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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339, 2020.01.31 14: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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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았고 도시는 평화로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서울 140개만큼의 면적을 불태웠다는 거대한 화마는 이 도시를 비껴간 듯했다. 여느 때처럼 수많은 관광객과 서퍼들로 거리는 인산인해였고, 밤 늦게까지 꺼지지 않는 거리의 화려한 불빛은 도시의 활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곳곳에 붙어 있는 ‘산불 성금 모금 자선 콘서트’ 포스터만이 이 나라에 큰 산불이 났음을 인지하게 했다.필자의 겨울 휴가지는 호주 동부 해안의 휴양지인 골드코스트였다. 브리즈번에서 차로 1시간여 떨어진 골드코스트는 깔끔한 환경과 차분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며 잔잔한 파도를 즐기고자 매년 1백만 명의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도시 외곽은 약 10만 헥타르(ha)의 열대우림이 둘러싸고 있는데 3,000여 종에 이르는 동식물종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산불의 직접적 영향을 크게 받은 지역이 아니어서인지 대대적인 풀뿌리 구호 활동보다는 작은 모금 활동이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시드니 등지에서는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골드코스트에서는 유사한 시위나 시민 차원에서의 직접적인 단체행동보다는 간접적인 모금 활동이 주가 되는 것으로 보였다.골드코스트와 호주 산불로 직접 연결된 뉴스는 코알라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골드코스트에는 호주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커럼빈 야생동물 보호구역(Currumbin Wildlife Sanctuary)이 있다. 이 보호구역은 관람객들이 자연보호에 대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판 등의 친절한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고, 동물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넓은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코알라, 캥거루 등을 포함한 희귀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한 켠에는 호주에서 가장 큰 동물병원이 있는데, 바로 여기서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화상입은 코알라를 포함한 산불로 인해 상처 입은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매년 8,000여 마리의 야생동물들을 치료할 정도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이번 화마로 인한 피해 동물들의 응급처치와 보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호주에 도착하기 전, 현지에서는 이번 산불과 관련하여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재앙이 호주가 계기로 4대 기후 위기 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기도 했다. 짧은 일주일간의 시간 동안 바라보았던 호주는 ‘과연 이 나라가 이런 재앙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 부호를 남기는 시간이었다. 뉴스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알리기보다는 안타까운 소방관과 코알라의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100페이지 분량의 주간지에서는 단 2면만이 산불과 관련된, 그것도 유명인들의 기부와 감동 실화 위주로 실려 있었다. 산불과 기후 위기가 연결된 뉴스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고, 거리에서 기후 위기와 관련한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골드코스트에서 본 장면들로 호주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골드코스트 정도의 위상을 가진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에 대한 대응과 반응을 봤을 때 호주 대륙에서 이번 산불과 기후 위기를 인식하는 정도를 엿볼 수 있었다. 호주 산불과 같은 재앙은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동시에 현재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두의 각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려주는 현상이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호주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우리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과 결정이 필요한지를 거울처럼 비추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국토환경연구원 오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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