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당신이 잠에서 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마도 샤워를 한 후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애프터쉐이브나 크림을 발랐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습관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비누기피증(soap-dodging)이라 부르는 문화가 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누기피자들은 샤워와 샴푸를 매일 하는 것을 포기하고 한 달에 한번 정도만 샤워하거나 샴푸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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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작년 영국에서는 무려 41%의 남성과 33%의 여성들이 샤워를 매일 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같은 경향은 미국, 호주, 멕시코,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에서 관찰되고 있다. 매일 머리를 감는 것이 불필요하며 심지어 머리를 아예 감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을 사용하는 샴푸방식이 아닌 드라이샴푸 상품 판매는 45%나 증가했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 상식이다. 일주일에 매일 샤워하던 사람이 샤워 횟수를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이면 물 사용량이 4분의1가량으로 줄어든다.
사실 매일 샤워하는 문화가 일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최근의 일이다.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목욕하는 것은 보통이었다. 서양에서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자베스 1세는 한 달에 한 번만 목욕했고 제임스 1세는 손가락만 씻었다고 한다. 1951년 영국 가정의 약 40%에는 욕조가 없었다는 통계도 있다.
현대인들은 과도한 청결문화를 숭배하고 있다. 매일 아침 샤워에다 사우나 또는 수영 후, 그리고 자기 전에 샤워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물 사용량은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이다. 하루 평균 약 400리터를 소비해 영국이나 독일에 비해 2-3배나 많다.
세계에서는 해마다 240억 달러어치의 비누가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피부과 의사들의 경고는 분명하다. 너무 자주 씻으면 피부에 이로운 균을 모두 씻어내 건강하고 균형 있는 피부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종종 샤워를 건너뛰는 것은 오히려 득이 된다. 몸에서 나는 약간의 냄새를 없애려다 더 귀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미형 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