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침반 ― 토막설명] 기후 오적응과 적응 한계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364, 2022.08.30 10: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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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오적응(maladaptation)과 적응 한계(limits to adaptation) 

     

    기후 적응 

     

    기후 재난을 자주 겪는 방글라데시의 농부 중 일부는 이제 닭 대신에 오리를 기른다. 홍수가 났을 때 오리는 헤엄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큰 기후 재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적응(adaptation)이라고 한다. 인간 사회의 기후 적응은 개인과 사회를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과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변화하는 기후 상황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변화나 선택과 관련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나 마을 단위뿐 아니라 중앙정부나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적응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3차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21-2025)에서는 기후리스크 적응력 제고, 감시 예측 및 평가 강화, 적응 주류화 실현이 3대 정책으로 설정되어있다. 기후 리스크 적응력 제고를 위한 과제로 “미래 기후 위험을 고려한 물관리”가 설정되었고, 이를 위한 추진 과제 중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홍수관리”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홍수 관리를 위한 세부 과제는 홍수대응력 제고를 위한 조기경보체계, 지역 맞춤형 홍수 대응, 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정보제공, 집중호우에 따른 재난폐기물의 신속한 처리체계 등을 다룬다. 이런 대책(적응 수단)들이 충분히 작동되지 않으면 2022년 여름 우리가 겪은 피해를 앞으로 반복해서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 오적응 

     

    적응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앞으로 다가올 위험의 크기를 가늠해서 미리 대비하는 일이고 당장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쉬워서 비용을 배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시도한 조치가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결과를 낳으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린워싱(용어 설명 참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듯, 적응 조치도 기후 취약성을 감소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 기후에 대한 취약성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한 조치가 다른 시스템, 분야, 사회 집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취약성을 증가시킨 경우를 적응실패 또는 오적응(maladaptation)이라 한다. 

     

    오적응의 경로는 다양하다. 적응 수단으로 오히려 더 취약해진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경우, 기후 위험을 다른 집단이나 미래로 전가한 경우, 다른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유발한 경우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려고 심은 나무가 폭우로 쓰러져서 건물이 피해를 끼쳤거나,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해 새로 도입한 수종이 오히려 기후 민감성을 높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했지만 일자리가 없거나 이주해간 지역에서 소외된다면 더 취약해질 수 있다. 기후 적응을 위해 전력망에 투자하고 이를 전기 요금에 반영한다면 저소득층의 적응 역량은 줄어들게 된다. 홍수 대비를 위해 설치한 관개 시설로 인해서 지하수에 염수가 침투한 경우나 습지의 질 저하를 가져온 경우도 있다.  

     

    IPCC 6차보고서 제 2실무그룹의 보고서는 모든 지역과 분야에서 적응 노력이 증가했으나 한정적인 규모 및 분야에서 단기 위기(리스크) 해결 위주로 시행되고 있으며, 여러 분야와 지역에서 오적응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오적응은 의도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당장의 결과만을, 특히 경제적인 이익만을 우선시할 경우에도 발생한다. 사전에 적응 수단을 고르고 의사 결정을 할 때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성과 유연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기후 적응 한계(limits to adaptation)

     

    어떻게든 적응하며 살겠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기후 위험의 규모에 따라 틀린 말이 될 수 있다. 기후 위험은 기후 재난의 빈도나 강도에 따라 우리가 수용가능한 규모가 있을 것이고, 조금 더 강도가 크지만 몇 가지 수단을 동원하면 그나마 견디는 것이 가능한 규모가 있을 것이다. 빈도나 강도가 엄청나서 견디어내기 어려운 지점을 넘어서면 피해와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그 견디어내기 어려운 지점을 기후 적응 한계라고 한다. 지구 전체의 기후 적응 한도는 지구행성한계(planetary boundaries)나 사회생태계의 안전하고 정의롭게 작동하는 공간(safe and just operating space) 등의 개념과 관련된다. 만일 이 한계를 넘어서면 이 시스템의 모양이나 기능은 크게 바뀌거나 손상이 될 것이다.  

     

    기후 적응 한계는 기후 재난의 빈도나 강도뿐 아니라 생물종, 개인, 집단, 지역, 국가별로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기후 적응을 제한하는 요인이 있으면 기후 적응 한계에 도달하기 쉽다. 개인이나 사회의 기후 적응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재정 지원과 자원의 부재, 정보 또는 기술 접근권 부족, 인식 부족, 기존 생계 유지, 거버넌스의 비효율적 운영 등 경제적, 재정적, 제도적, 교육적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혼자서는 밖으로 외출이 금지된 어느 나라에서 홍수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없어 대피하지 않아 사고를 당한 경우처럼 문화적 규범 혹은 가치 체계가 적응 제한 요인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제한 요인으로 인한 기후 적응 한계는 이후에 해당 요인이 해결된 경우 극복가능한데 이를 두고 연성 적응 한계(soft adaptation limits)라 한다. 기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적응 수단이 거의 없는 경우를 강성 한계(hard limits)에 도달했다고 한다. IPCC(2022)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종과  생태계가 현재 강성 한계 부근이거나 넘어섰으며, 그들에게 의존하며 사는 사람들은 연성 적응 한계 부근에 있거나 넘어섰다. 온난화가 심해질수도록 우리가 선택가능한 적응 수단의 수는 줄어들 것이고 강성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은 크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적응 수단은 온실가스 감축(완화)이다. 

     

    참고

    환경부(2020) 제3차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21-2025)

    IPCC(2022) Climate Change 2022: Impact, Adaptation, and Vulunerbility. 

    Amanda Bertana, Brett Clark, Tabitha M. Benney & Cameron Quackenbush

    (2022): Beyond maladaptation: structural barriers to successful adaptation, Environmental Sociology, DOI: 10.1080/23251042.2022.2068224

    link: https://doi.org/10.1080/23251042.2022.2068224.

    J. Barnett, S.J. O’Neill(2010) Maladaptation, Glob. Environ. Change, 20 (2) (2010), pp. 211-213, 10.1016/j.gloenvcha.2009.11.004

     

    김남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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