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식량위기의 또 다른 이름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4380, 2011.03.15 12: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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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 이래 가축들의 최대 수난이라는 이번 구제역 사태로 온 나라가 공황 상태다. 돼지만 해도 죽임을 당해 땅 속에 묻힌 수가 3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 전체 돼지 사육규모의 약 30%에 달한다. 재앙도 이런 대재앙이 따로 없다. 구제역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살처분 당한 가축들과 생계수단이자 가족 같던 가축을 졸지에 잃은 축산 농가들일 것이다.

     

    비록 이들의 고통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대다수 서민들에게 구제역의 여파는 육류는 물론 유제품 등 가공식품의 가격폭등 형태로 전가된다. 구제역 피해는 짧은 기간 육류에 국한되어 나타나지만, 그것만으로도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대다수 먹거리들의 가격이 치솟아 석유보다 비싸진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곡물가격은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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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ickr/openDemocracy

     

    일상화되고 있는 ‘식량쇼크’

     

    지난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들어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그 경고가 정당했음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바다. 식량농업기구가 작성해 발표하는 식료품가격지수는 올해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시장에서 밀 가격은 작년대비 80%이상, 콩은 60%, 옥수수와 커피 등은 90%에 가까운 가격폭등이 일어났다. 이러한 곡물가격 상승의 원인은 세 가지다. 식량투기자본의 유입, 세계적인 수요증가, 2010년에 유난히 자주 발생했던 기상이변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작년 세계 곳곳을 강타했던 기상재해는 곡물가격 상승의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주곡물수입국인 중국과 함께 미국과 남아메리카에서는 가뭄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대홍수가, 러시아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과 산불이 세계의 주요 곡창지대들을 강타한 것이다.

     

    하지만 기상이변은 말 그대로 ‘이변’ 수준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홍수, 태풍, 사이클론, 허리케인, 가뭄 등 기상재해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그 세기 역시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우릴 괴롭히게 될 곡물가격 폭등은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무수한 사례의 전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식량쇼크’는 매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지만이 아니라 바다의 식량문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말 멕시코 칸쿤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바다식량의 위기를 경고했다. 바다의 산성화가 공룡이 멸종했던 6,500만 년 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산성화되고 있어 패류와 갑각류 등 수산물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바다 산성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흡수되면서 바닷물의 탄산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30억 명의 인구가 단백질의 15%가량을 수산물에서 얻고 있다. 따라서 바다 산성화는 지구적 식량위기를 부르는 또 다른 시한폭탄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나라들은 어디일까? 경제수준이 낮고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이다. 리스크 분석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메이플크로프트가 총 16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식량안보 위험지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문제는 굶주림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튀니지에서 철권통치의 몰락을 이끌어낸 정치변화의 근본 원인은 식량위기였다.

     

     

    기후변화 최전선은 우리 밥상이다

     

    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나라들이라고 해서 식량위기에 안전하리란 법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5% 정도인데, 그나마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 곡물가격의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왔던 국내 농업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비켜갈 수 없다. 작년 기상청이 발간한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는 폭설과 폭우 등 유난히 기상이변이 많았던 작년을 ‘기후변화 종합 재해세트’라고까지 언급하고 있다. 기상이변은 쌀 생산량을 30년 만 에 최저로 끌어내렸고 배추 등 농수산물의 가격폭등을 불러왔다. 지금 당장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늘 낙관적으로 봐왔던 농촌진흥청마저 기후변화로 강우량이 변하고 병충해가 증가해 국내 농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 이쯤 되면 그곳은 머나먼 어딘가가 아닌 바로 우리 밥상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이은선(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원)

    <함께 사는 길 12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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