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또 다시 미뤄진 기후변화 행동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726, 2011.03.29 14:06:17
  • 2009년 12월 이맘 때 쯤, 코펜하겐의 코끝 찡할 정도로 시린 공기 속에서 경찰들에 막혀 벨라 센터(COP15 회의 장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숙소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코끝 찡하고 기분 상했던 것은 별 진전도 없이 돌아가는 회의 상황이었다.

     

     

    진전 없었던 칸쿤 회의

    어느 새 1년이 지나 제16차 기후회의가 멕시코 칸쿤에서 열렸다. 시민사회는 이미 강력한 동력을 잃은 기후협약이 명쾌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선진국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효율적인 기후기금의 조성을 촉구해 왔다.

     

    그에 반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입장이 달랐다기보다 기후협약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고 해야 할 듯하다. 기후협약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대해 홍보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선진국 수준의 감축의무를 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과 덴마크가 GGGI에 많은 양의 자본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달갑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다시 칸쿤 기후회의에 대해 이야기 하자. 회의가 끝나긴 했는데 이번 회의의 결과라고 나온 내용들을 훑어보니 코펜하겐 회의와 다른 게 무엇인지 찾기가 힘들다. 전 세계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기준으로 2℃ 이내로 제어하고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기후기금을 2012년까지 총 300억 달러,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은 이미 2009년에 코펜하겐 협정문을 통해 알려진 것들이다.

     

    조금 진전된 것은 기금을 실행하는 주체가 정해진 것이다. 녹색기후기금 출범 후 3년 동안 세계은행이 실무를 담당하기로 했는데 기금이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형평성 있게 분배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산림 훼손과 벌목을 줄일 수 있도록 재정과 기술지원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인 REDD+의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아직까지는 몇 가지 쟁점에서 의견 차이가 많은 만큼 직접적인 실행 조직 없이는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이르다.

     

    칸쿤 회의 초반에 큰 논란거리가 되었던 것은 일본의 교토의정서 탈퇴 선언이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합의문이었던 교토의정서가 2012년 만료되면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합의문이 없는 상태에서 최선의 방법은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것이다. 일본은 회의 초반부터 교토의정서에 미국과 개발도상국의 참여 없이는 더 이상 관심이 없음을 표했고 일본 뒤로 캐나다, 러시아, 호주 등이 조용히 줄을 섰다. 결국 이와 관련된 논의는 다시 1년이 미뤄졌고 우리는 올해 12월에 더반 기후회의를 기다려야 한다.

     

     

    기후, 돈이냐 인류 생존이냐

    볼리비아는 코펜하겐 협정문의 공식 채택을 반대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끝까지 칸쿤 합의문을 반대하였다. 물론 모든 참가국의 만장일치를 통해야만 하는 UN 회의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하기에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더러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약소국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홀로 반대했던 볼리비아의 목소리는 개최국 의장에 의해 전례 없이 무시되었다.

     

    볼리비아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칸쿤 합의문의 내용을 반대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 없이 두루뭉술한 이야기들만 몇 해 째 반복되고 있는 기후회의장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한 마디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좀 더 오랫동안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을 찾는 것이 어떻게 해야 기후를 통해 돈을 벌고 그들을 제어할 수 있을지를 찾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 같이 잘 해보자는 식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아니고 돈으로 모든 것을 제어하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도 아니다. 인류의 생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진심어린 ‘책임이 동반된 합의’이다.

     

    강력한 법적 구속력 없이 다자 간 환경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시스템을 찾아야 할지 그래도 인류의 선함을 믿고 내년 더반 회의를 한껏 고대해야 할지 조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진아 연구원)

     

     

    <함께사는 길 1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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