 북극 얼음은 하얀색 계통이라 태양빛을 잘 반사하지만, 기온이 높아져 얼음이 줄어들면 태양빛을 훨씬 더 많이 흡수한다. 겨울이 되어도 다시 얼어붙는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형성되는 얼음층의 두께도 점점 얇아진다. 면적이 줄고 두께가 얇아진 얼음은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갈 때는 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린다. 
    결국 북극에서는 최근 50년 사이에 얼음의 평균 두께가 절반가량 줄었다. 과학자들은 금세기 안에 여름철에 북극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한다. 북극 얼음이 점점 빠르게 녹아내리면 지구 온도는 더욱더 빠르게 올라갈 것이고, 해양대순환에까지 변화를 몰고 와 지구 기후에 더 큰 충격을 미칠 것이다. 
     
    북극 기온이 오르면 해양의 흐름이 바뀐다 
     
    지구의 바다는 끊임없이 흐르면서 극지와 적도 사이를 오가고 이 대륙 저 대륙을 휘돌아 흐르며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를 오고 간다. 해양대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때는 적도의 열을 품은 멕시코만류가 북대서양에서 북극을 향해 올라오면서 유럽 기온을 온화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극지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묽어지면, 지구의 열을 골고루 분산하는 해양 컨베이어벨트가 느려지거나 중단될 수 있다.[1]
     
    만일 그렇게 되면 적도에는 열이 계속 쌓여 심각한 폭염이 계속되고 유럽에는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이다. 영화 <투모로우 (원제 The Day before Tomorrow)>는 해양대순환이 느려져 북반구에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와 모든 것이 얼어붙는 상황을 가정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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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고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반구 온대 지역에 여름에는 극심한 폭염이, 겨울에는 극심한 한파가 닥칠 수 있다. 
    2003년 유럽에 닥친 폭염은 충격적일 만큼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 당시 섭씨 44도의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프랑스에서는 1만5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유럽 전역에서 3만여 명이 사망했다. 2010년에 러시아에서는 56,000명이, 2015년에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수천 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도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에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닥쳤고, 일부 지역에서는 46도에 달하는 기온이 관측되었다. 미국에서는 8천만 명에게 폭염 경보가 내려졌고, 일본에서는 일주일 사이에 65명 이상이 사망했고, 무려 23,000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주에서는 27일 동안 섭씨 45도를 웃도는 이상 고온으로 1천 명 넘게 사망했다. 
     
    북극 기온이 오르면 극소용돌이와 제트기류가 달라진다
     
    최근 들어 점점 심해지는 폭염과 한파는 극소용돌이와 제트기류와 관련이 있다. 극소용돌이는 북극과 남극의 찬 공기를 감싸고 있는 소용돌이 모양의 강력한 저기압 흐름이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와 적도 부근의 더운 공기 사이를 가로지르며,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흐르는 공기 흐름을 일컫는다. 제트기류는 일반적으로 건물 출입구에 설치된 에어커튼처럼 여름에는 더운 공기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찬 공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2]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과 적도 부근 사이에 형성된 공기 덩어리들 사이의 기압과 온도 차이가 약해져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공기가 천천히 흐르면서 깊은 굴곡이 생긴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남쪽의 더운 공기가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같은 위도에 속하는 지역이라도 구불구불 흐르는 제트기류의 영향권 중에서 어느 곳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겨울에는 한파를, 여름에는 폭염을 겪게 된다. 다음 그림은 2019년 1월, 미항공우주국이 지표 온도를 측정하여 만든 자료다. 영하 40도 이하의 차가운 공기(보라색 영역)가 구불구불한 모양을 이루면서 해안 지역을 제외한 북미 대륙 전체를 덮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극심한 한파는 극소용돌이가 이처럼 남쪽으로 밀려 내려와 일어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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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 기온이 오르면 태풍과 허리케인이 점점 강해진다
     
    태풍, 허리케인의 원동력은 따뜻한 바닷물에서 나온다. 태양에너지가 적도 바다를 데우면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바다 수면 위에 모인다. 저기압은 주변의 덥고 습한 공기를 계속 빨아들여 회오리바람을 만들고 태풍이나 허리케인으로 발전한다. 태풍과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에는 적도 부근의 수온이 떨어진다. 이처럼 태풍과 허리케인은 적도 지방에 쌓인 열을 중위도 지방으로 보내 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해양대순환이 정체되어 수온이 상승하면 공기가 따뜻해지고, 따뜻해진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하게 된다.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태풍과 허리케인이 강해지고 잦아질 확률이 높다. 또한 예전보다 강풍의 강도가 훨씬 더 커질 뿐 아니라, 해일과 폭우의 공격도 심해진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바닷물이 팽창하여 해일의 규모 역시 훨씬 더 커질 뿐 아니라 더 따뜻해진 공기가 더 많은 습기를 빨아들여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폭우가 쏟아진다. 
    많은 열대 저지대 국가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 해마다 닥치는 폭풍해일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더 잦아지고 있어서다. 2018년 가을 사이클론 망쿳이 필리핀에 상륙하면서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를 일으켜 최소 9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실종됐다. 
    게다가 세계 최대로 꼽히는 40여 곳의 삼각주 지대에는 3억 명 이상이 거주한다. 1980년 이래로 40년 사이에 이곳에서는 열대성 사이클론과 폭풍해일 때문에 무려 25만 명이 사망했다. 해수면이 50센티미터 상승하면 이 지대에 사는 1억 이상의 인구가 홍수 피해에 시달릴 것이다. 
    2017년 여름, 대형 허리케인 세 개가 잇달아 미국을 강타했다. 8월에는 허리케인 하비가 텍사스를, 9월에는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를, 같은 달 허리케인 마리아가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공격해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2017년 여름 허리케인 하비가 발생하기 직전, 멕시코만 수온은 30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하비가 지나간 뒤에도 수온은 떨어지지 않고 28.5도가량을 유지해서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가 뒤이어 발생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2018년 9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플로렌스는 90센티미터 넘는 폭우를 뿌려 막대한 피해를 냈다. 이어 10월에는 허리케인 마이클이 발생해 허리케인 4등급으로 위력이 커진 채로 플로리다로 들어왔다. 마이클은 상륙 당시 무려 시속250킬로미터의 강풍을 뿜어내 막대한 피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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