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송의 전기화, 석유 100% 수입국이 반드시 가야 할 길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732, 2019.06.13 11:34:02
  • ‘세계가 여전히 석유의 시대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면 한편은 맞고 한편은 그르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석유를 연료로 움직인다는 면에서는 여전히 석유의 시대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은 석탄, 가스, 원자력에서 나오고 난방은 대부분 천연가스로 한다는 면에서 보면 분명 석유의 시대는 지났다. 미래에 전기차가 대세가 된다면 석유의 운명은 어떻게 되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우선 현재 석유의 사용처를 알아보기로 하자. 제1, 2차 오일 쇼크(1973년, 1978~1981년) 이후로 단위 에너지 당 석유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높아지면서 석유 수요는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기 힘든 산업 원료와 수송 연료 두 부문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에너지 수요의 다른 두 축인 전기 생산과 열원(난방열과 산업용 열)으로는 원자력, 석탄, 천연가스가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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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두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기 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고, 석유 수요는 대부분 석유화학 원료와 수송용 연료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석유가 전기 생산에서 퇴출당한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석유 수요의 50% 이상이 산업원료로, 총 수요의 60% 이상이 산업원료와 산업연료로 사용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한정된 특이한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산업이 크게 발달하여 각종 플라스틱 원료, 정제유 등 석유제품 수출이 활발한 것과 관련이 깊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수송용 비중이 산업용 비중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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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그림으로 보면, 미국의 총 석유 수요 중 72%를 차지하는 것이 수송용이고 세계적으로는 수송용 연료 비중이 64.5%에 이른다. 석유 안에는 화학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어 플라스틱 등 각종 화학제품을 만드는데 석유가 필수적이다. 이에 비해 전기와 난방은 다양한 에너지원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한 연료를 우선하여 사용한다. 석유가 이 부문에서 퇴출당했다는 것은 더는 이 부문에서 경제성을 가질 수 없을 만큼 비싼 에너지원이라는 뜻이다. 석유 가격이 점차 상승하면서 이제 석유는 다른 연료로 대체하기 힘든 수송용 에너지원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석유화학 원료로서의 석유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상품의 원료로서 그러한 상품을 만드는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지 않는다. 물론 이때 화학공정을 위한 열 등의 에너지가 사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에너지가 어떤 에너지냐에 따라 온실가스를 배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된다. 따라서 석유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것은 수송연료 분야에서이다.
     
    그런데 에너지원으로서 석유가 얼마나 비싸길래 수송연료를 제외하고는 에너지원에서 퇴출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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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일차에너지원인 석유, 유연탄, LNG를 비교하면 석유가 열량에 따른 가격이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이 일차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를 전기와 열 생산에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약 석유가 독점적으로 수송에너지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석유는 에너지원에서 퇴출되든가 아니면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었어야 할 것이다.
     
    지난번 기획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믹스에서도 왜 전기자동차가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효율적이고 탄소를 더 적게 배출하는지를 밝혔다. 그리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거기에 비례하여 전기차의 탄소 배출이 줄어들게 되어, 환경적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우수하게 될 것임도 밝혔다.[1] 석유보다 더 비싼 전기로 구동하는 차량이 석유 구동 차량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것은 전기의 우수한 효율 때문이다. 휘발유 차량의 경우 총열량에서 실제 차량을 구동하는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되는 효율이 20%가량이지만 전기 모터의 경우는 그 효율이 90%를 상회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값비싸고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석유를 많은 부분 허비하고 다니는 셈이다. 만약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면 석유 열량의 30~40% 정도의 전기만 생산해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화의 핵심이 ‘수송의 전기화’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소비자는 매년 얼마의 돈을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고 또 우리나라는 얼마의 외화를 수송용 연료로 지출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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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표에서처럼 우리는 수송연료 수입에 매년 25조원이 넘는 막대한 액수의 외화를 외국에 지불하고 있다. 연료 수출국 대부분이 정정이 불안하거나 값싼 석유를 퍼올려 판매해 전제적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나라들이다. 그리고 실제로 소비자가 지출하는 비용은 원유 정제비용, 정유사 이윤, 세금 등을 포함하면 원유 가격의 2배가 넘는다. 이 비용이 대략 40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면, 이는 태양광 발전소 27GW 용량을 매년 지을 수 있는 돈이다. 태양광발전 이용률이 15% 정도이니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35.5 TWh로서 우리나라 총발전량 576 TWh[2]의 6.2%에 해당하는 양이다.
     
    만약 2030년에 현재 석유기반 수송연료의 절반이 전기로 대체된다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을 돈이 12조원에 이를 것이다. 이 돈이 전기차 운행을 위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과 그 전력 구매에 사용된다면 국민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구나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건설 기자재, 인력 및 기술의 상당 부분이 국내에서 조달될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큰 경제적 효과와 함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중심이 될 태양광은 중소기업, 협동조합, 농민 등의 개인 중심으로 이들이 생산하는 전력의 구매로 대기업이 아닌 경제 단위에 돈이 돌아가기 때문에 빈부격차 해소와 경제구조 개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구나 국민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에너지를 중동 등 정정이 불안한 국가에 의지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의 안전도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근래 주로 한국, 일본 등에서만 얘기되는 미래 수송수단으로서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효율이 훨씬 낮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깨끗한 전기로 출발하여 수소차를 구동할 경우, 전기분해, 압축, 충전, 연료전지발전, 모터 등에서 많은 에너지 손실이 있어 최종 에너지 효율이 22%에 불과하다. 전기차에 비해 절반 이하의 낮은 효율을 보인다. 만약 값싼 화석연료, 예를 들어 천연가스나 유연탄에서 수소를 뽑아 쓰는 더러운 수소를 충전해 수소차를 구동한다면, 비용 면에서 전기차에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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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유로 세계 미래 자동차 수요 예측에서는 수소차의 비중이 극히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는 2018년 세계 자동차 판매 예측 보고서에서 2040년에 전기차 비중이 5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 중 배터리 전기차(BEV)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그다음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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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석유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송연료가 위의 예측처럼 빠른 속도로 전기로 대체된다면 세계 석유 시장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고 그에 따라 석유를 둘러싼 국제정치도 심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 에너지 수급 정책을 세울 때, 전기의 재생에너지화와 함께 수송의 전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혹시 수소차를 통해 기존 화석연료산업의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든가 기존 거대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의 기득권을 보호하려 하는 시도가 있다면, 이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세계적 수송혁명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시도가 성공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보면 이것이 현실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소위 수소경제 활성화를 모토로 향후 대대적으로 수소차의 보급에 나선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2040년까지 수소 승용차 275만대 보급을 필두로 버스, 트럭 등 290만대의 수소 차량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필요한 수소의 생산, 운송, 충전소 투자에 엄청난 돈을 들이겠다는 계획 또한 세우고 있다 . 이는 2040년 전기차 830만대 계획의 35%를 차지하는 비중으로서, 이는 블룸버그의 세계 전기차 전망과 전혀 일치하지 않은 계획이다. 더구나 배터리의 에너지밀도와 충전시간이 빠르게 개선되고 가격 또한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버스와 트럭 등의 대형차에서도 전기차의 보급이 수소차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어떤 수소를 사용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정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 천연가스로부터의 추출 수소를 사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먼 장래에 재생에너지가 남아돌 때의 전기로 수전해하여 사용하겠다는 계획과 외국으로부터 수전해 수소를 수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3] 결국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수소차 보급 계획은 탄소를 배출하는 수소를 사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측면에서 화석연료산업과 자동차 산업 기득권을 보호하면서 지구환경을 더럽히는 계획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율로 2030년에 20%를 계획하고 있고 2040년에 최대 35% 계획을 입안하고 있는데[4],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수소화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이 정도의 재생에너지 간헐성은 ESS나 양수발전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스마트 요금체계에 의한 전기차 충전으로 에너지 저장 필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때가 온다면, 재생에너지의 계절적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기에서 전환된 수소, 메탄, 암모니아를 에너지운반체(energy carrier)로서 에너지를 장기간 저장해야 할 것이다. 그때에도 수소차는 필요하지 않다. 이런 에너지운반체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그 전기를 전기차에 충전하여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부산물로 생산되는 열은 주택 난방이나 산업용 열로 사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에너지운반자에 의한 전기와 열 생산을 해야 할 때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가장 낮고 난방열이 가장 많이 필요한 겨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수소차를 위한 수소경제에 국가적 역량을 소진할 것이 아니라, 그 자금으로 전기차와 배터리의 개발과 보급, 전기충전소 확충, 재생에너지의 대대적 개발에 힘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1]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5028전기차 지금 사도 되나? – 전기차의 공익과 편익
    [3] 3차에너지기본계획산업자원통상부, 2019 6, 83페이지 이하.
     

    김재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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