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원자력 에너지는 가이아의 덫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5340, 2011.04.04 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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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입장이 곤란해진 사람들이 있다. 원자력만이 기후변화 시대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던 일부 환경론자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기후변화라는 재앙보다는 값싼 대가'라며 핵에너지를 옹호해 왔던 영국의 생물학자다.

    러브록은 지금 후쿠시마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가 글을 써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 같지는 않다. 지난 3월 15일 '수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되겠지만, 원전 때문에 죽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는 짤막한 언급만이 언론에 알려졌을 뿐이다. 그는 문제가 된 일본 원자로들은 지은 지 오래된 것들이지만 신형 원자로들은 안전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한다.

    러브록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후변화 전도사'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도 희생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펼 정도다. 그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를 '에코 파시스트'로 분류하기도 한다. 파시즘까지는 아니더라도 러브록이 과학적 합리성이라는 덫에 걸려 사회적 합리성을 외면하는 학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과학적 합리성은 원전사고의 산술적 가능성에 대해 말할 뿐이지만, 사회적 합리성은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위험요인의 파괴력에 주목한다. 과학적 합리성의 특징이 '예측 가능한 결과의 계산'이라면, 사회적 합리성의 요체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의 예방'에 있다.

     


    교토의정서도 원자력 인정 안해

    원자력이 기후변화의 대안이라는 러브록의 주장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배치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는 원자력을 온실가스 저감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가 아무리 심각한 도전이라 하더라도, 문명의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는 핵에너지는 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화석연료 대체 명분으로 숲과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해가면서까지 바이오연료를 얻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적게 내기 때문에 '청정에너지'라는 주장도 진실과 거리가 멀다. 원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험한 물질 가운데 하나인 핵폐기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태우고 남은 핵연료를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부지를 찾지 못해 '활주로(착륙장) 없는 비행기' 신세에 비견되고 있다.

    우라늄 채굴, 성형, 가공, 수송 과정에서의 방사능 누출과 테러, 핵확산 가능성도 골칫거리다. 우라늄 채굴에서 원전폐쇄까지 핵연료 사이클 전부를 고려하면, 원자력은 해상풍력발전보다 온실가스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1달러를 에너지효율 향상에 쓰면 원자력에 투자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7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러브록이 꿈꾸던 원자력 르네상스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만은 아니다. 원자력의 어두운 미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많게 잡아야 60년 사용량밖에 없다. 전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새로 지을 원전보다 곧 폐쇄될 노후 원전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원자력은 '활주로(착륙장) 없는 비행기'

    원전 위주의 전력산업 구조는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효율 향상과 에너지 절약노력을 방해하는 구실을 해왔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전기 생산량을 줄이지도 가동을 멈출 수도 없는 원전 탓에 심야전기로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3년 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이렇게 예언했다.

    '가장 완강하고 확신에 찬 핵에너지 비판자는 환경운동가들이 아니다. 핵산업의 가장 강력한 반대자는 핵산업 자신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2011.04.04, 내일신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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