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침반 ― 토막설명] 정상화 편향과 심층 적응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2, 2023.01.16 19:47:01
  • 지난 11월 세종시의 한 유치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유치원생들과 교사들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안전한 장소에 모인 어린이들은 모두 맨발이다.1) 평소에 그렇게 훈련했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지도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신발을 챙겨 신거나 가방을 챙기느라 대피 시간을 놓쳤을 수 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쌍둥이 빌딩에 근무한 사람 중 일부는 첫 번째 테러 공격을 받았음에도 곧바로 밖으로 나오지 않고 누군가 나가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리거나 자기 가방과 책을 챙기느라 몇 분을 소비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한/불편한 정보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고 평소대로 사고하고 행동하여 대응 지연을 일으키는 사람의 심리 특성을 정상화 편향(normalcy bias)이라고 한다. 이미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과 피해가 매우 커서 위기나 비상사태로 불리고 있고, 전망 또한 어두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여전히 평소대로 의사 결정을 하며 긴급한 기후 행동을 미루는 것도 일종의 집단적인 정상화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위기 상황을 먼저 인식하고 조처를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주변에 전할 때는 신중하게 된다. 자칫 예민하다는 평을 받거나 양치기 소년이 되어 이후에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합의하여 발표되는 IPCC 보고서의 미래 전망이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은 것도 과학자들의 신중함 때문이다. 기후 변화 논의에서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다루는 일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절망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데 Luke Kemp 등 일군의 학자들은 기후 위기 관리에 있어서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도 충분히 구체적으로 고려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2022년 5월 발표한 논문 제목에는 “기후 엔드게임(climate endgame)”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다.2) 영화 제목으로 익숙했던 “엔드게임”은 최종판, (비극적) 결말, 최종단계 등으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 붕괴가 도래할 가능성과 그로 인해 인류가 멸종할 가능성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가능성을 논했다. 사회 붕괴란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누리던 유무형의 것들(음식, 교통, 자원, 공공 서비스, 전기 등등)이 더 이상 제공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 논문에는 전 지구적 기후 실패 연쇄 효과를 보여주는, 기후 변화로 인한 사회 붕괴의 연결을 간략하게 표현한 그림이 담겨 있다. 

     

     

    Figure 5-1.jpg

     

     

    만일 우리가 기후 엔드게임에 들어서게 된다면, 그래서 사회 붕괴가 있을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에 대비해야 할까? 사회 시스템 내 취약성이나 노출을 줄여서 최대한 피해와 영향을 줄이는 각종 조치를 취하여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것을 기후 적응이라 한다. 만일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기 어렵다면, 그래서 붕괴할 수 있다면, 그런데도 생존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군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심층 적응(deep adaption)이라고 한다. 젬 벤델은 심층적응이란 기후 변화로 인한 사회 붕괴에 대비하는 데 일조할 개인과 사회의 변화라고 설명한다.3) 그리고 그 구체적인 원칙과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모여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생각을 모으기를 제안한다.4) 이때 함께 고민할 질문은 심층적응 의제로 이른바 4Rs 로 표현된다.

     

    Figure 5-2.jpg

     

    Figure 5-3.jpg

     

     

    불이 나면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심층 적응이라는 용어는 사회 붕괴라는 무서운 전제를 하고 있어서 극단적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지금 “불타고 있는 지구”에서 버리고 취할 것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를 다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라는 매우 현실적인 제안이기도 하다. 

     

     

    1)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21121_0002093945 

    2) https://www.pnas.org/doi/full/10.1073/pnas.2108146119

    3) https://jembendell.com/2019/03/17/the-love-in-deep-adaptation-a-philosophy-for-the-forum/ 

    4) https://www.deepadaptation.info/the-four-rs-a-framework-for-inquiry/

     

     

    김남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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