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기후와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으로 보는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200, 2019.06.13 11:29:05
  • 최근 어느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이 일본보다도 많다고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기를 낭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통계는 정확한 수치를 들여다봐야 의미가 이해된다. 즉, 한 나라의 전체 전력 소비량을 인구로 나눈 1인당 전력 사용량은 ‘전력 소비량’과 ‘인구’ 외에는 다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사람’ 외의 전력 소비 주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견주어 얼마나 전력을 소비하는지 알고 싶다면 ‘가정용’ 또는 ‘주택용’ 전력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래서 OECD 회원국의 주택용 전력 소비량을 인구로 나누어 보았는데, 그 비교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연간 10094 kWh로 일본의 7617 kWh보다 많다. 그러나 그 원인은 일본의 1.9배가 넘는 산업 부문의 전력 소비량이다[1]. 주택용(가정용) 소비량은 1342 kWh로서,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 일본의 2120 kWh에 비하면 6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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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친김에 전력뿐만 아니라 다른 최종에너지원까지 모두 포함한 가정의 에너지 소비량을 보면 신선한 정보가 나올까? 다음은 OECD 회원국의 주택용 에너지 소비량을 각 나라의 국민 수로 나눈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니 우리나라 국민이 실제로 일본 국민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전력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 일본보다 적게 쓰지만, 도시가스 소비량이 일본보다 많다. 왜 도시가스일까? ‘LNG로 발전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에너지 소비량은 전 부문이 아니라 ‘주택용’이다. 그렇다면 도시가스는 난방, 취사, 급탕에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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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다른 나라들도 다시 눈에 들어왔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캐나다 등, 주로 추운 나라 국민들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성공하고 있으며 우리가 모범으로 여기는 독일 국민도 OECD 평균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그래서 각 나라의 연평균기온이 주택용 에너지 소비량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봤다. 면적이 넓은 나라는 국토 전체에 국민이 고루 퍼져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인구가 집중된 ‘수도’의 연평균기온과의 상관관계를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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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그림에서 보듯, 주택부문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기후와 상관관계가 크다. 이 상관관계는 우리나라의 광역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광역시도의 연평균기온과 가정용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앞의 OECD 국가 비교보다는 상관관계가 약하지만, 따뜻한 지역(제주, 부산 등)이 추운 지역(강원, 충북 등)보다 에너지를 훨씬 적게 쓰는 경향을 알 수 있다. 가정에서 여름 냉방보다는 겨울철 난방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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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차이는 상식적으로도 그 이유를 미루어 이해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실내와 실외 온도의 차이가 10°C를 넘지 않는다(예를 들어, 실외 기온이 35°C일 때 실내 온도를 28°C로 낮추고 싶다면 7°C 차이). 그러나 겨울에는 그 차이가 20°C를 넘기기 십상이다(예를 들어, 실외 기온이 영하 5°C일 때 실내 온도를 18°C로 낮추고 싶다면 23°C 차이).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기후온난화가 더 심해진다고 해도, 단기적으로는 여름에 전기를 아끼는 것보다는 겨울철 난방/온수 효율을 높이는 정책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고 해석해도 되겠다. 즉, 겨울에 쓰는 에너지, 특히 도시가스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 우리나라 가정부문 에너지 사용량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저녹스(低NOX)보일러[2]를 과감하게 도입하면 에너지 사용총량 절감 차원에서도 효과가 크고, 미세먼지 저감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저녹스보일러는 미세먼지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도 기존보일러(100 ppm)보다 80% 덜 배출(수도권대기환경청, 2017)하고 효율도 11% 더 좋다(서울시, 2017). 석탄화력의 발전 전력이나 제철제강 산업의 미세먼지는 주거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사업장에서 배출되지만, 미세먼지는 주거지역, 심지어 주거 건물 자체에서 배출(1차배출 미세먼지 및 2차생성 미세먼지의 전구물질)된다. 대기정체 시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악화하는 원인이 경유차(승용차, RV/SUV, 화물차, 건설기계)도 있지만 고농도 비상조치에서 벗어나 있는 게 도시가스를 쓰는 난방/온수 보일러로 파악되고 있다. 대기정체 시에 서울을 비롯한 도시의 주거용 시설과 상업/공공시설은 건물이 있는 그 자리에서 엄청난 도시가스를 소비한다(서울시는 상업공공시설이 1위, 주거용 시설이 4위다; 다음의 표 참고). 그래서 질소산화물도 바로 거주자/사무 종사자 바로 옆에서 배출되어 결국 미세먼지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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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러 대당 20만원 정도의 보조금 지급이나 고효율에 따른 도시가스 소비량 저감과 같은 경제적 편익뿐만 아니라, 대기정체 시의 거주지 주변 고농도 미세먼지 상승 완화 가능성을 홍보한다면 보일러 교체 비율을 현재의 정책목표보다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4월 29일에 전 국민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반기문 위원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경석, 2019). 겨울에 쓰는 에너지의 획기적인 절약 대책이 그 요법의 하나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1] 다만 그렇다고 산업 부문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느냐의 문제는, 다른 기회를 빌어 연구해 보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고착화한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와, 그 구조에 따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라고도 부르며, 배기가스로 버려지는 높은 온도의 열을 흡수하고 재활용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이 좋고 질소산화물 저감효과가 큼.
     
    참고문헌
    고경석. (2019, 4월 29일). 반기문 “미세먼지 국내부터 획기적으로 줄여야… 충격요법도 필요.”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4291592058058
    국립환경과학원. (2018).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서비스.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기상청. (2018).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분석서. 서울: 기상청.
    서울시. (2017). “서울시, 고효율 친환경 보일러 3,500대 교체비용 지원한다.” 기후환경본부 대기관리과 보도자료. 서울특별시청.
    수도권대기환경청. (2017).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변경계획(2015~2024). 안산: 수도권대기환경청.
    에너지경제연구원. (2018). 2017년도 에너지총조사보고서. 세종: 산업통상자원부.
    IEA. (2018a). Electricity Information 2018. Paris, France: IEA Publications.
    IEA. (2018b). World Energy Balances 2018. Paris, France: IEA Publications.
    Wikipedia. (2019). List of cities by average temperature.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ities_by_average_temperature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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