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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행동연구소조회 수: 300, 2024.06.12 15: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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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서론
기후위기는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인간 활동의 결과 전례없이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로 인해 2022년 기준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15℃ 상승했고(경향신문, 2023.4.21.), 2023년 7월 지구 평균 기온은 세 차례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뉴스펭귄, 2023.7.6.). 이처럼 점점 더워져 가는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극심한 폭염, 폭우, 태풍, 홍수, 가뭄, 산불 등 전례없는 기상이변과 재난이 발생하며 인류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으로 점점 가속하는 기후위기가 이미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많은 극한기상과 극한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또한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지구가열화가 심화할수록 폭염, 호우, 가뭄 등 기후재난의 강도와 빈도가 뚜렷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IPCC, 2021).
이와 같은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의 영향과 피해는 전 지구적으로 모두에게 나타나지만, 그것을 모두가 동일하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심화하는 기후위기로 인해 극심해진 폭우가 내리면 반지하 주택이 먼저 물에 잠기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먼저 집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다. 또한 전 지구적으로 극심해지는 태풍, 홍수, 산불 등의 기후재난으로 인해, 이에 따라 더욱 심화하는 가뭄과 물 부족, 식량 안보 불안 등으로 인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집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그곳을 떠나야만 하는 기후난민의 대부분은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의 가장 취약한 주민과 소농이다. 나아가 기후위기는 지구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며, ‘6차 대멸종’(콜버트, 2022)이라고 명명될 만큼 수많은 비인간 생물종을 급속한 속도로 절멸과 멸종으로 내몰고 있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원인, 탄소배출에서 차지하는 책임의 몫이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1], 가장 빈곤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된 존재와 집단, 국가가 기후재난으로 인하여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겪는다. 기후재난은 이 세계의 가장 약한 고리, 가장 취약한 바로 그 지점을 가장 먼저 파괴하고, 그곳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정의(climate justice)는 이와 같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피해의 불일치를 ‘불의(injustice)’로 규정하며, 이를 비판하며 등장했다. 기후정의 담론의 출현과 확대에는 국제적 기후정의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글로벌 남반구와 토착민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 기후정의운동은 2009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실패로 끝난 것과 함께 더욱 확대되고 급진화하면서 선진국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을 비판하며 산업화한 선진국에 기후위기의 역사적 책임과 기후 부채의 해결을 요구했다(della Porta and Parks, 2013). 또한 이와 함께 인간과 자연을 상품화하며 착취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기후위기가 자본주의와 식민주의와 결부된 구조적 맥락을 제시했다. 이처럼 기후정의는 기후위기가 그 원인과 책임, 그리고 결과와 피해의 모든 측면에 있어 사회 불평등과 불의와 깊이 얽힌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밝히며 기후위기의 문제를 인권과 사회정의의 문제로 확장하고, 기후위기를 넘어 불평등과 불의를 낳는 체제 전환(system change)을 요구하며 기후위기를 정치적으로 급진화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안적이고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전환 담론을 재구성하고 급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홍덕화, 2020; 이화선, 2021).
기후정의 담론과 국제적 기후정의운동이 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북반구와 남반구 간의 국가 간 기후불평등과 기후불의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기후불의의 양상은 글로벌 북반구와 남반구의 국가 간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최근에는 중국, 인도 등 신흥 공업국의 급속한 경제개발과 탄소배출량의 증가와 함께 국가 간 탄소배출량의 격차는 감소하고 있으나, 국가 내 탄소불평등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Chancel et al., 2023). 또한 더욱 심화하는 폭염, 폭우 등 기후재난의 피해가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배제된 이들에게 집중되며, 기후위기의 결과와 피해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구체적인 현실로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기후위기의 원인과 책임, 결과와 피해의 불평등은 한 국가 내에서도 기후불의가 어떻게 발생하고 심화하는가에 관한 구체적인 현실과 사례에 대한 분석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그런데 기후정의 담론과 기후정의운동에서 제기되어 온 기후위기의 구조적 원인과 맥락에 대한 비판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발생하는 기후불의의 양상을 드러내는 데도 이와 결부된 사회구조적 맥락이 어떻게 작동하여 기후불의를 발생시키는가를 분석하여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기후불의의 구체적 현실과 사례와 결부된 구조적 원인과 맥락을 분석하려면, 단일한 사건, 단일한 현상, 단일한 시공간에서 나타나는 기후불평등을 검토하는 것을 넘어서야 하고, 온도 상승,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재난 발생 빈도 등의 수치적, 통계적 방식으로 기후불평등을 설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기후불의가 어떻게 다양한 측면과 층위의 사회 불평등과 불의의 양상과 결합하여 현실에서 작동하는가에 관한 사회적, 역사적, 구조적인 맥락을 분석하여야 한다. 여기서 기후정의와 사회정의, 그리고 기후정의와 많은 관련성을 가지며 그 개념과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환경정의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불가분하게 얽혀 있으며, 구체적인 현실의 사례를 분석하는 데 있어 함께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2]
이는 기후정의 담론에서 강조되는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의 불평등에 관한 ‘분배적 정의’를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 기후정의, 또는 환경정의 담론에서는 주로 기후위기 또는 환경오염에 따른 편익과 비용(피해)의 불평등한 분배를 비판하고, 그 이론적 근거로 존 롤스의 분배적 정의론이 제시되기도 한다(최병두, 2005; 박병도, 2013; Piispa and Kiilakoski, 2022).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이 없는 이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기후정의 담론의 분배적 정의에 관한 비판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상당한 중요성을 가진다. 그러나 그러한 분배적 정의 패러다임에서 나아가, 분배적 차원에서의 불의를 양산하는 구조적 맥락이 무엇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영, 2017). 아이리스 영(2017)에 따르면, 구조적 불의는 지배와 억압 — 착취, 주변화, 무력화, 문화제국주의, 폭력 — 을 통해 작동하며, 그러한 불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정의이다. 그러므로 기후불의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기후불의를 양산하는 구조, 지배와 억압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주목하고 이를 밝히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후불의를 양산하는 근본 원인으로서 구조적 맥락, 불의한 조건을 바꾸어내고자 하는 ‘변혁적 기후정의(transformative climate justice)’로 나아갈 수 있다(Newell et al., 2021).
그러나 기후정의에 관한 국내의 기존 연구는 국제 기후정의운동이 등장하고 확산하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제기되었던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글로벌 기후변화협약의 기후불의를 분석하는 연구(윤순진, 2008; 김민정 · 이창언, 2014)나, 2020년대 이후 최근에는 기후정의를 이론적, 개념적으로 분석하며 기후정의의 여러 사회적 의미와 쟁점, 대안을 검토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박병도, 2013; 김민정, 2020; 홍덕화, 2020; 이화선, 2021). 하지만 기후정의 또는 기후불의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다루고 분석하는 경험적 연구는 찾기 어렵다. 또한 2010년대 후반과 2020년대 이후 최근 국내에서도 기후정의 담론과 기후정의운동이 크게 확산하고 있지만,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회운동에서부터 법률과 기업에서까지 기후정의라는 용어가 폭넓게 사용되면서 기후정의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기후위기의 사회구조적 측면을 조명하고 비판하며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급진적 담론이자 사회운동으로서 기후정의의 의미가 축소되고 협애狹隘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비록 주로 사회운동에서 사용되어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고 활용되며 변화되기도 하는 기후정의를 엄밀한 학술적 개념이나 하나의 합의된 통일된 개념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울지라도(홍덕화, 2020), 기후정의 담론과 운동이 등장한 맥락과 의미를 고려하여 기후정의의 급진적이고 체제 비판적인 함의를 지키는 방식으로 기후정의 개념을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강원도 삼척[3]지역을 사례로 기후불의가 구체적인 현실에서 발생하는 양상과 그 사회구조적 맥락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강원도 삼척은 2018년 착공하여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되고 있는 1GW 규모 2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가 위치한 지역으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운동은 현재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탈석탄 운동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기후정의의 관점으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으로 인해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기후위기를 가속하며, 이와 함께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소음, 분진, 미세먼지,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이 피해를 겪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발전소의 건설과 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양 등의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 발전소 해상 시설물로 인해 발생하는 해안침식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지역에서 사회적, 생태적으로 큰 피해를 발생시키며 생산되는 전기가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내져 수도권이 이로 인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 발전소에 내재한 에너지 불평등과 불의를 비판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삼척블루파워가 자리잡은 삼척 지역을 둘러싼, 이 지역에서 기후불의를 초래하는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이다. 현재 삼척 인근에는 삼척블루파워 외에도 여러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삼척 남부의 원덕읍 호산리에는 지난 2016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삼척그린파워가 있고, 삼척시청에서 약 3km 떨어진 동해시에는 동해화력발전소와 북평화력발전소가 있어, 만약 삼척블루파워가 준공되어 가동을 시작한다면 삼척시청을 기준으로 반경 5km 이내에 석탄화력발전소 3개(6기)가 자리잡게 된다. 또한 삼척에서는 과거 두 차례에 걸쳐 핵발전소를 건설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철회되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삼척블루파워 발전소는 단지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 아닌, 이 지역과 인근에 지속적으로 발전소와 같은 거대 인프라 시설 또는 거대 오염 시설이 들어서게 되는 구조적 맥락 위의 한 장면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삼척에는 무연탄과 시멘트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과거 일제강점기부터 무연탄과 석회석 등 광물자원 개발과 시멘트 공장 등 원료 지향형 공업이 발달했다.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수요가 많이 증가하며 지역의 광업과 원료 지향형 공업은 크게 확대되었고, 이와 함께 많은 광산이 개발되고 공장이 지어졌다. 삼척의 탄광에서 채굴된 무연탄과 삼척의 시멘트 공장에서 만들어진 시멘트는 철도 등을 따라 전국으로 운반되었고, 이는 삼척이 한국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 필요한 원료와 자원을 공급하는 배후지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탄광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대기오염물질, 침출수, 소음 등은 지역에 여러 사회적, 환경적 피해를 유발했다. 탄광과 공장에서 나온 비산먼지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노동자와 인근 지역 주민에게 진폐증과 같은 많은 건강 피해가 발생했고, 석회석 채광으로 산허리가 완전히 깎여나가고 광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하천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사라지는 등 많은 환경파괴와 오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열악한 생활환경과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했으며, 노동자들은 이에 따라 다양한 산업재해를 겪기도 했다(이홍석, 2008). 그리고 이후 1980년대 후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행되고 석탄 산업이 사양화하면서 단일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는 침체하고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며 지역 전체가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정성호, 2006).
본 연구에서는 이처럼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탄광과 시멘트 공장, 석탄화력발전소로 이어지는 삼척 지역의 역사적 과정을 검토하며, 이를 추동하는 구조적 맥락으로서 지역에 대한 종속과 식민화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삼척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다양한 차원의 환경불의와 사회불의, 그리고 기후불의가 누적되어 발생하는 양상과 사회구조적 맥락을 밝히고자 한다. 이는 현재 제기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기후불의, 에너지 불의에 관한 비판을 포괄하면서, 그것을 보다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 위치짓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오미 클라인(2018)은 “기후변화의 모든 측면이 타자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하며(클라인, 2018: 41), 화석연료를 추출하는 것과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꾸고 활용하는 것, 그리고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태우면서 발생하는 기후위기의 결과와 대응의 측면에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한 부담과 파괴적인 결과가 특정 지역과 주민들에게 떠넘겨지고, 그로 인해 희생되는 ‘희생 구역’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지역 전체의 희생을 타자화(objectification) 이론을 통해 정당화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정을 기후불의가 발생하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으로 규정한다면, 특정 지역에 대한 지배와 종속, 배제를 통해 ‘희생 구역’으로 만들어내는 식민화의 메커니즘이 기후불의를 발생시키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삼척 지역이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로부터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 과정,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타자화되고 식민화되며 역사적으로 ‘희생 구역’ 또는 일종의 ‘내부 식민지’[4]로 만들어져 온 과정을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후불의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현실의 사례를 구조적 원인과 맥락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5]
5.2 삼척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
5.2.1 일제 강점기
삼척 지역의 공업화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다. 일제는 1930년대 대륙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조선에 대한 식민지 정책을 개편하고, 대륙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한반도를 병참기지화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조선의 공업화가 추진되었고, 삼척 지역의 공업화도 이와 함께 이루어졌다. 삼척 지역은 무연탄과 석회석 등 지하자원과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동해안에 자리하여 일본과의 해상 교통에 유리했기 때문에, 일제는 이 지역에 자원을 개발하고 중화학공업단지를 조성하여 자원과 공업 생산품을 수탈하고자 했다.
1936년 삼척 지역 탄광 개발이 시작되었다. 남한에서 무연탄 매장량이 가장 많은 삼척은 탄광 개발 이후 생산량이 가장 많으면서도 품질이 좋아 남한 최대 탄전지대가 되었다. 일제는 탄광 개발과 함께 삼척의 산악 지대에 위치한 탄전에서 채굴된 석탄을 동해안의 묵호항까지 운송하기 위한 삼척철도를 건설하였다. 이는 삼척에서 채굴한 무연탄을 해안 공업단지로 운송하여 원료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묵호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제는 삼척의 석탄을 통해 급증하는 자국 내 석탄 수요를 충족하고 중국과 인도차이나 등 해외 의존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1930년대 말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삼척 중화학공업단지에는 제철공장과 시멘트공장, 화학공장 등이 건립되었다. 이는 삼척 인근에서 생산된 석탄과 석회석 등 지하자원과 수산자원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탄광에서 생산된 석탄은 이곳으로 운송되어 원료 및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다. 제철소 삼화제철공장은 삼척 인근 양양 등에서 생산된 철광석을 제철하기 위한 공장으로, 일제의 전쟁 수행과 군비확장으로 인한 막대한 철강 수요 충족과 미국의 대일본 고철 금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1943년 건립되었다. 또한 남한 최대 석회석 매장지인 삼척과 강원 남동부 지역의 석회석을 활용하기 위해 1942년 일본 오노다시멘트의 삼척공장이 건립되어 연간 약 5만 톤의 시멘트를 건설현장에 제공했다. 또한 석회석을 원료로 하는 화학공장으로 석회질소 비료공장인 북삼화학공사가 1939년 건립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동해의 수산자원을 활용하는 공업도 발전했는데, 조선협동유지회사 삼척공장이 설립되어 당시 동해안에서 많이 잡힌 정어리를 사용하여 정어리기름을 만들고 가공했고, 태평양전쟁 이후에는 폭약을 만드는 군수공장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는 식민지의 원료와 물자를 수탈하고 한반도를 병참기지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자원이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한 삼척에 광업과 원료 지향적인 중화학공업을 발전시켰고, 이 과정에서 삼척에는 중화학공업단지가 만들어지고 급격하게 공업화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적, 산업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일제와 대자본에 의해 이루어진 식민지 공업화로, 이곳에서 생산된 무연탄, 철강, 시멘트 등 각종 자원과 생산품은 한반도 병참기지화와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채굴되고 생산되었다. 무연탄을 운송하는 철도망은 반출을 위한 목적으로 동해안의 묵호항으로만 연결되었다. 또한 개발이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지역주민의 삶은 고려되지 못했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매우 높은 강도의 노동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건은 열악했고 안전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일제는 탄광이민정책을 통해 식민지의 노동력을 착취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척의 공업화는 일제에 의한 한반도 병참기지화와 수탈의 중심에 있었다(고태우, 2023; 디지털삼척문화대전).
5.2.2 독립 후 1980년대까지
독립 후 삼척은 남한 최대 규모의 무연탄 탄전과 유일의 중화학공업 단지가 있는 곳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이후 분단과 전쟁, 산업화와 경제 개발이라는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지로서 삼척 지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 글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삼척 지역의 중심 산업으로 발전했던 석탄과 시멘트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검토한다.
5.2.2.1 석탄
일제 강점기 한반도 주요 탄광의 대부분이 북한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방과 분단 이후 에너지 자원의 확보 차원에서 국내에서 무연탄 매장량이 가장 많은 삼척 탄전의 비중과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더구나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 이후 북한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남한의 전력이 크게 부족해졌다. 이에 따라 화력발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석탄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탄광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정부는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1950년 탄광을 개발하고 석탄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운반하기 위해 대한석탄공사를 발족하여 국영 탄광을 운영하도록 했다. 또한 일제 적산 탄광을 민간에 불하했다. 민간에 의한 탄광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민영탄광의 석탄 생산량이 많이 증가했다. 한국전쟁 후 본격적으로 정부는 석탄 증산을 위해 석탄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자본을 유치하여 민영탄광을 확대하고자 했다. 또한 철도를 중심으로 석탄 운반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석탄 생산량은 많이 증가했다(이홍석, 2008; 정헌주, 2004). 196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에서는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초로써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석탄증산정책을 시행했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석탄 생산 확대를 주요 목표로 삼았고,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한 석탄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영세한 민영탄광을 통합하여 민영탄광의 자본과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세제 등 혜택을 부여하면서 석탄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증대시키고자 했다. 이후 1960년대 중후반 정부의 주유종탄(主油從炭)정책으로 인해 석탄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부침을 겪기도 하였으나, 1970년대 석유파동을 계기로 다시 석탄산업을 활성화하는 주탄종유(主炭從油)정책으로 전환되면서 석탄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했다(이홍석, 2008; 정헌주, 2004).
이 과정에서 국내 최대 규모 무연탄 매장지인 삼척 지역에서도 탄광 개발이 확대되며 무연탄 생산량이 많이 증가했다. 삼척탄전은 국내 무연탄 총매장량의 33.1%, 가채매장량의 45.3%가 매장된 국내 최대의 탄전이다. 삼척에는 독립 이후부터 남한 최대 규모의 탄광이었던 장성탄광이 있었고(현재는 태백시), 도계에도 대규모의 탄광 개발이 이루어졌다. 석탄공사에서 운영하는 이 두 개의 탄광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이 1960년대 국내 전체 무연탄 생산량의 20~30%에 달했고, 1970년대까지 20%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동력자원부 · 석탄합리화산업단, 1989). 또한 이 외에도 다수의 민영탄광이 개발되어 무연탄을 생산하며 삼척 지역은 한국의 석탄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영동선과 태백선 등 철도가 꾸준히 부설되어 삼척에서 생산된 석탄이 철도를 따라 동해안만이 아닌 전국으로 운송될 수 있었고, 이와 함께 탄광 개발도 더욱 활발해졌다. 또한 삼척 탄광에서 생산된 무연탄을 사용하여 당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삼척화력발전소를 건설하여 1956년 가동을 시작하였고,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삼척과 인근 지역의 주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되었다(디지털삼척문화대전).
이처럼 탄광 개발이 확대되면서 전국 각지의 탄광 지역에는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탄광촌을 이루었다. 국내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삼척도 마찬가지였다. 1959년 15만 명(155,071명) 수준이었던 삼척의 인구는 1979년 거의 30만 명에 달해(299,205명) 20년 만에 인구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삼척군, 1959; 1979).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역으로 많은 돈이 흘러들어왔다. ‘길 가는 개들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상 탄광 업주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탄광 노동자와 주민들은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 생활조건에 노출되어 있었다(이홍석, 2008). 탄광 노동자들은 ‘산업 역군’으로 영웅시되었지만, 그들의 실제 현실은 그와는 아주 달랐다.
탄광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실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준의 저임금과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 시달렸다. 당시 정부 정책에 의해 석탄 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통제됨에 따라, 이로 인한 이윤 축적 압박이 탄광노동자에게 전가되었다(정헌주, 2004). 특히 국영탄광에 비해 민영탄광의 임금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탄광 지역에서는 자본투자를 적게 하기 위해 일종의 광업 소작제인 덕대제라는 불법적 고용이 널리 퍼져 있어, 덕대 작업장의 노동자들은 매우 취약한 노동조건과 열악한 임금 수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조건과 매우 위험한 환경이 상존하는 탄광에서는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하여 수많은 노동자가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탄광 사업주들은 생산량 증대에 주력하면서 오히려 작업 강도를 높였고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은 미비했다. 특히 민영탄광에서 훨씬 더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직접적인 사고뿐 아니라 탄광 노동자들이 갱내의 석탄 분진을 들이마시고 이것이 폐 조직에 달라붙으면서 심각한 폐 손상을 발생시키는 진폐증은 치명적인 건강 피해를 초래했다. 탄광촌에서의 생활조건도 열악했다. 오직 탄광 개발만 위해 성장했던 폐쇄적인 구조의 탄광촌은 대부분 다른 생활 기반 시설들이 열악했고 물가도 비쌌다. 이에 따라 탄광촌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은 도시에 비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많은 노동자는 탄광에서 운영하는 사택이나 합숙소 등에서 살았는데, 대부분이 낡고 비좁은 열악한 주거환경이었다.[6] 심지어 사택에 들어가지 못한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해야 했다. 또한 탄광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폐수로 인해 탄광촌 주변 지역의 환경은 많이 오염되었고 탄광촌의 땅과 하천은 검게 변했다. 그곳은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거주하는 주민들도 오염물질에 노출되면서 폐질환 등 많은 건강 피해를 보았다(이홍석, 2008).
5.2.2.2 시멘트[7]
일제강점기 건립되었던 일본 오노다시멘트의 삼척공장은 해방 이후 남한의 유일한 시멘트공장으로 정부로 귀속되었다가 적산불하를 통해 1957년 동양시멘트로 재발족했다. 동양시멘트는 먼저 10여 년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노후화된 설비 보수를 통해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한국의 전후 복구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각종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과 공장, 주택,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건물 건설이 많이 증가하면서 시멘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1960년대 이후 정부는 적극적으로 시멘트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시행했고, 그 결과 한국 시멘트 산업과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61년 72만 톤이었던 국내 연간 시멘트 생산능력은 1975년에 1,000만 톤을 넘어섰고, 1980년에는 2,000만 톤을 훌쩍 넘어섰다. 이와 함께 삼척 동양시멘트 역시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1차 노후설비 보수공사 직후 연간 생산능력 18만 톤에서 1961년에는 연간 생산능력 38만 톤으로 증가하였고, 지속적으로 설비 증설공사를 하여 1967년에는 100만 톤, 1975년에는 300만 톤, 1978년에는 400만 톤, 1985년에는 500만 톤으로 연간 생산능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박순원, 1993; 동양시멘트, 2013.3). 또한 이와 함께 국내 석회석의 약 90%가 매장되어 있는 삼척과 인근 강원 동남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석회석 광산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삼척 지역의 주요 석회석 광산으로는 쌍용과 동양의 광산이 있었고, 이곳에서 채굴된 석회석은 시멘트공장으로 옮겨져 인근의 탄광에서 공급받은 무연탄과 함께 시멘트 상품으로 가공되었다(고광명, 2005).
이와 같이 원료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유리한 입지 조건과 함께 지역에서 시멘트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삼척의 시멘트 공장, 석회석 광산, 그리고 동양시멘트의 슬레이트 공장 등 2차 가공 공장 등 시멘트 산업이 삼척의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특히 동양시멘트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동양시멘트가 삼척 경제를 좌우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경제적 기반이 부족했던 지역의 상황에서 동양시멘트는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돈벌이를 제공하는 지역 경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말하면 지역에 시멘트 관련 산업을 제외하면 다른 산업과 경제적 기반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70년도 80년도 이때는 동양시멘트가 우리나라에서 50위 안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는 우리들 이 양반들이, 삼척 주민들이 돈벌이 없는 시절에 그 직장에 들어가서는 참 거기가 이 삼척의 경제를 좌우했어요. 그때는 종업원이 그때 내가 알기로는 한 700명 되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서 월급이 한 달 멈췄다 하면 시장 경제가 딱 멈추고. (인터뷰 참여자 C).
- 옛날에 워낙 어려운 시대니까 우리가 6.25 지나고 막 그때 생활은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힘들어가지고 그런 당시에 거기 회사[동양시멘트]라도 돌아가니까 일단은 돈이 나오니까. (…) 돈벌이 되니까 다 거기 들어가. 일단 돈 벌고 일하고 이렇게 그렇게 살았지. (인터뷰 참여자 C)
동양시멘트의 성장은 지역 경제의 성장,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였다. 시멘트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호황을 누렸던 7~80년대에 지역 전체가 함께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그곳으로부터 수입을 얻었던 지역 주민 역시 경제적 상황이 개선될 수 있었다. 또한 때에 따라 높은 보너스나 가전제품과 같은 추가적인 보상이 주어졌고, 학비 지원까지 받아 자녀 교육을 시킬 수도 있었다.
- 이제 다 집에서 도시락 싸 다니고 [그랬다가] (…) 나중에 회사가 잘 되니까 식당도 크게 짓고 그러면서 밥 먹고, 발전이. 그렇게 회사가 잘 되면 다 이렇게 더불어 다 잘 되게 돼 있어. 그럼 봉급도 자꾸 올려주고 그다음에 이제 또 아들, 자녀들. 또 이제 우리 때만 하더라도 서이[셋째]는 이제 [교육비] 무상. (인터뷰 참여자 B)
- 70년도 그 무렵에는 월급 8만 원 이렇게밖에 안 했는데 (…) 한창 잘 나갈 적에는 80년대부터는 보너스 천 프로 나오는 거야. 보너스 천 프로에다가 뭐 가전제품도 뭐 명절 때마다 툭하면 주고. 그냥 여러 가지 주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내놓고 그중에서 가져가라, 1개씩 가져가라. (인터뷰 참여자 C)
- 말하자면은 아들 공부 시키는 데는 문제 없었어. (…) 일단은 학비가 나오니까. (인터뷰 참여자 C)
그러나 시멘트공장과 석회석 광산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 생활조건에 노출되어 있었다. 당시 석회석 광산과 시멘트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낮은 수준이었고, 노동 환경은 매우 험했다.
- 그때만 생각하면, (…) 회사에서 이제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일한다고, [노동자 가족들에게] 공장 견학을 회사에서 시켜주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말도 못 하지. 말하자면 일하는 분들 그 작업복도 1년에 한두 번 이래 나왔지, 일 년에 한두 번 이래 나오니까, 그 험한 환경에서 이래 그 작업복도 가지고 빨아가지고 재봉틀에 누비고 또 누비고 이래 입혀 보내고 그래도 일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이런 생각 했어. (…) 가보면은 이제 작업하는 사람들 다 보여주고 이렇게 회사에서 다 이제 그래 주는데 아 이래 힘들게 일하구나. (인터뷰 참여자 C)
또한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면서도 시멘트 산업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각종 오염물질, 그리고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피해를 겪어야 했다. 시멘트를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는 많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먼저 원료인 석회석을 캐는 과정에서 석회석 광산은 산을 완전히 노천채광을 하므로 광산이 야외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이에 따라 발파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이 쉽게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석회석 야적장에서도 바람에 의해 먼지가 비산하고, 석회석을 덤프트럭에 싣고 운반하고 시멘트 공장까지 운송하여 내리는 과정에서도 많은 양의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이 발생한다. 또한 시멘트 생산 부원료인 석탄 등을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양의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시멘트 공장에서 석회석을 가공하여 시멘트를 만드는 공정에서 대량의 비산먼지와 크롬 등의 중금속, 그리고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한다(윤수정, 2017). 이렇게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오염물질,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해 석회석 광산과 시멘트 공장이 밀집된 삼척 지역의 주민들, 그리고 광산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 회사가 참 집진 시설이라든가 이렇게 먼지 잡는 시설이 (…)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지. 요즘처럼 하지 않지. 그냥 그전에는 그냥 먼지가 이래 좀 나도 그거를 그 누가 크게 뭐라고 터치를 안 했어. (인터뷰 참여자 B)
- 저 적노리(현 삼척시 사직동) 쪽으로 46광구(시멘트 광산, 현 삼척블루파워 부지) 마련해가지고 또 이게 했는데, 그때는 말하자면 분진 기계를 잘 안 돌려가지고 밤이 되면 먼지가 많이 날아와야지. 그 우리가 회사 뒤에 거기 살았거든. 적노리에 거기 살았는데 장독대에 시멘트 먼지[가 많아.] (인터뷰 참여자 C)
- 발파 터뜨리는 산이 이렇게 있으면은 그 빵빵 터지는 그 밑에 그 밑에 한 한 칠십호 이리 있었어요. 탄광촌처럼 쭉 가면 한 줄에 열 곳이 이래가지고 한 칸에 들어가면 한 집씩 또 한 칸에 들어가면 한 집이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화장실은 공동 화장실 한 개고 (…) 우리 집이 다 있었어요. 그렇게 해가지고 거기에 주민이 거기 살았거든. (…) 시멘트는 이제 오후 3시 오전 11시 발파 소리 팡팡하고 (…) 우리가 거기 마주 보고 밭도 있고 집도 있고 이러니까 그 시간 맞춰 가지고 그러니까 그 소음이 엄청 컸고 엄청 컸어요.[8](인터뷰 참여자 C)
당시 언론 보도에서도 시멘트공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의 피해가 심각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산과 강, 도로, 주택가 등이 시멘트 가루와 매연 그리고 석탄가루 등을 뒤집어쓴 채 온통 잿빛으로 덮여 있다. 삼척읍의 경우 동양시멘트공장에서 나오는 석회석 가루 등으로 이 공장과의 거리가 반경 1km이내인 오분사직리 일대의 길과 논밭들은 어딜가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날 정도로 회색가루가 쌓여있고 나뭇잎과 농작물에서는 푸른빛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곳에 사는 2천여가구 주민들은 빨래를 밖에 널수 없을뿐 아니라 잠시도 장독 뚜껑을 열어둘 수 없어 큰 불편을 겪고있다. 또 지붕에 내려앉은 시멘트가루때문에 기와 사이가 벌어져 빗물이 새들기도 하며 주민들 중에는 가래가 끓는 등 호흡기질환으로 시달리는데다 안질환에 걸리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시멘트가루 때문에 우물이 막히는 등 식수사정까지 나빠지고 (…) 주민들은 회사측이 집진시설을 했다고 하나 굴뚝 아닌 공장내부에서 가루가 많이 날아 별다른 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야간에 많은 가루를 내보낸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1979.11.24.)
시멘트 분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흉부방사선상 이상 소견은 진폐증뿐만 아니라 흉막비후, 간질성 폐질환 및 만성 기관지염 등 다양하다. 실제 시멘트 분진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만성비염, 후두염, 가래 등의 만성 기관지염이 대조군에 비해 1.7배 많았으며, 감염성폐렴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의 발생위험이 증가했다. 또한 분진 노출은 직업적 노출뿐만 아니라 분진이 발생하는 작업장 주변의 주민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도 시멘트공장 인근의 지역주민들에게서 진폐증 집단발병 사례 보고가 있었다. 시멘트 분진이 사업장뿐만 아니라 생활환경에서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면서 시멘트 분진으로 인한 진폐증이 늘고 있으며, COPD와 폐암 등 다양한 건강피해를 일으키고 있다(임종한, 2012). 실제로 2011년 실시된 삼척 시멘트 공장과 광산 주변지역 주민 건강영향 조사 결과, 삼척 주민 3,058명 중 40세 이상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유소견자 278명, 비직업성 진폐환자 17명이 확인되었다. 이는 시멘트 공장과 광산 주변에서 거주하며 장시간 시멘트 분진과 오염물질에 노출된 결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김헌, 2015).
-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분진과 소음 피해를 봐도, 사고가 나도 항의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주민들이 그곳에서 돈을 벌고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인터뷰 참여자 B) “그 시절에는 너무 먹고 살기 힘들었으니까.”(인터뷰 참여자 C)
- 근데 그 사람들은 아무리 남포 소리가 나든, 우리 그 전에 터지는 소리 남포 소리라고 했어. 그런데 그 남포 소리가 나든 뭔 소리가 나도 거기서 또 말하자면 이렇게 하꼬(석회석 광산에서 석회석을 덮고 있는 표토를 제거하면서 수작업으로 흙을 퍼 담은 상자)로 해가지고 그 흙을 하나 채우면은 돈 얼마씩 받고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이 다 그 주민들이 그거 벌려 먹었거든. (…) 가가지고 이거 하나 해가지고는 그거 가입하면 거기서 전표 한 장 주면 그거 가지고 시장 가가지고 쌀 한 박 받아먹고 또 그거 한 장 주면 그 때 밀가루, 이런 생활 환경이 했거든 그때 당시에는. 그러니까 아무리 시끄러워도 말할 수 있나. 그래가지고도 이걸 하다가 (…) 뭐 이런 사고가 터져도 참 말 한마디 못 하고 사는 사람들이 거기 사는. (…) 먹을 거 나오니까 이게 뭐 엄마도 가고, 아들도 가고, 아들, 어린이 데리고 와가지고 온 식구 매달려고 하고 (…) 그런 만큼 살기 어려웠던 거야. (그러다가 다치시는) 그러다가 사고 나면 이제, 일어나고 이랬지. (…) 불쌍하게 살았지. 뭐 한마디로. (인터뷰 참여자 C)
5.2.3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석탄과 시멘트는 핵심적으로 필요한 자원이었고, 중앙정부와 국가적 차원에서 석탄과 시멘트 산업에 대한 지원과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이 산업이 자리 잡은 삼척 지역은 경제적으로 이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단일 산업 기반의 경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석탄 산업은 완전히 사양화되고, 시멘트 산업 역시 위기와 정체를 겪으면서 지역의 경제적 기반 자체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사회적, 환경적 피해를 낳았다.
먼저 석탄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제유가 안정, 도시민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인해 무연탄 수요가 감소하고 석유와 가스를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 구조가 변화한 데다가, 국내 석탄 증산에도 불구하고 해외 수입량이 증가하며 무연탄 공급과잉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또한 탄광에서 지속적인 석탄 채굴로 인해 갱도가 깊어지고 채굴 난도가 상승하면서 생산비용이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석탄 산업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하자 정부에서는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시행하여 비경제적인 탄광을 폐광하고 석탄 생산량을 감소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 석탄산업은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어 대규모 폐광이 이루어졌고, 1988년 전국에 347개 탄광이 있었던 것이 10년 만인 1996년에는 11개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탄광촌 노동자와 주민은 일자리와 생계기반을 잃고 탄광촌을 떠나갔고 탄광촌 지역은 급속히 쇠퇴하기 시작했다(정헌주, 2004). 이는 삼척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삼척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도계읍에는 1988년 11개 탄광이 있었고 탄광노동자는 6,624명에 달했으나, 1996년 2개 탄광만 남기고 모두 폐광했다. 이 여파로 도계읍 인구는 1979년 44,543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시행한 1989년을 기점으로 급감하기 시작해 2005년 기준 13,533명으로 감소했다(지역N문화). 또한 폐광 이후 광산이 환경보호나 적절한 정화시설 없이 대부분 방치되면서 폐광산에서 발생하는 침출수가 제대로 관리되거나 처리되지 않은 결과, 인근 지역의 오염과 주민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일례로, 삼척시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시료 채취 결과, 도계읍 늑구리 폐갱에서 유출되고 있는 갱내수와 침출수의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계읍 일대 인근 농지와 음식점, 주택단지에는 폐갱에서 유출되는 갱내수와 침출수가 유입되고 있었으며, 갱내수 유출구의 인접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수십 년째 악취와 건강 이상증세에 시달리고 있었다(강원일보, 2021.8.24.).
시멘트 산업의 경우, 1990년대 초 신도시 건설 등 각종 개발 사업과 건설경기 부양과 함께 시멘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시멘트 설비 증설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생산능력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도 정부의 지원이 동반되었다. 1990년대 중반은 한국 시멘트 산업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1997년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건설경기가 급격히 침체하며 시멘트 수요도 급격히 감소했고, 시멘트 산업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시멘트 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90년대의 과도한 설비 증설로 인한 과잉공급 문제에 직면했고, 경제 상황과 정책 등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전반적으로 1990년대 중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능력과 생산량 측면에서도 2000년대 이후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며 전반적으로 1990년대 초반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한국시멘트협회). 시멘트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IMF 이후 감소하여 1990년대 중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고용 역시 마찬가지 현상을 보인다(산업연구원, 2022). 시멘트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995년 22.20에서 IMF 이후 2000년에 12.34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2010년대 이후에는 6~7 수준을 보인다(산업연구원, 2021). 이는 IMF 이후 시멘트 산업에서 진행된 구조조정과 외주화로 인한 결과이다. 이는 과거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던 시멘트 산업이 과거와 같은 일자리 유발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삼척 지역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많은 삼척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던 동양시멘트가 더 이상 지역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제공하는 일자리의 수준도 낮아졌다. IMF 이후 구조조정과 함께 아웃소싱, 외주화가 확대되며 하청 형태의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었다. 하청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거의 동일한 일을 하고 원청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도 정규직 절반 이하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겪었다. 사망 사고 등 산업재해도 빈번했다.
- (동양시멘트에 과거에는 종업원이 700명이었는데) 지금은 이백 명이라 하고 하청이 다 맡았잖아요. 이제는 그(IMF) 이후부터 경비도 (하청이 맡고) (…) 거기는 하청이 엄청나다 하더라고. 본 사람, 삼표 본 사원은 몇 명 얼마 안 된대. 그러니까는 하청에 있다가도 삼표 보내 보는 그걸로 들어가려고 그래 했었대. 어저께 어디 가니까 젊은 세대가 얘기하더라고. “아유 이 삼표 보는 거 들어가기 힘들어요.” (인터뷰 참여자 C)
또한 IMF 이후 위기에 빠진 시멘트 업계가 제조과정에서 유연탄 대신 쓰레기를 사용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쓰레기 처리 비용을 벌기 위해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사용하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1999년 8월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을 쓰레기 소각 시설로 허가하면서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시멘트 공장에서는 쓰레기를 사들여 이익을 얻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이득이 되었고, 매립지와 소각장 부족으로 쓰레기 처리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손쉽고 저렴하게 쓰레기를 처리 방법이 되었기 때문에 전국 곳곳의 쓰레기가 시멘트 공장으로 모여들어 처리되었다. 그러나 시멘트 제조를 위해 쓰레기를 태울 때 대량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그리고 수은 등 유독물질이 발생한다. 2006년 이전에 세워진 공장에 대해서는 쓰레기 소각장에 비해서 훨씬 낮은 수준의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치가 적용되어 있어 시멘트 공장에서 쓰레기를 태우며 발생한 대량의 오염물질 중 상당량이 대기 중에 배출되게 된다(최병성, 2015).
5.2.4 소결: 식민지와 ‘희생 구역’으로서의 삼척
이 장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독립 이후 한국 산업화의 역사 속에서 삼척 지역에서 진행되어 왔던 역사적 과정을 삼척 지역에서 가장 크게 발전했던 석탄과 시멘트 산업을 중심으로 간략히 살펴보았다. 삼척 지역의 개발이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어, 해방 이후에도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위로부터, 중앙(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척 지역의 석탄과 시멘트 산업의 발전은 석탄과 석회석 등 산업화에 필요한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삼척 지역의 석탄과 시멘트 산업은 산업화와 경제성장, 그리고 이에 따른 자원과 에너지원의 선택과 관리라는 국가적 목표에 따른 정부 정책에 의해 성장, 발전했고, 석탄산업합리화정책 등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으며 쇠퇴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성격, 그리고 지역의 발전과 흥망성쇠는 국가와 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어 왔으며, 이 지역의 속성 자체가 전체 국가 경제의 생산과 발전, 자본의 이윤을 위해 필요한 원료와 자원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역할, 일종의 배후지로 규정되었다는 것을 삼척 지역의 역사적 맥락에서 확인할 수 있다(박형신, 2004; 정헌주, 2004).
이 과정에서 삼척 지역에는 많은 자본과, (이를 좇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역은 그곳에 할당된 몇몇 단일 산업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기 위해 산을 깎고 파헤치며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했고, 무수한 공해와 유독물질을 발생시켰다. 이와 함께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파괴했다. 노동자들은 매우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과 환경에서 근무했다. 임금은 낮은 수준이었고, 산업재해는 빈번했다.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주거환경도 열악했다. 또한 광산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독한 오염물질은 땅과 물, 공기 중으로 흘러들어가 그곳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이들을 파괴했다. 지역 주민들과 노동자들은 진폐증 등의 폐질환을 비롯한 환경성 질환을 장기간에 걸쳐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 나아가 광산이 폐업한 뒤 오염된 땅과 방치된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중금속이 함유된 침출수는 관리와 책임의 주체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방치되어 인근 지역의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흘러들어가 그곳을 파괴했다(김영미 · 장희순, 2020). 쓸모가 없어진 땅은 방치되고 버려졌다. 지역에 가해진 폭력은 즉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느린 속도로 작용하며 오랜 기간 영향을 미쳤다(닉슨, 2020). 그러나 경제적으로 지역 경제와 자신들의 ‘밥줄’을 좌지우지하는 단일 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하기 매우 어려웠다.
한편,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위한 원료와 자원을 공급하는 배후지로서 삼척 지역은 그곳에 할당된 단일한 산업과 관련된 기능만이 크게 발전했을 뿐, 지역 주민의 더 나은 삶의 질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교육, 문화, 의료 등의 부문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 이는 특히 탄광촌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열악한 생활환경과 삶의 사회적 환경의 결여로 인해 이 지역은 세대가 이어지며 지속되고 재생산되는 정주의 공간이 되기 어려웠다. 일자리와 돈벌이를 찾아 이 지역을 찾은 이들에게 이곳은 잠깐 거쳤다 가는 ‘간이 정류장’과 같은 곳이었고(박형신, 2004), 지역에서 일생을 살아온 이들도 자신은 계속 이곳에 살더라도 자녀들은 대학교나 직장을 다른 지역, 서울로 보내고자 했다(인터뷰 참여자 B, C). 또한 외부로부터 기능과 성격이 규정되어 외부에 대한 의존성이 높고 단일 산업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삼척 지역은 자립 능력이 미약하고 외부의 영향과 충격에 매우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박형신, 2004; 정성호, 2006). 특히 탄광촌 지역의 경우 정부에 의해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석탄 산업이 사양화하자 지역의 경제적 기반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며 지역 전체가 크게 쇠퇴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도 폐광지역개발지원특별법과 같은 외부의 개발 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시멘트 산업도 IMF 이후 위기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고용 등 지역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쳤고, 위기를 극복하고 이윤을 회복하기 위해 하청을 확대하고 쓰레기를 태우는 등 인간과 자연을 더욱 고강도로 착취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이는 다음 장에서 논의할 삼척 지역에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은 거대 인프라 사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사회구조적 맥락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삼척 지역의 역사적 맥락에서 삼척 지역은 사회경제적 종속과 ‘생태사회적 배제’(한상진, 2017)의 상태에 놓여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척 지역은 발전과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본과 국가의 이해관계를 위해 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여 공급하는 기능을 할당받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과 공해, 위험을 부담하도록 강요받았다. 이에 따라 중심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얻었지만, 지역에는 부정의한 구조를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과실의 아주 작은 몫만이 떨어질 뿐이었다. 삼척 지역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자연과 인간은 사회생태적 배제와 박탈, 착취를 겪었다. 삼척 지역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종속의 상태에 놓였고, 외부적 요인, 국가 정책에 의해 지역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이는 ‘산업 역군’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자녀만큼은 서울로 보내야겠다는 욕망 사이에서 드러나는 문화적 지배와 종속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일제 강점기부터 독립 이후에도 역사적으로 삼척 지역은 지속적으로 식민화되었고, 중심부의 발전을 위한 ‘희생 구역’으로 규정되어 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식민지 시기 일제에 의해 이루어진 수탈과 착취는, 독립 후에는 중심부, 국가와 자본에 의해 지속되었고, 이는 일제 ‘적산’의 국가 귀속과 ‘합리적 개발을 위한’ 민간 자본에의 불하와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연속성을 갖고 이어진다(김혜나, 2020). 이와 같은 삼척 지역 식민화의 역사 속에서 지역에서 환경불의가 나타났고, 이는 환경불의의 구조적 맥락이 식민화에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는 이 모든 과정의 결과, 즉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태우면서 이루어진 산업화와 탄소 문명의 결과 초래된 기후위기와 함께 나타나는 기후불의로 이어진다.
5.3 현재의 맥락: 위기와 ‘대안’?
5.3.1 지역 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 유치 시도와 그 경과
앞 장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1990년대 이후 석탄과 시멘트 산업 등 삼척 지역의 중심 산업이 위기와 쇠퇴를 겪으면서 단일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삼척 지역은 인구가 많이 감소하며 지역 전체가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시행 이후 폐광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쇠퇴가 두드러졌다. 위기에 직면한 폐광 지역 지원을 위하여 폐광지역개발지원특별법이 시행되어 지역 내에 기반시설을 만들고 대체 산업을 육성하고자 했으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김영미 외, 2022). 이처럼 지역 내 경제적 기반의 악화가 지속되면서 지역의 경제 침체와 인구 유출의 흐름은 2000년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격한 지역 내 유소년층 및 청년층 인구 감소 및 유출과 고령화가 진행되며 지역의 사회경제적 위기는 가속화되고 ‘지역 소멸’의 위기로 심화하고 있다(KBS, 2020.7.19.).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지역에 LNG 생산기지와 원자력 및 석탄 발전소 등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며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에너지 산업 인프라 시설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까지 삼척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이러한 시설에 대한 유치 시도가 있었고,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등을 명분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일원에 LNG 제4생산기지 유치가 2006년부터 추진되어 2008년 확정되었다. 이 사업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사업비 2조3,000억 원을 투입하여 LNG 탱크 20만㎘ 14기와 12만 5,000t급의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예정되었고, 2006년부터 LNG기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삼척시는 LNG 생산기지 유치를 통해 500여 명 고용 창출과 1,500여 명 인구 유입이 발생하여 4조 원대의 경제활성화 효과가 발생할 것을 기대했다. 또한 LNG 기지를 유치한 직후에는 인근에 4조 243억 원을 들여 석탄화력발전소 4기와 LNG 발전소 등을 건설하는 삼척종합발전단지 유치에도 성공했다(윤혜원, 2022; 강원도민일보, 2008.4.16.; 한겨레, 2020.7.21.). 다음으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던 원자력발전소 유치 시도가 있었다. 당시 원전 유치를 주도했던 김대수 삼척시장은 약 21조 원의 사업비 투자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와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지방세수 증가를 통한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또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규 원전 입지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요컨대 LNG 기지와 발전단지 유치에 이은 원전 유치를 통해 대형 국책사업의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삼척을 복합에너지 거점도시로 만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었다(한상진, 2013; 조은영, 2017; 원자력신문, 2011.6.17.). 마지막으로 2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가 있다. 2012년 동양시멘트가 동양파워를 설립하여 석회석 폐광 부지를 활용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향서를 제출했고, 삼척시의회의 동의를 받아 2013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동양파워는 11조 원을 투자하여 85만 평 규모의 친환경 복합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며 삼척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발전소 건설과 지역 지원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명분으로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또한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원금과 발전사업자의 지역 지원사업을 통한 지역발전의 가능성은 삼척시가 발전소와 항만시설 건설을 승인한 이유로 작용했다. 이후 동양그룹이 파산하고 동양파워가 포스코에 의해 인수된 뒤에도 대기업 유치와 약 4.9조 원의 사업비 투자와 직·간접적 지원 사업을 통한 지역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는 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근거로 지속되었다(박지혜, 2018; 이투뉴스, 2018.1.2.; 더리더, 2017.7.11.). 국책사업이냐, 민간사업이냐의 차이는 있었지만 앞서 살펴본 사례와 유사하게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대기업에 의한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위기에 직면한 삼척 지역의 대안으로, 반복적으로 제시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5.3.2 LNG 기지 및 석탄 발전소 건설과 그 영향
이 사례들 중 지역에서 전개된 반대 운동을 통해 최종적으로 건설이 백지화된 원전을 제외하고,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의 LNG 생산기지와 삼척종합발전단지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삼척그린파워), 삼척시 적노동의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는 실제로 건설 공사가 진행되었다. LNG 생산기지와 삼척그린파워는 2017년 준공되어 가동을 시작했고, 삼척블루파워는 2023년 1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당초 제시된 기대효과와 실제 건설 과정과 준공 이후에 나타난 결과는 상당히 달랐다. 기대되었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건설과 가동이 시작된 이후 지역에서는 다양한 양상의 피해가 나타났다.
먼저, LNG 생산기지 건설로 인해 인근의 월천해변 등에서 급격한 해안침식이 진행되어 백사장이 완전히 소실되었다. 이는 LNG 생산기지 건설 진행 과정에서 연안침식 영향 예측 평가 없이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었고 그대로 심의를 통과한 결과, 아무런 해안침식 저감 대책조차 없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 이후 2017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인근의 유명 관광지였던 솔섬 뒤쪽으로 LNG 기지가 건설되면서 경관 훼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변이 사라지고 경관이 파괴되면서 인근에서 민박, 식당, 가게 등을 통해 생업을 이어가던 주민들은 더 이상 생업을 영위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LNG 생산기지와 삼척그린파워 건설로 인해 육상과 해상 사업구역의 토지 수용과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가 이루어지며 집과 농토, 어업권 등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삼척종합발전단지 조성지로 선정된 작진마을은 마을 전체에 대한 집단 이주가 이루어지기도 했다(디지털삼척문화대전). 한편 공사 기간에는 지역 건설업체 등이 하도급을 먼저 받았고, 주민들은 현장 노동자를 상대로 식당이나 달방 임대 등의 상업활동을 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었던 측면이 있으나, 실질적인 이익의 많은 부분은 외부 자본으로 돌아갔고, 지역 주민들은 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본을 동원하여 대규모의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외부 자본이 일시적으로 유입되어 함바집이나 숙소를 운영하면서 많은 부분 이익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준공 이후에는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공사비 투자가 끝나고 건설 노동자가 빠져나가면서 지역 경제는 침체되기 시작했다.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와 달리 실제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온 일자리는 경비나 청소와 같은 저임금 비숙련 노동에 불과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직원 대부분은 지역에 정주하는 것이 아닌 삼척 시내에서 출퇴근하고 발전단지 안에서 식사하며 인구 유입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한 발전단지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악취 등으로 인해 주민들은 많은 고통과 피해를 겪고 있다. 소음 피해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건강 피해는 물론, 발전단지에서 날아온 먼지로 인해 농작물 재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해안침식으로 인해 해안가에서는 월파로 인해 주택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나아가 보상금과 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지역 공동체가 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LNG 생산기지와 발전단지 건설과 가동으로 인해 지역의 환경이 파괴되고 관광업, 어업, 농업 등 지역 주민들의 생업이 황폐해지며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지만, 유치 당시 기대되었던 사회경제적 효과는 사실상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지역에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발생시켰다. 지역의 환경과 삶의 터전이 파괴되면서 주민들은 떠나갔고, 원덕읍의 인구는 유치 이전인 2007년 5,592명에서 2022년 4,981명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윤혜원, 2022; 한겨레, 2020.7.21.; 삼척시, 2023).
이는 삼척블루파워 건설 과정에도 동일한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 항만 시설 공사로 인해 부유 토사 확산과 기름 유출 등으로 인한 해양 환경 및 생태계 파괴가 발생했고, 인근 해변에서 급격한 해안침식이 발생했다. 항만 시설 부지 바로 앞에 위치한 맹방해변은 곱고 부드러운 백사장이 10리에 걸쳐 있어 명사십리라고 불릴 만큼 동해에서 손꼽는 해변으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었다. 또한 유명 K팝 그룹 방탄소년단 앨범 재킷 촬영지로 유명해지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항만 시설 공사가 시작된 이후 해안침식이 가속화되면서 백사장 대부분이 소실되고 가파른 모래 절벽이 만들어졌다. 침식저감시설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상공사가 진행되면서 맹방해변 침식이 심각해지자 환경부에서는 2020년 공사를 중지하고 1단계 침식저감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했다. 1단계 침식저감시설을 설치한 뒤 2021년 공사가 재개되었고 2단계 이후 침식저감시설 공사 또한 계속 진행했지만, 이후에도 심각한 해안침식이 발생하고 있다(MBC, 2022.12.12.). 해변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지속적으로 해변에 모래를 채워넣는 양빈 작업을 하지만 침식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항만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해안침식이 진행되며 경관이 파괴되고 해변에서 공사가 진행되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은 소음 등 피해를 겪었고, 해변에 여행객들의 접근이 어려워지고 해변을 찾는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주로 민박을 운영하며 생업을 이어가던 인근 마을 주민들은 생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해변이 크게 줄어들면서 파도나 높거나 너울성 파도가 칠 때 월파가 발생하여 바닷물이 마을 근처까지 들어오면서 바닷가에 사는 주민들이 위험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 민박하다가 이거 화력발전소 그거 때문에 바닷가에 이렇게 작업을 하잖아요. 그래서 이제 민박은 못 하게 됐죠. 그리고 이제 심지어 아까 뒤쪽 원래 솔밭 쪽이 좀 깨끗… 솔밭 쪽에 이렇게 사람들이 예전에는 여름에 휴가철에 솔밭 쪽에 이렇게 놀러 오고 했었거든요. (…) 지금은 이제 뭐가 이제 화력발전소 작업 때문에 뭐가 쳐져 있더라고 이렇게. 변한 데는 바닷가 쪽이 많이 변했죠. (…) 민박, 마을 여기가 다 지금 민박을 작년(2022년)부터 못 했죠. (인터뷰 참여자 A, 맹방해변 인근 주민)
- 너울성 파도 이제 그런 게 저 앞에 이제 등대라거나 그 방파제 그게 생기면서 그런 것도 조금은 걱정이 돼요. 작년 여름인가? 좀 가까워졌더라고요.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게?) 물이 오는 게, 그러니까 모래사장이 좀 적어지고 그러다 보면 물이 더 들어오니까 마을에 더 가깝잖아요. (…) 진짜 장마철에는 거의 그 옆 앞에 도로에 좀 올라오거든요 그 바닷물이. 그러니까 빨리 이사를 가야 돼. (인터뷰 참여자 A)
지역 내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고용유발 효과에 대한 기대와 약속과 달리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는 외부에서 들어왔고, 주로 지역 주민들은 현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식당에 농사지은 농산물을 식자재로 공급하거나 달방 임대 등의 상업활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삼척블루파워 발전사 측에서 (피해에 대한 직접적 보상이 아니라) 이른바 ‘지역상생’의 차원으로 인근 지역의 운영을 못 하는 민박에 외부에서 온 노동자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 여기 이제 화력발전소 일하시러 온 분들 있죠? 그분들이 이제 방을 장기적으로 쓰고 있는 거예요. 그 회사에서 아마 이렇게 연결해 줬을 거예요. (…) 그게 아마 포스코는, 포스코 직원들은 아니고 대부분 그 하청? 하청 직원분들, 이제 여기서 한 1~2년 이제 작업하시고 (가시는 분들을) 여기랑 연계를 이렇게 해준 것 같더라고. 민박을 못 하니까 이제 그렇게 대처를 해주신 것 같아요. (인터뷰 참여자 A)
그러나 지역에 외부인들이 유입되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 외부인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정주공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공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중장비, 트럭 등 대형 차량으로 인해 위험을 느끼기도 한다.
- 다 외부인들이죠. (…) 외부인들 일하시러 오신 분들이 거의. (지역의 분위기나 이런 거는 좀 어떤가요?) 저희가 원래 CCTV가 (…) 그전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이제 저희가 (…) 좀 불안하니까, 너무 외부인들이 많으니, 특히 거의 남자잖아요 대부분이. 그러니까 이제 불안불안하니까, CCTV가 너무 없으니까, CCTV를 달라고 시청에 이렇게 올려서 CCTV가 두 개 생겼어요. 예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외부인들이 너무 많으니까 좀 불안하다. 그 사람들 우리가 신분도 알 수 없는 거고. 동네 분들이 아니니까. (인터뷰 참여자 A)
또한 발전소 해상공사 부지에 대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가 이루어지며 기존에 인근 지역의 어촌계가 보유하고 있던 어업권 소멸이 이루어졌고, 한 어촌계는 어촌계가 보유한 어업권의 거의 대다수가 이미 소멸되었다. 이후 발전소 항만 주변에 항만구역(어업금지구역)이 지정되면 어업권 전부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고 어업을 완전히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 OO어촌계 같은 경우는 지금 마을어업권과 협동양식장에 90헥타르 중에 86헥타르가 소멸이 됐어요. 지금 현재 4헥타르가 남아있는 단계예요. 그러니까 거의 뭐 한 어촌계가 갖고 있던 권한을 다 포기한 거죠. 다 포기한 거예요. 4헥타르 남았는데 4헥타르가 이제 한계라는 게 그어지거든요. 보통 이제 발전소 시설과 기존의 항만 시설이 있으면 금지 구역이라는 게 설정이 되게 돼 있어요. 그 하나 나머지 4헥타르도 들어가 있어요. 아직 한계가 안 그어졌기 때문에 이게 OO어촌계라는 게 있는 거야. (인터뷰 참여자 D, 어민)
또한 직접적으로 어업권이 소멸하지 않더라도 항만공사로 인해 어업 가능 구역이 줄어들면서 남은 구역에 다양한 형태의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과 고기잡이배가 몰려들면서 어구가 밀집되고 어업의 강도가 높아지며 어획량이 줄어들고 어족자원의 씨가 마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더 먼 바다를 찾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랬을 때 연료비와 인건비 등 더 큰 비용이 들고, 소위 ‘기름값도 안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나마도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어민들의 경우에는 좁아진 어업 구역에 밀집될 수밖에 없어 더 큰 피해를 겪게 된다.
- 아무래도 구역이 줄어들다 보니까 들어갈 수 있는 지역들이 이제 발전소 공사 관계 때문에 많이 줄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문제가 좀 있죠. 고기들이 뭐 잡히는 구역에 못 들어가니까. (…)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구역은 좁아졌고 거기에 고기를 잡아야 되는 어민 수는 고정적이에요. 근데 거기에 투입되는 어구량은 좁은 지역에 훨씬 더 밀집이 된 거야. 그러면 어족자원은 당연히 마르겠죠. 그럼 어민들은 당연히 먼 바다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지금 구역보다 훨씬 더 먼 대로 훨씬 더 먼 데로. 근데 지금 그런 형국이에요. 소위 말하는 기름값도 안 나온다. (…) 발전소라는 게 지어지고 이제 그 구간이 못 들어가는 구역이 되면 어업은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근데 큰 배들 같은 경우는 먼 바다로 나가면 돼. 근데 예를 들어서 조그마한 선내기라든가 작은 배들 같은 경우는 기상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업을 할 수 있는 구역이 그렇게 넓지 않은 거예요. 그러면 이 어업의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좁은 구역에서 많이 잡아야 되기 때문에. 그리고 거기에 여러 가지 어업의 형태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쪽 주변에 있는 고기들은 씨가 마른다고 보면 되죠. 지금 현재 그렇게 되고 있는 상황인데. (인터뷰 참여자 D)
이처럼 아직 발전소가 준공되기 이전부터 지역에서는 환경이 파괴되고 지역 주민들의 생업이 황폐해지며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빼앗기는 일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정주공간에 대한 안정감을 잃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각종 사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그리고 보상금과 지원금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 내부에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 그리고 또 그런 이제 위로금 그런 것 때문에 약간 이렇게 동네 사람들끼리도 트러블이 생겼어요. 그러니까 원래 저희 화력발전소를, 찬반이 이렇게 갈라지잖아요. 그러면서 약간 이제 좀 많이 뭐 회의 같은 거나 할 때 찬반이 있기 때문에 많이 부딪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모였다 하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싸우고) 예 그런 게 좀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또 위로금이라 하면서 피해 보상 그러니까 그 위로금이라고 하죠, 피해 위로금이라고 해서 그런 거를 조정할 때도 좀 많이 부딪혀요 여기 주민들끼리. (인터뷰 참여자 A)
준공 후 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앞선 LNG 기지와 발전단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역에 본격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발전소에서 배출될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 그리고 소음과 진동, 악취 등으로 인한 지역 주민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동연한 30년 동안 삼척블루파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최대 1,081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되었다(한가희 외, 2020). 또한 주변 지역 오염으로 인해 농업과 어업 등도 피해를 볼 것이 우려되고 있다. 맹방 지역이 딸기로 유명한데,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딸기농사와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발전소 항만구역이 지정되면 어업할 수 있는 구역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로 인한 어업피해도 발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맹방해변 침식과 경관 훼손, 환경오염으로 인해 관광업도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크다.
- 가동되면 진짜 이제 땅값도 많이 떨어지고 우리가 어쩌면 소음하고 그 이제 막 공해 때문에 못 살 것 같기도 하다. 빨래도 이제 못 널고… 그렇죠 일단은 빨래는 이제 못 널죠. 시골에 살면서도. (인터뷰 참여자 A)
- 농사짓는 분들은 이제 농사는 다 지었다. (...) 저게 이제 가동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그 딸기를 사 먹으려고 할까요? 안 좋은 공기에서 나온 딸기를? 그래서 이제 그런 것도 조금 그렇죠. (인터뷰 참여자 A)
- 나중에 여기는 이도 저도 아닌 동네잖아. 관광이 돼? 오염이 돼, 오겠어요?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오겠어요? 해산물 먹겠어요? 나 안 먹어. (인터뷰 참여자 D)
또한 앞선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당초에 기대되었던 지역 경제 활성화, 인구 증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도 사실상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발전소에서 청소, 경비 등 비숙련 노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자리는 외부에서 충당될 것이고, 외부 노동자들은 대부분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발전소 인근 지역이 아닌 외지에서 출퇴근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발전소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삶의 질 저하, 그리고 파괴된 삶의 터전으로 인해 지역에 대한 애착을 잃고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지역은 더욱 쇠락하게 될 가능성도 보인다.
- 처음에 저는 저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이렇게 좀 이제 인구(가 늘겠다) 그런 마음이었어요. 좀 일자리도 생기고 그리고 이렇게 인구도 또 늘고. (사람도) 들어오고 하면 좀 활성화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처음에. 그런데 이제 뭐 나중에 들어보니까 뭐 그다지 사람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온다 해도 여기에 살지는 않고 대부분 동해나 강릉이나 그런 쪽에 살지 누가 뭐 공기가 안 좋은 여기 근처에서 집을 얻고 살겠나. 뭐 그런 말 그렇게 말들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지 인구가 늘고, 여기로 오고 그런 거는 (없을 것 같아요.) 저희도 이제 이사를 가야 되나? 그 생각도 좀 지금은 네 들더라고요. (인터뷰 참여자 A)
5.3.3 소결: 식민화와 ‘희생 구역’으로서 삼척의 재생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삼척 지역은 위기 극복을 위해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LNG 기지 등 에너지 관련 대규모 국책 사업과 자본 투자 유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의 건설은 국가적 계획과 정책에 따라서 진행된 사업이다. 삼척의 LNG 기지는 2006년 발표된 제8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산업자원부, 2006). 이 기지를 통해 그간 LNG가 공급되지 않았던 동해안 영동 지역에 LNG 공급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은 있으나(디지털삼척문화대전), LNG 저장시설을 확충하여 국가적으로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이 사업의 우선적인 목적이다. 삼척에 건설된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삼척그린파워는 2008년 발표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삼척블루파워는 2013년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지식경제부, 2008; 2013). 역시 계획된 필요용량에 따라 국가적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여 발전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이 사업들의 우선적인 목적이다. 특히 삼척을 비롯하여 2010년대 이후 강릉과 동해 등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수도권 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강원도의 전력자급률은 2018년에 이미 184%를 기록했고,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가 추가로 가동을 시작하면 40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YTN, 2019.11.6.). 이 지역에서 이렇게 초과 생산되는 전력은 강원도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선로를 통해 수도권으로 송전된다. 2019년 기준 765kV 초고압 송전탑이 가장 많이 설치된 지역이 강원도였고((스카이데일리, 2019.10.15.), 현재 추가로 동해안-신가평 HVDC(초고압직류송전)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대규모의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삼척을 비롯하여 동해안 지역에 자리잡은 발전소가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건설되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요약하자면, LNG 기지와 석탄화력발전소 등 삼척 지역에 자리 잡은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시설은 그것이 지역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앙 주도의 계획과 정책에 기반하여 진행되었으며, 국가적으로, 또는 수도권 지역에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당초의 기대와 약속과는 달리 지역 경제 활성화, 인구 증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이러한 시설의 건설과 가동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생업을 위협받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로 인한 다양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삼척 지역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불평등과 불의로 분석될 수 있다(윤순진, 2004). 삼척 지역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며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다른 지역, 특히 수도권은 이곳에서 보내진 에너지, 특히 전력을 공급받아 그 편익을 누린다. 또한 자본은 이 과정에서 이윤을 얻는다. 민자 발전소로 지어진 삼척블루파워 민간사업자는 총괄원가보상제도에 따라 건설비와 연료비 등 비용의 보전은 물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삼척 지역은 에너지 소비량이 비교적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의 편익을 위해 지역 내 필요량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여 공급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염과 파괴, 피해는 지역의 주민과 공동체, 자연 생태계가 떠안는다. 관련 법률에 따라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일부 이뤄지지만, 무너지고 파괴된 지역 주민과 공동체, 장소와 삶의 터전, 그리고 자연 생태계는 경제적 보상으로 환원될 수 없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 이득을 얻는 곳과 피해를 보는 곳이 불일치하고 뒤집힌 불평등하고 불의한 조건에서, 삼척 지역은 생태사회적 배제와 착취를 겪는다. 이러한 상황은 앞 장에서 살펴본 삼척 지역의 역사적 맥락과 연결된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삼척 지역은 국가 주도의 계획과 정책에 의해 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여 공급하는 기능을 할당받았고, 이를 통해 중심은 이득을 얻었다. 그러나 지역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과 공해, 위험을 부담하도록 강요받았다. 이것이 오늘날 삼척 지역에서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석탄화력발전소와 LNG 기지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석탄이 LNG 또는 전력으로 바뀌었을 뿐, 국가 주도의 계획과 정책에 따라 개발되어 에너지 자원을 국가와 자본, 중심부를 위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배후지로서의 지역,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과 파괴를 겪는 ‘희생 구역’으로서의 지역이라는 구도는 변하지 않고 반복된다. 지금 삼척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에너지 불의는 역사적으로 지속되는 지역에 대한 식민화의 구조적 맥락 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에는 지역에서 심지어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아 적극적으로 이러한 시설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과거와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른바 ‘주민수용성’은 중요하게 고려되었고, 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 공식적으로 사업 유치를 위해 지역 주민 대다수의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쳤다. 실제로 삼척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와 LNG 기지를 유치할 당시에도 삼척 주민 대다수가 동의했고, LNG 기지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환영하기도 했다(한국에너지신문, 2008.1.1.; 한겨레, 2020.7.21.). 그러나 이 역시 동일한 사회구조적, 역사적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이는 지역의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 단일 산업에 의존하고 자립적인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취약한 경제 구조와 중심부에 대한 사회경제적 종속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지역을 지탱하던 사회경제적 토대가 무너지고 흔들렸을 때, 그 대안으로써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책 사업 유치, 투자 유치 등 비록 그것이 많은 한계와 문제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지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중심부, 국가와 자본에 다시 의존하는 것이었다. 삼척 지역의 역사적 경험과 맥락, 그리고 중심부에 대한 구조화된 사회경제적 종속의 상태는 일종의 ‘내부 식민지’로서 이 지역의 경로를 구조적으로 조건지었고, 일종의 경로의존성으로 작동하고 있다(강준만, 2008). 이러한 사회경제적 종속은 문화적 종속과 결부되어 나타났다. 과거 삼척 지역을 지탱했던 산업이 호황이었던 시기, 국가 주도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과실을 불평등하게나마 얻었던 시기에 대한 기억과 향수는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현재의 삼척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과거 석탄 산업을 상기시키는)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시설 유치를 통한 ‘영광스러운 과거로의 회귀’라는 경로를 지향하도록 이끌었다. 이는 삼척 지역에 대규모 국책 사업과 자본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찬성하는 논리에서 반복된다. 이러한 조건에서, 여러 문제점과 지역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소도 없으면 삼척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지역에서 만난 한 주민의 질문에서 드러나듯, 현재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경로를 넘어서는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은 제약된다.
결과적으로 지역에 대한 식민화와 종속, 착취는 그 형태를 바꾸어 가며, 또한 지역의 유치와 주민 동의라는 (허구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때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외피를 덮어쓰고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며 더욱 심화한다. 앞 장에서 살펴본 시멘트 산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위기에 직면한 자본과 기업이 지역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착취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며 더 큰 피해와 파괴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 새롭게 들어서는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시설은 이를 더욱 가중한다. 이는 현재 직면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 외부로부터 유입된 단일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의 경제적 취약성, 그리고 이와 결부된 지역의 사회경제적 종속을 재생산하며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불의한 사회구조적 맥락, 지역에 대한 식민화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며 지역의 사회적, 환경적 불의는 더욱 심화한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이 모든 과정의 결과, 즉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태우면서 이루어진 산업화와 탄소 문명의 결과 초래된 기후위기와 함께 나타나는 기후불의로 이어진다.
5.4 삼척에 뿌리박힌 구조적 기후불의
이 글에서는 삼척 지역의 사회적, 역사적, 구조적 맥락을 검토하며, 그에 따라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환경적 불의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삼척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중심 산업으로 발전했던 석탄과 시멘트 산업은 모두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다. 석탄은 대표적인 화석연료 중 하나로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원으로 연소할 때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시멘트 산업은 국내 전체 산업군 중 세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이다. 시멘트 산업은 원료와 연료 모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요인이 된다. 주원료인 석회석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어 공정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주연료인 유연탄은 화석연료로 연소하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그린포스트코리아, 2022.2.28.). 이 글에서 살펴본 이 땅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존재를 파괴하며 자원을 채굴하고 이윤을 추출하는 과정은, 곧 땅에 묻힌 탄소를 대량으로 파헤치고 태우며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는 지역을 식민화하고 착취하는 구조적 맥락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맥락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태우면서 이루어진 산업화와 탄소 문명은 지역을 희생시키고 지구를 파괴하며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재난적 영향력은 지역에 대한 식민화와 생태사회적 종속, 착취를 경험한 삼척 지역에도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고 착취된 그 땅을 또다시 불태우고 파괴한다. 구조적 기후불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착취당한 이들, 죄 없는 이들이 죽고 희생된다. 기후위기로 인해 극심해지는 폭염, 태풍, 폭우, 가뭄, 산불 등의 기후재난은 지금도 이미 이 지역을 위협하고 있고,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중 주요한 사례로, 강원 영동 산간 지대에 위치한 삼척 지역은 기후위기로 빈번해지고 대형화되는 산불로 인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강원 영동 산간 지역에서 전례없는 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 거의 매년 발생할 만큼 그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4월 강원도 속초-고성과 강릉-동해 산불, 2022년 3월 강릉-동해와 울진-삼척 산불, 2023년 강릉 산불 등의 사례는 삼척을 포함한 강원 영동 산간 지역에서 현재 전례없는 빈도와 강도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며, 그 원인으로 기후위기가 지목되고 있다. 삼척 지역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최전선이었던 동시에, 오늘날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 장에서 살펴본, 현재 ‘대안’이라는 명목으로 삼척 지역에 들어서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시설은 화석연료를 태워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 삼척블루파워가 가동되면 연간 약 1,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에 달하는 양이다. 지역을 지속적으로 식민화하며 사회생태적 종속과 착취를 낳는 구조적 경로의존성은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을 심화하며 또다시 지역을 파괴하는 과정을 재생산한다.
나아가 지역에 건설된 LNG 생산기지, 석탄화력발전소와 송전탑 등은 기후재난의 위험성과 지역의 기후재난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강원도 동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강원 산간 지역을 가로지르는 송전탑과 고압선이 산불의 원인이 되거나, 산불 진화에 걸림돌이 되어 산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발전소 자체가 산불 대응을 어렵게 하여 산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먼저 고압선은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예컨대 2019년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은 전신주의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원인이 밝혀졌고, 2022년 12월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이 송전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3년 4월에 발생한 강릉 산불도 전선 단선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산불이 전선 단선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거나 추정되고 있다(강원일보, 2023.4.12.; YTN, 2022.12.14.). 또한 송전탑과 발전소는 산불 진화에 방해가 되거나 산불 대응 역량을 분산시켜 피해를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2022년 3월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되었는데, 이 산불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은 발전소와 송전탑 때문이었다고 분석된다. 당시 발생한 산불이 울진 한울원전과 삼척 LNG 기지 인근으로 번지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폭발이나 방사능 유출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대규모 에너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 대응 역량이 집중되었고, 그 결과 주불 진화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면서 산불이 대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송전탑은 소방 헬기의 진입을 방해하여 산불 진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과거 송전탑과 소방 헬기가 충돌하여 정비사가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었을 만큼 송전탑은 소방 헬기의 큰 방해요소, 위험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송전탑 입지를 선정하는 기준에 산불 위험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녹색연합, 2022.6.20.).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삼척 지역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추가로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은 산불에 대한 지역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예로, 석탄화력발전소 등 항만시설 공사로 인해 발생한 해안침식은 기후재난의 취약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백사장은 바다에서 몰려오는 태풍이나 해일, 너울성 파도 등에 대한 완충 지대의 역할을 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태풍의 강도와 규모가 더욱 커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너울성 파도나 해일이 육지에 닿아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해안침식으로 인해 완충 지대 역할을 하는 백사장이 사라짐으로써 피해를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해안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해안침식으로 인해 월파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마을과 주거지로 더 가까이 파도가 밀려는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심화할 것을 우려한다. 이처럼 사회적, 환경적 불의를 초래하고 재생산하는 지역의 구조적 맥락은, 지역의 기후재난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고 이에 따라 기후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구조적 기후불의를 더욱 심화한다.
요컨대, 이 글에서 삼척 지역의 사례를 통해 분석한 구조적 기후불의는 다음과 같다. 삼척 지역은 일제 강점기부터 독립 후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중심부의 성장과 발전, 이득을 위해 원료와 자원을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과 폐기물로 인한 오염과 파괴를 떠안는 ‘희생 구역’으로 규정되어 왔다. 지역을 식민화하고 착취하는 구조적 맥락은 시대와 국가, 정부를 뛰어넘어 경로의존적으로 반복되며 재생산되었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환경적 불의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재생산되었다. 이처럼 특정한 ‘외부’를 식민화하고 착취함으로써 자원을 채굴하고 화석연료를 태우며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체제의 구조적 맥락 위에서 초래된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은 지역을 위협하고 파괴했고, 나아가 기후재난에 대한 지역의 취약성을 높임으로써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이 지역에서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재생산되어 온 사회적, 환경적 불의는 동일한 구조적 맥락 위에서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기후불의와 연결되고 통합된다. 기후위기에 책임이 가장 적은 이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겪게 된다는 분배적 정의 차원의 기후불의는 이와 같이 지역을 식민화하고 희생시키는 구조적 맥락 위에서 발생했다. 구조적 기후불의에 대한 분석은 기후불의를 단지 분배적 차원으로 분석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분배적 차원의 불의가 발생하는 구조적 맥락에 주목하며 이를 밝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기후불의를 양산하는 근본 원인으로서 구조적 맥락, 불의한 조건을 바꾸어내는 ‘변혁적 기후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삼척 지역의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은 구조적 기후불의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지역을 식민화하고 ‘희생 구역’으로 만들어내는 구조적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경로와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변혁적 상상력을 요한다. 예컨대, 지역의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여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도, 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국립공원 내 관광용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그 상상력은 고향으로부터 온다. 자기 고향을 지키려는 이들의 저항과 실천으로부터 온다. “어디에나 고향은 있다.” 그것은 뿌리를 잃고 외부에 기생하고 식민화함으로써만 유지될 수 있는 이 체제의 아픔을 딛고 나의 고향에 뿌리내린 이들이 만들어내는 균열이다.
- 고향이 없는 것은 없잖아요. 나무가 이렇게 어떻게 뿌리가 있듯이 사람이 고향이 없는 것은 없잖아. 근데 이런 개발로 인해서 나는 내 고향이 없어지는 게 너무 싫어요. (…) 내가 평생 살면서 내 고향은 강원도 삼척 OO동이야. 그거 바꿀 수가 없거든. 그래서 (…) 그냥 살아갈 거예요. 그냥 피할 수 없으니까 살아가겠지만, 여기 사는 사람, 고향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되도록이면 돌아올 고향이나 뿌리는 손대지 않는 게 맞지 않겠나. (…) 그냥 고향이니까 살 거예요. 사는데 마음은 많이 아플 것 같아요. 마음은. 매일매일 아플 것 같아요. 못 지킨 것도. 그렇게 한 사람들도 많이 아프고, 진짜 많이 아프고. (인터뷰 참여자 D)
[1] 산업화 이후 1751년부터 2017년까지 글로벌 누적 탄소배출량 중 각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미국이 전체 탄소배출량의 25%, 유럽(EU 28개국)이 전체 탄소배출량의 22%를 차지해 이 두 지역의 합이 전체 탄소배출량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전체 누적 탄소배출량의 단 3%만을 차지한다(Our World in Data). 또한 산업화 이후 글로벌 누적 탄소배출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의 누적 탄소배출량을 보면, 가장 부유한 1%가 15%를, 가장 부유한 10%가 52%를 배출했다. 반면 가장 가난한 50%는 이 기간 전체 누적 탄소배출량의 단 7%만을 배출했다. 이 기간의 1인당 배출량을 보면, 가장 부유한 1%는 가장 가난한 50%에 비해 1인당 배출량이 100배 이상 많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막기 위한 2030년까지의 1인당 배출량 기준에 비해 약 35배 많은 것이다. 반면 가장 가난한 50%의 1인당 배출량은 기준선 이하에 위치한다(Oxfam, 2020). 이는 극심한 전 지구적 탄소불평등의 양상과 함께 현재의 기후위기를 발생시킨 책임이 산업화된 선진국과 부유층에게 있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2] 환경정의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인종과 계급에 따라 환경오염과 공해의 피해가 차등적으로 나타나는 환경불평등을 비판하며 등장하고 발전되어 왔다. 환경정의는 환경불평등과 결부된 인종, 민족, 계급, 젠더 등의 다양한 사회 불평등에 주목하며, 그로부터 발생하는 환경불의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한다(박재묵, 2006; 이인희, 2008; 한상운 외, 2019). 또한 환경불의의 한 측면으로 에너지의 생산과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에 주목하기도 한다(윤순진, 2004). 환경정의는 환경 비용과 편익이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분배적 정의, 민주적 절차와 참여를 강조하는 절차적 정의 등 환경정의를 구성하는 여러 측면에 따라 분석적으로 이해되며, 이는 기후정의를 개념화하는 방식으로도 연결되기도 한다(한상운 외, 2019; 김민정, 2020; 홍덕화, 2020).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그러한 환경불의 또는 기후불의의 각각의 측면에 주목하기보다, 불의를 발생시키는 사회구조적 원인과 맥락에 주목하며, 이와 결부된 사회불의, 환경불의, 그리고 기후불의를 통합적인 방식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즉, 환경정의와 기후정의, 그리고 사회정의는 현상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지라도 구조적으로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후불의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기 위하여 역사적으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불의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 삼척 지역의 경계는 계속 변화해 왔다. 1980년 이전에는 지금의 태백시 장성동과 황지동, 동해시 북평동이 속해 있는 삼척군이 존재했다. 석탄산업 발전으로 인해 당시 삼척군의 인구가 크게 증가하며 1980년 당시 북평읍이 동해시로 분리되었고, 1981년에는 당시 장성읍과 황지읍이 태백시로 분리되었다. 또한 당시 삼척군은 삼척시와 삼척군으로 분리되었다가 이후 폐광과 석탄 산업의 쇠퇴로 인해 삼척시와 삼척군은 하나의 삼척시로 통합하였다(삼척시, 2023). 본 연구에서는 삼척 지역의 경계를 과거 삼척군에 속했던 현재 태백시와 동해시 지역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역으로 본다. 그것이 이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4] 강준만(2015)에 따르면, 내부 식민지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는다. 1) 경제적 종속 2) 불평등 상태의 지속성 3) 정치적 종속 4) 국가 엘리트의 독점 5) 소통 채널의 독점 6) 문화적 종속 7) 문화적 모멸 8) 지방 엘리트의 탈영토화. 이러한 요소는 식민화가 주변부의 중심부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지배와 종속, 착취, 그리고 사회문화적 포섭과 동화를 의미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식민화가 주변부에 속한 사람들이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와 공동체, 토지와 자연으로부터 소외되게 함으로써 주변부에 대한 중심부의 지배와 종속을 강고화하고 영속화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5] 본 연구를 위하여 삼척 지역에 2023년 6월과 8월 두 차례 방문하여 삼척블루파워 육상 및 해상 건설현장과 시멘트 공장 등 지역 내 시설에 관한 현지 조사를 진행하였고, 삼척 주민 6명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또한 현지에서 방문한 시장, 식당 등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과 즉석에서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삼척 지역에서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고, 특히 발전소 인근에서는 피해보상금 또는 위로금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부에 많은 갈등이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나 발언이 노출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비밀 보장을 위해 인터뷰 참여자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으로 노출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 한에서만 본문에서 직업, 거주지 등 개인정보 일부를 밝혔다.
[6] 사택은 경제성장우선주의, 불평등한 노사관계 및 분절화되고 왜곡된 고용구조 및 노동시장이 공간화된 곳이었다(김세건, 2004). 사택은 회사관리와 광부 사이뿐만 아니라 사택에 거주하는 광부, 특히 모광의 광부들을 일반 주민 및 하청업체의 광부들과 분리해 내며, 광부와 광부 사이의 위계적이고 배제적인 관계를 반영해냈다. 직원 사택은 광부 사택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았으며, 공간 규모도 광부 사택보다 여유로웠다. 이에 비하여 광부 사택은 좁은 면적에 대량 입주를 목적으로 지었기에 대부분이 낡고 비좁은 열악한 주거환경이었다. 1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 많고, 상하수도 및 부대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열·방음·방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웃집 말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김도현, 2005).
[7] 이 항의 내용은 삼척에서 평생을 보낸 한 노부부(인터뷰 참여자 B, C)의 구술사를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인터뷰 참여자 B는 1970년경부터 IMF 시기까지 30여년 간 동양시멘트에서 근무한 노동자였다.
[8] 그러나 간부들이 사는 곳은 광산 소음이 들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이는 공간적 불평등과 식민화는 지역 간 뿐만 아니라 지역 내부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거는 이쪽 사직 쪽 사택이고 그 사택에는 깡 소리가 안 들려요. 이쪽이니까 산이 이래 돼 있으면 이쪽이 사택 여기는 간부들이 사는 데거든. 계장 과장 사는 데니까는 계장 과장 사는 데니까 여기는 우리가 볼 때는 오로지 우리가 그 때 어렸을 때 초등학교 다닐 때 선망의 대상이야. (인터뷰 참여자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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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기후정의팀
(이상준, 김선률, 김채은, 서은수, 홍예진, 홍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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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258 | 2024.06.12 | |
469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276 | 2024.06.12 | |
468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331 | 2024.06.12 | |
√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300 | 2024.06.12 | |
466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801 | 2024.03.27 | |
465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868 | 2024.03.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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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826 | 2024.03.20 | |
462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708 | 2024.01.04 | |
461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874 | 2023.12.12 | |
460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911 | 2023.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