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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5533, 2010.11.22 10: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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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와 냉난방 문제 외에도 영양부족·신체질환 등 동반
선진국선 간접지원 방식 늘려 별도 복지법 만들어 지원해야
[한겨레-싱크탱크 맞대면 기고글]
복지정책이 잘 발달된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을뿐더러 국가의 역할도 매우 소극적이다.
세계는 세 가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의 붕괴 가능성, 에너지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에너지 빈곤층의 지속적인 증가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앞의 두 가지의 위기에 비해 에너지 빈곤층 증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에너지 빈곤은 취사와 냉난방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도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를 적용하면 에너지 빈곤 가구 수는 약 123만가구로 추산된다. 이들은 월평균
가구소득이 4인 기준 136만원 이하로 파악되고 있지만 등유나 프로판
가스처럼 오히려 비싼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의 영향은 적절한 취사와 냉난방을 하지 못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빈곤은 의식주 비용의 감소, 영양섭취 부족, 육체적 또는 심리적 질환, 가계부채의 증가, 사회적 소외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북아일랜드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빈곤가구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기관지 질환 발병률이 높고 영양실조와 우울증 등 복합적인 심리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에너지 빈곤은 기초적인 인권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빈곤층 중에서도 취약계층을 별도로 구분해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긴급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으로는 노인 가구, 어린이 양육가구, 임산부가 있는 가구, 장애인가구, 만성질환자가 거주하는 가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빈곤은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복지정책이 잘 발달된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저소득 계층의 에너지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에너지 복지정책의 시행을 국가의 중요한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복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가의 역할은 매우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에너지 기본권 보장과 에너지 빈곤층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이다. 사회복지제도의 틀에서 이뤄지는 기초생활수급 및 긴급지원을 제외한다면, 현행 에너지 빈곤층 지원정책은 에너지법에 기초해 이뤄진다. 하지만 이 법의 규정은 선언적인 성격에 불과하다. 정책목표, 지원 대상 및 방식, 전달체계,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담고 있지 않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에너지복지 관련 규정도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렇듯 해당 법률의 부재는 에너지 빈곤층 지원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가칭 에너지복지법의 제정은 올 하반기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빈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계소득, 에너지 가격, 주택의 에너지 효율 세 가지이다. 소득 증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은 에너지 빈곤가구의 감소에 기여하지만,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에너지 빈곤가구의 수를 늘리는 구실을 한다. 에너지 가격과 가계 소득에 주목하는 정책으로는 에너지 가격 조정 및 가구수입 지원이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은 난방 및 단열개선사업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지원방식을 기준으로 보면 특별요금 적용이나 현물지원과 같은 직접지원방식과 주택 및 가전기기에 대한 에너지효율 개선을 지원하는 간접지원방식으로 구분된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일찍 시작했던 선진국들은 직접지원방식과 간접지원방식을 혼용하지만, 간접지원방식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개별 정책의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특히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과 같은 간접지원방식은 건물분야 온실가스 감축계획과 통합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에너지공기업이 에너지 소비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할 경우, 해당 공기업이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을 통해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복지정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재원 마련 수단으로 복권기금으로부터의 출연이나 신용카드 적립 포인트 기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단으로 충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특히 현행 유류세의 세출 명세를 다시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에 세금을 부과해 거둬들이는 세수는 연간 10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세원이 확보되고 있지만 세출 명세는 교통시설특별회계가 80%를 차지한다. 약 8조원이 도로와 철도 등 교통시설 확충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서 도로에 투자되는 금액의 5%인 2천억원만 에너지 빈곤층 지원에 사용하더라도, 에너지 복지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연탄가격 보조와 같은 화석연료 보조 목적의 세출을 폐지하거나 조정하는 것도 유력한 재원 마련 방안의 하나이다. 석탄생산업자와 연탄제조업자에게 주는 보조금 규모는 연간 4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연탄을 사용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비율은 5% 미만으로 연탄가격 보조는 에너지 빈곤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주로 비닐하우스 농가나 상업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보조금을 철폐해 에너지 빈곤층 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환경친화적인 조세개편 논의 과정에서 더욱 깊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은 저소득층 건강과 복지의 개선, 저소득층 생활 안정,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 에너지 지출비용 절약, 에너지 공급자들의 연체료 손실 예방,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고용창출 등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정책이다. 취사와 냉난방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는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삶의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에너지 빈곤문제는 기본권 침해로 인식하고 접근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윤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원
* 한겨레 기사 본문 링크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25384.html)
*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참여하기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9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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