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무는 핵산업에 목매는 MB정부 ‘역주행’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060, 2011.04.11 1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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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크탱크 맞대면] 에너지 정책의 '불안한 미래'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대간사·일본원전사고비상대책위원장

    "정부가 핵에너지 개발을 하는 동안 에너지 선진국들은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제 우리도 미래에너지 사업을 선도할 재생가능 에너지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은 핵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사회 건설이다. 2008년 8월 정부는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의 이념이 담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의 핵심은 과다예측된 에너지 수요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59%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기본계획은 2006년 대비 에너지 소비 증가를 32%나 높게 예측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가는 에너지 소비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도록 되어 있는데, 지난해 12월 정부는 기본계획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에서는 2030년 1차 에너지 수요 전망치가 13.4% 더 높아지고, 에너지 소비 증가율도 1.6%에서 2%로 높아졌다. 에너지 수요 예측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위원회(IEA)는 세계 1차 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1.2% 증가하지만,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의 93%는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에너지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만 개도국보다 더 많은 에너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확대하고 원자력 의존 정책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전력 설비가 남아돌면 전기요금을 내려 수요를 조장하고, 전력 소비가 늘면 다시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식의 과정이 되풀이되었다. 원자력발전소는 가동을 시작하면 불을 끌 수 없다. 때문에 전력 수요가 낮은 심야에는 전기가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한다. 남아도는 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한국전력은 심야전력제도를 도입하여 인위적인 수요를 만들어냈다. 실제 1980년대엔 9차례에 걸쳐 전기 요금을 인하해 전력 소비를 조장했다. 이렇게 도입된 심야 전기는 요금이 원가의 73.6%에 불과할 정도로 싸서 2004년 대비 등유 소비가 55% 감소한 반면 전기 소비는 49% 급증했다. 심야 전력 수요가 많이 늘어나다 보니 한밤중에 전력 피크가 발생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심야 전기뿐만 아니라 전력 사용량의 53%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요금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96.3% 수준이고, 20%를 차지하는 가정용 전기 요금도 원가의 93.7% 수준이다. 원가보다 값싼 전기를 공급하다 보니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전력 판매량이 10% 이상 늘어났다. 산업용 전력 수요도 12.3% 늘어났다. 원가보다 값싼 전기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다시 전기를 소비하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미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보다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2배가 넘는 일본·프랑스·독일을 앞지른 지 오래다. 원자력발전이 에너지 과소비를 만들고, 에너지 과소비가 다시 원전 건설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이 기후변화의 대안인 저탄소 녹색산업이라고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보다 이산화탄소는 적게 배출하지만, 수십만년간 지구생태계로부터 격리해야 할 핵폐기물을 양산한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원전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더라도 원자력이 전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에 그치게 된다. 이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비율도 4% 미만이지만, 이를 위해선 열흘마다 하나씩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핵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는 동안 에너지 선진국들은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직후 독일은 핵발전소 7기 폐쇄 결정을 내렸다. 7기의 원전이 독일 전체 연간 전력 수요의 5.4% 정도를 차지하는데, 독일 연방환경청은 이 발전소들을 단기에 폐쇄해도 이산화탄소 배출이나 화력발전소 가동이 늘어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독일 환경청은 현재 전력 생산의 약 23%를 차지하는 전체 원전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이 이러한 원전 폐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가 있다. 이미 독일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재생가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이른다. 15년 전 1%에 불과하던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이 발전하면서 3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었다.

    유럽연합 27개국은 2020년까지 최종 에너지의 2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확대하기로 계획했다. 전력에너지 분야만 34%를 공급할 예정이고 그중에서 풍력에너지가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풍력만으로 아일랜드는 36.4%, 덴마크는 31%를 공급할 계획이다. 1차 에너지 대비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은 독일 10.0%, 덴마크 20.1%, 프랑스 8.1% 등인데, 우리는 2.5%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는 연료 구입비가 따로 들지 않는 공짜 에너지인데다 기술혁신과 대량보급을 통해 비용이 계속 감소할 전망이지만,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은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독일이 오늘과 같이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에 성공적인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단계적 포기 계획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후손들에게는 핵폐기물을 남기고 가동중에도 수많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 핵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일본 핵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원전 증설 계획을 포기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을 선도할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에 실질적으로 몰입해야 한다.

     

    (2011.04.10, 한겨레 맞대면)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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