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획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변화 데이터북』을 펴낸 지 2년 반 정도 지났습니다. 그사이에 기후변화는 더 암울한 방향으로 바뀌었고,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409억 tCO₂에 달했습니다. 현재 배출 수준이 지속된다면 4년 이내에 파리협정의 1.5°C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상반기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한 IPCC 과학자들에 대한 설문 결과도 암울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능하고 영향력 있는 그 과학자들의 77퍼센트는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으로는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가 최소한 2.5°C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습니다. 거의 절반은 3°C 이상 온난화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럼, 인류의 미래, 혹은 인류의 지구상 생물종의 장래는 어둡기만 할까요? 너무나 비관적이니 괜한 노력을 기울이느라 헛심을 쓰지 말고 각자 내키는 대로 사는 게 맞을까요? 그런데 조금만 덜 온난화해도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0.1°C의 차이에 따라 전 세계 인구 수백만 명의 생존이 추가로 위협받을 수도 있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8~1/10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전 세계 생물종도 기온, 해수 온도, 토양 온도의 변화 수준에 따라 수십억 년에 걸쳐 쌓아 올린 진화의 성과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고 용케 살아남아서 지금의 과학지식으로는 예측하지 못할 미래의 재앙을 예방하거나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유전자원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개정판의 제목에 여전히 ‘데이터’가 있지만, 어찌 보면 기후변화 대응에 데이터나 통계 혹은 과학에 대한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 다른 생명의 처지를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입니다. 아무리 보기 좋고 이해하기 좋은 그래프나 표를 만들어도 그것을 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투표권자가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 앞으로 일어날 기후재난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기후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고 기대하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도적 개선 추이 속도로는 2150년대(세계경제포럼 보고서)~2300년경(UN 보고서)이 되어야 완전한 성평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기후변화 대응이나 성평등과 같은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이 개정판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교육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기후위기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지구상 어느 지역의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나라 어느 쪽방촌의 기후 취약 국민이 겪을 어려움을 더 생각하거나, 덜 무더운 곳을 찾아서 높은 산으로 이동하다가 끝내는 산꼭대기에서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생물종의 마지막 개체의 운명을 한 번 더 상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되도록 최신의 자료와 더 정확한 과학지식으로 그러한 생각과 고민에 튼튼한 근거를 드리는 데 개정 노력을 집중했습니다.

박훈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