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로 수컷 물고기가 많아진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4513, 2012.01.09 14:11:04

  • 3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해양연구소의 피페러(Piferrer) 박사 연구팀은 수온이 4℃ 상승하면 송사리의 한 종류인 대서양 실버사이드(Atlantic silverside)의 수컷 비율이 98%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결과는 실험실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실제 자연생태계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과연 자연에서도 일어날 것인지 주목해 왔다.

    Atlantic silverside.jpg
    Ⓒ George Stoyle@flickr

    그렇다면 왜 이런 성비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유전자에 있다. 물고기와 파충류는 사람과 달리 성을 결정하는 XY 성염색체가 없다. 적어도 40여종의 어류에서 성은 염색체 종류가 아니라 수온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DNA 메틸화가 진행되어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변환시키는 효소가 억제된다. 따라서 온도가 올라가면 남성호르몬이 많게 되어 수컷이 많아지는 것이다. 알에서 부화한 치어를 20일 동안 자연환경보다 3-4도 정도 높은 수온에 노출시키면 수컷의 비율이 80%에 이르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양식장에서 키우는 물고기는 수컷이 암컷보다 많은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알에서 부화한 치어가 자연상태보다 높은 온도에서 사육되기 때문이다.

    IPCC에 따르면 금세기 말까지 바닷물 온도가 최소 1.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 온도상승은 물고기의 성비 균형을 깰 수 있는 수준이다. 혹자는 물고기의 성비 불균형이 뭐 그리 대단한가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사실 수컷이 많아지게 되면 생태계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게 될지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은 수온상승 말고도 해양산성화, 해수면상승 등 다양하다. 여러 위협요인들이 합쳐져 누적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누적효과의 결과는 그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누적효과로 바다의 물고기들이 급감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안양대학교 해양생명공학과 류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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