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침반 ― 토막설명] 장소애착, 비자발적 이주, 기후 적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277, 2023.07.27 15: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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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애착

     

    지리학에서는 공간과 장소를 구분한다. 공간은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는 위치를 의미한다면, 장소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그 공간 또는 공간의 어떤 사물과 오래도록 맺는 관계로 형성되는 애착감이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개발이나 댐 건설로 인해서 살던 지역과 집을 떠나게 되는 사람들이 대규모 개발이나 댐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도 장소감이 크게 작동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이 방사능 피폭 지역에도 대피했다가 돌아와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장소가 위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데도 자신이 오래도록 관계를 맺은 사물이나 공간에 대한 애착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비자발적 이주 

     

    장소 애착이 크고, 스스로 원하지 않았는데도 할 수 없이 집과 삶터를 옮겨가야 하는 경우를 비자발적 이주(involuntary migration)라고 한다. 강제 이주 또는 비자발적 이주는 크게 갈등으로 인한 때와 재난으로 인한 것으로 구분된다. 갈등이나 분쟁으로 인한 이주는 사람에 의한 것이지만, 재난에 의한 이주는 대개 자연 재해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구분은 모호하다. 대개 천연 자원을 둘러싼 논쟁으로 인해서 갈등이 생겨나고 인간 활동으로 인해서 자연 재난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초에 발간하는 글로벌리스크 보고서는 종종 코로나19와 같이 지구 전체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어떻게 진단하고 전망하는지를 담고 있어서 자주 인용된다. 2023년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비자발적 이주’를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다음 그림은 여러 리스크 간의 연결과 영향을 표시하고 있는데, 붉은색으로 표시된 비자발적 이주는 환경 재난, 기후 행동 실패,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 자연 자원 위기, 기후 적응 실패, 국가 붕괴, 사회적 결집력 침식, 체계적 공급망 붕괴 등과 연결되어 있다. 

      

    Figure 1.jpg

     

     

    기후 적소(climate niche)

     

    지구의 모든 생물 종은 나름의 생존에 적합한 여건에서 번식하고 살아간다. 이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절한 기후 여건을 기후 적소(climate niche)라고 한다. 인간을 위한 기후 적소는 각종 작물이나 가축을 기르기에 적절한 여건이기도 하다. 기후 적소는 평균 대기 온도와 강수량(MAT and precipitation)으로 결정된다. 두 가지를 조합해서 고려했을 때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여건은6000년 전(6 ka BP[Before Present], 정확히는 1950년 1월 1일보다 6천 년 전), 500년 전(500 BP), 그리고 현재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Figure 2.jpg

     

     

    최근 들어 이러한 기후 적소 여건이 맞는 지역이 줄어들면서 작물과 가축과 사람이 살던 곳을 떠나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뭄이 오래되거나 극단적인 폭염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난다. 이주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옮겨 간 지역에서 정착하는 문제는 더 어렵기도 하다. 소말리아나 케냐에 형성된 이주민의 캠프를 보면, 그곳에서도 기본 물과 위생, 또는 주거의 확보가 상당히 어렵다. 

     

    비자발적 이주민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다. 얼마 전 몇 명의 부유한 사람들이 타이태닉호를 본다며 깊은 바닷속으로 모험을 떠나 생사를 모르게 된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내외 언론은 이를 매우 상세하게 다루었다. 그렇지만 비슷한 시기에 그리스 남부 해안에서 약 700명의 난민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했는데 당시 갑판 위에 있던 남성들은 모두 탈출을 했지만 선실에 있던 여성과 어린이는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은 언론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후 적소에 관한 한 연구(Xu et al, 2019)는 2020년과 2070년(RCP 8.5)을 기준으로 지구의 각 지역에서 사람이 살기에 적절한 정도를 평가해서 발표했다. 이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서 연평균 기온이 섭씨 29도가 넘는 지역은 지구 표면적 전체의 약 0.8%로 추정된다. 참고로 인간이 살기에 최적의 연평균 기온은 11 °C 에서 15 °C 사이라고 한다. 만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RCP 8.5) 2070년에 연평균 기온이 섭씨 29도가 되는 곳은 지구 표면적의 19퍼센트가 될 것으로 계산되는데 약 35억 명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같은 연구팀이 최근에 발표한 연구(Lenton et al., 2023) 는 이미 전 세계 인구의 9% 이상이 이 범위 밖에 있으며, 현재 정책을 반영하여 2100년까지 2.7 °C 온난화가 이루어진다면 전 세계 인구의 22-39퍼센트가 이 범위 밖에 있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만일 온난화 수준을 1.5°C로 제한한다면 그 수치는 1/5로 줄어들 수 있다. 

     

    한편에서 지구 온난화가 되면 러시아나 캐나다처럼 고위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그런데 캐나다의 대규모 연쇄 화재나 시베리아의 폭염으로 인한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기후 변화가 그렇게 간단히 영향을 미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 완화와 적응을 위한 노력은 생사의 문제이다. 2023년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요한 록스트룀 교수가 말했듯이, “기후만의 위기(climate crisis)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위기(planetary crisis)”이다.

     

    참고자료

     

    Lenton, T. M., Xu, C., Abrams, J. F., Ghadiali, A., Loriani, S., Sakschewski, B., Zimm, C., Ebi, K. L., Dunn, R. R., Svenning, J.-C., & Scheffer, M. (2023). Quantifying the human cost of global warming. Nature Sustainability. DOI:10.1038/s41893-023-01132-6

    Xu, C., Kohler, T. A., Lenton, T. M., Svenning, J.-C., & Scheffer, M. (2020). Future of the human climate nic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7(21), 11350–11355.

    WEF. (2023). The Global Risks Report 2023. World Economic Forum (WEF).

     
     
    김남수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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