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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320, 2024.08.22 16: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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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의 시선은 한쪽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에 꽂혀 있다. 디지털 기술이 많은 사람에게 삶의 도구를 넘어서 신체의 일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수준은 개인이나 집단별로 차이가 크다. 그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은 개인이나 집단별 취향이나 선호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통신망 등 디지털 기술 인프라나 개인용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관련 기기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나 활용 방법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알고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전자를 디지털 접근성이라고 하고, 후자를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한다.
디지털 접근성과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사회·경제적 요인 또는 문화적 요인에 따라서 개인, 집단 및 지역이나 국가별로 다른 것을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고 한다.[1][2] 디지털 격차가 개인과 그룹 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면, 디지털 격차는 다시 사람들 간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든다. 특히 디지털 격차의 주요 요인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문화적 배제로 이어질 수 있고, 공동의 자원(공유재)을 불공평하게 배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방향으로 강화되는 양의(+) 피드백이 작동되는 것이다.
최근 한 광역지자체장은 “기후 디바이드”라는 용어를 언급했다.[3] 기후 디바이드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모든 격차를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차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과 피해를 보는 정도의 차이, 앞으로 기후 위험으로 영향과 피해를 볼 가능성(기후 리스크)의 차이, 그러한 영향과 피해에서 회복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춘 정도의 차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신체 조건 등 개인적 요인, 사회적 요인, 경제적 요인, 문화적 요인, 정치적 요인, 교육적 요인 등의 차이로 인해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연쇄적으로 작동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양의 피드백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심화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텔러스(Tellus) 연구소는 스톡홀름 연구소와 함께 미래 시나리오를 여섯 가지로 전망했다. 그 중에는 기술과 시장의 힘이 확장된 미래(Market Forces), 모든 문명이 폭망하는 미래(Breakdown), 기후 위기 극복과 생태 전환이 이루어진 미래(New Sustainability Paradigm) 그리고 요새 미래(Fortress World)가 있다. 요새 모델은 기후 위기가 심화한 중에도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가진 엘리트 그룹이 중세 시대의 성처럼 높은 담을 쌓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한편으로, 대다수의 많은 사람은 삶의 질의 수준이 떨어진 채로 살아가게 되는 미래 모습이다.[4]
이러한 미래 모습을 “에코 아파르트헤이트 eco-apartheid” 라고 하는데, 번역을 하자면 “생태적 구역 분리(eco-apartheid)” 정도가 될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년부터 1990년대에 남아프리카와 서남아프리카에서 제도적으로 진행된 인종 분리 시스템을 지칭한다. 여기에 에코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환경 또는 기후 변화 대응 역량의 차이에 따라 여러 측면에서 분리 또는 구분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에코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 들어 사용되는 용어이긴 하지만, 기존의 “환경 인종 차별주의(environmental racism)”와 연결되었으며 불평등의 심화 정도나 우려가 더 커진 것을 반영한 용어이다. 환경 인종 차별주의는 북미에서 생겨난 용어로,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나 처리 시설을 주로 유색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설치하면서 유색인종들이 더 많은 영향과 피해를 보게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지역 간, 특히 도시와 농촌 간에 발생한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산업용 폐기물 처리 공장을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에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5]
2019년 유엔 빈곤과 인권대사직을 맡고 있던 Philip Alston은 우리의 미래가 점점 더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시나리오(climate apartheid scenario)”로 갈 위험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가 말하는 기후 구역 분리 시나리오에서 부자들은 경제적 수단을 지불하여 기후 생태 붕괴의 영향에서 당장에는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견디기 어려운 폭염, 홍수, 산불, 폭풍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6] Daniel Aldana Cohen이라는 학자는 전 지구적으로 볼 때 탄소중립 또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후 또는 생태 아파르트헤이트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가령, 희귀광물 채취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 등의 부하 등을 일부 지역이나 그룹에 부과되는 한편, 그 편익은 경제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국가에 귀속된다.[7]
종종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당신은 네 가지 미래 모델 중 어떤 미래가 전망되십니까?” 대부분은 요새 모델에 손을 든다. “그러면, 당신은 그 요새 안에 있게 됩니까? 아니면 밖에 있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 이렇게 답을 한다. “요새 안에 있고 싶어요”.
텔러스 연구소는 요새 모델이 안고 있는 갈등과 긴장 등이 해소되지 못하면 결국에는 제도와 사회가 모두 붕괴하는데 이러한 미래를 폭망 미래(Breakdown)라고 설명한다. 기후 격차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은 이른바 저탄소 올림픽을 표방하여 선수들 숙소에 종이로 된 침대가 설치되었고,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에도 에어컨이 없다고 한다. 한국 대표팀은 선수촌 밖에 숙소를 잡고 별도의 버스를 대절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여러모로 토론이 필요한 장면이다.
[1] Wei, K.-K., Teo, H.-H., Chan, H. C., & Tan, B. C. Y. (2011). Conceptualizing and Testing a Social Cognitive Model of the Digital Divide.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22(1), 170–187. https://doi.org/10.1287/isre.1090.0273
Van Dijk, J. A. G. M. (2017). Digital Divide: Impact of Access. In P. Rössler, C. A. Hoffner, & L. van Zoonen (Eds.),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Media Effects (pp. 1-11). Wiley-Blackwell. https://doi.org/10.1002/9781118783764.wbieme0043
[2] 경제적 지표: 인터넷 접속, 컴퓨터 소유, 모바일 폰 이용, 기술 이용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와 기술 이용 능숙 정도, 디지털 인프라(브로드밴드 이용이나 인터넷 연결의 질적 수준), 디지털 세계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과 기회 등.
사회적 지표: 연령, 성별,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지역(농촌, 도시), 교육 격차, 온라인 학습 자원 접근권, 교육 기술 이용 수준, 온라인 교육 기회 이용기회, 사회적 네트워크 수준
문화적 지표: 언어 장벽, 문화적 규범과 가치, 디지털 도구의 수용성
[3] “‘기후도지사’ 김동연 “경기도가 기후위기 대응 선도”[민선8기 2년③”(뉴시스, 2024. 6. 18.)
“앞으로 몇 년 안에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게 될 것이고, 기후위기 대응에 빨리 적응하는 그룹과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그룹 간 소위 ‘기후 디바이드(격차)’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4] https://tellus.org/fortress-world/
[5] “농촌마을로 밀려드는 산업폐기물, 왜?” 하승수(프레시안, 2021. 8. 28.)
[6] United Nations, 2019. ‘World Faces “Climate Apartheid” Risk, 120 More Million in Poverty: UN Expert | UN News’. 25 June 2019. https://news.un.org/en/story/20 19/06/1041261.
[7] Cohen, D.A., 2019. Stop eco-apartheid: the left’s challenge in Bolsonaro’s Brazil. Dissent 66 (1), 23–31. https://doi.org/10.1353/dss.2019.0004.
김남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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