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 협상 타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페루의 마누엘 풀가르-비달(Manuel Pulgar Vidal) 환경부장관에게 전달했다. 풀가르-비달 장관은 페루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20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0)의 의장을 맡고 있다.

스스로 ‘환경주의자’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메시지를 전달한 이유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오랜 갈등이 재현되면서 페루 기후변화협상을 침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함께 행동하고 서로 상대방을 인정할 때만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4개 대륙 5개 국가에서 모인 9명의 가톨릭 주교들은 성명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post-2020 신기후체제 협상의 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자 수가 총 12억 명에 이르는 가톨릭교회는 어떤 주제이든 공공 토론의 장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 주교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탈탄소화를 촉구해왔으며, 특히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움직임에 찬성론을 펴왔다. 그러나 여러 대륙의 고위급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석연료 이용의 중단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루 서남부 도시 아야쿠초의 대주교이자 페루 주교회의 의장인 Monsignor Salvador Piñeiro García-Calderón 주교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그리고 유럽으로부터 온 우리 주교들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관해 치열하게 토론해왔다“고 말했다.

주교들은 국제사회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이 1.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2℃ 상승을 위험한 기후변화의 임계치로 상정하는 대다수 협상가들의 입장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주교들은 1.5C 목표 설정이 기후변화로 고통 받고 있는 태평양 섬 국가들과 연안지역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톨릭주교들은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회의 실현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성명은 경제시스템의 전환도 촉구했다. “경제의 중심에서 인간과 공공재의 가치를 배제한 재정적·경제적 질서의 파괴적 영향을 고려했을 때, 이 질서의 시스템적인 실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재정적·경제적 질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는 것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초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