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12/22 코펜하겐에서 주목할만한 풍경 7가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4647, 2010.11.22 16:11:05
  • 1. “대안은 우리가 만든다” - <클리마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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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 센터가 정부협상단, 기업인, 연구자들의 주 무대라면, <클리마 포럼>은 NGO들이 코펜하겐 중앙역 부근에 마련한 회의장이다. 클리마는 라틴어로 ‘기후’를 뜻한다. 개막식에는 <노 로고>의 저자이자 반세계화운동가로 유명한 나오미 클라인 등 수천 명이 참석했다. 클라인은 개막식 연설에서 “코펜하겐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우리의 역할은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마 포럼> 회의장은 대부분 기후변화의 첫 번째 희생양인 원주민, 제3세계 빈민, 여성 등의 절박한 목소리로 채워졌다. 또한 세계 시민들의 대안적인 실천사례를 담은 영화를 상영하는 등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2. “기후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라” - 세계 시민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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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기후변화 국제 행동의 날’을 맞은 12월 12일 코펜하겐 도심은 시민들의 물결로 메워졌다. 행진에 참여한 수만 명이 시민들은 “또다른 지구는 없다”,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변화시켜라”, “자연은 타협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쿠미 나이두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연설을 통해 "매년 30만 명이 기후변화로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이것은 적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코펜하겐 바다에 정박 중이던 그린피스의 '아틱 선라이즈'호는 '정치인은 협상하고 지도자는 행동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다른 선박 한 척은 '기후변화는 자본주의 위기의 징후'라는 글이 적힌 돛대를 올렸다.

     

     

    3. “교토의정서를 죽이지 말라” - 아프리카연합의 협상 보이콧

     

    12월 14일 아프리카연합 소속 협상단은 회의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진국들이 싼 똥을 왜 우리가 치워야 하나?”라는 개도국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교토의정서 체제를 폐기하려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움직임이었다. 교토의정서의 틀을 벗어나게 되면 개도국도 어떤 형태로든 감축의무를 져야 한다.

     

    미국이 교토의정서와는 다른 기후변화협약 체결을 원하는 것은 중국 때문이다. 중국이 개도국 모임인 G77 뒤에 숨어 말로만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회의 초반 개도국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덴마크 초안’이 겨냥했던 것도 사실은 중국이었다.

     

     

    4. “지원금 누가 받아야 하나?” - 미국과 중국의 공방

     

    경제학자들은 실효성 있는 지원금 규모를 연간 최소 1000억 달러로 추산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약속한 금액은 2012년까지 연간 1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누가 지원받을 것인가의 문제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선진국들은 가장 가난한 나라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이를 ‘개도국 분열을 노린 야비한 술책’으로 규정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 문제를 두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토드 스턴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미국은 중국에 어떤 재정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자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스턴은 상식이 없으며 극도로 무책임한 인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5. “유엔은 부끄러운 줄 알라” - 벨라센터 앞의 긴 대기행렬

     

    12월 14일 회의장인 벨라센터 입구는 회의장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대기자들은 영하의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6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회의장 수용인원 초과를 이유로 유엔사무국과 덴마크 경찰이 회의장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벨라센터의 수용인원은 1만6천명에 불과하지만 회의 참가를 신청한 등록자 수는 4만5천명이 넘는 상태였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대기자들의 입에서는 급기야 아마추어와 같은 주최 측의 진행을 야유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유엔은 부끄러운 줄 알라.”

     

     

    6. “협상단과 시위대도 구분 못하나?” - 덴마크 경찰의 과잉 검색

     

    “보안요원들의 저지로 우리 협상단이 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의장이 신속한 조치를 취해 달라.” 지난 16일 아침 코니 헤데가드 덴마크 환경부장관이 개회를 선언하자마자 나온 브라질 대표의 발언이다. 덴마크 경찰의 과잉검색으로 이미 협상단 다수가 곤욕을 치른 터서였을까? 누군가 “협상단과 시위대도 구분 못하면 합의는 불가능하다”라고 외치자 회담장 곳곳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덴마크 정부는 코펜하겐 기후회의에 역사상 가장 대규모인 6500 명의 경찰을 동원했다. 옛 칼스버그 양조장 주변에 설치된 1000명 수용 규모의 유치장, 벨라센터 주변에 둘러쳐진 강철 펜스와 콘크리트 바리케이드, 시위대 진압용 물대포 등에 덴마크 정부가 쓴 돈은 총 1억2천2백만 달러이다.

     

     

    7. 지구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시간 - 목요일과 금요일

     

    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의 하이라이트였다. 중국 등 개도국들이 협상을 지연시키면서 “코펜하겐은 시간낭비였다”는 비난이 비등하는 가운데, 코펜하겐에 도착한 정부 수반들의 연설과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분위기 반전을 꾀한 사람은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이다. 그는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검증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자”고 호소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은 2020년까지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위해 1천억 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에 합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태도변화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으로부터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만 않는다면 대화와 협력을 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도 완전한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회담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렸다. 결국 협상시한은 내년으로 연장되었으며,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는 세계 정상들의 ‘정치적 선언문’ 채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이 글은 12월 21일 발간된 '시사 인'에 기고한 글로서 코펜하겐 기후회의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인 12월 17일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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