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산봉우리에 쌓인 눈은 봄과 여름에 녹아서 강물로 흘러내린다. 우리나라에는 높은 산이 없어 실감하기 힘들지만 고산지대 국가들에서는 빙하가 중요한 식수원이기도 하다. 특히 히말라야처럼 건조한 지역이나 미국 서부해안처럼 여름철에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에서 빙하는 주민들의 삶을 가능케 하는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유럽과 아시아의 빙하가 북미의 빙하보다 더 빨리 녹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미국과학재단(NSF)이 후원하는 LiveScience라는 온라인 잡지에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IPCC 4차보고서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기후변화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 결과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빙하가 더 빨리 녹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그 해답을 대기 중의 먼지에서 찾고 있다. 먼지에 섞여있는 검댕입자들이 눈 표면에 달라붙게 되면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눈이 쉽게 녹을 수 있도록 한다. 아시아는 황사, 산불, 스모그 등으로 대기 중 먼지입자의 농도가 다른 대륙에 비해 높은 곳이다. 아시아에서 형성된 많은 먼지 입자들은 인근 유럽대륙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어 봄철에 빙하가 더 빨리 녹을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이 모의 실험한 결과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북미대륙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빙하의 녹는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아시아와 유럽대륙에서는 검댕입자 먼지들이 이산화탄소만큼이나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인간이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들도 기후변화 가속화에 가세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는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방식에서 벗어나 청정에너지를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류종성 해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