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패션산업에 직격탄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5666, 2012.12.09 22:46:28
  • 2012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제 우리들의 삶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는 중이다. 과학자들은 유난히 따뜻했던 1년 전 겨울부터 몇 주 전 미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샌디까지 모든 것이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우리들의 옷장 속이다.

     

    옷장 안에서 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춘하추동은 이미 옛 말이다. 사계절의 차이가 희미해지고 있어서 어쩌면 우리는 조만간 일 년 내내 비슷한 옷들을 입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여름 기온이 10월까지 이어진다면 계절별로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는 의류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달력이 가을을 가리키는데도 바깥 기온이 여전히 섭씨 27도를 웃돌고 있다면, 두툼한 스웨터를 구입하러 쇼핑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organic cotton1.jpg

     

    지난 해 비교적 훈훈한 겨울을 보낸 영국에서는 겨울 외투 판매가 저조해 의류업체들이 울상을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가장 따뜻한 유럽의 겨울 가운데 하나로 기록된 작년에 몇몇 의류업체들은 기록적인 판매 저조 현상을 겪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스포츠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재빨리 매장 내 겨울 의류들을 치우고 대신 티셔츠를 진열하기도 했다. 예년 같았으면 두툼한 스웨터들이 다 팔려나가고 없었을 자리에 말이다.

     

    기후변화는 계절에 따라 신상품을 출시하는 의류업계에는 불행한 소식이다. 보통 의류업체들이 계절별로 신상품을 매장에 진열하고 정가에 판매하는 기간은 12주 정도라고 한다. 가을 시즌 의류가 10월 중순까지 잘 팔리지 않는다면, 의류업체들의 매출은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겨울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면 양모 가공, 원단 생산, 의류 도매업에 이르기까지 의류산업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몇몇 의류회사들은 이미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원단 구매 주기를 찾아내기 위해 기후학자나 기상학자를 고용한 회사들마저 나타나고 있다. 수영복을 1년 내내 판매하는 회사가 생겨난 것도 비슷한 경우다.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고 있는 의류산업, 하지만 기후변화에는 의류산업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다국적 의류기업과 원단이나 섬유 관련 산업은 그동안 수천 조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환경과 기후를 보호하는 데는 인색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들이 만들어낸 부드러운 블라우스나 고급스런 신발들은 모두 무분별한 천연재료 채취, 온실가스를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 배출, 지역 공동체의 자원과 물 남용 등의 결과이다.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인들은 H&M이나 포에버21과 같은 SPA브랜드를 통해 점점 더 값이 싼 옷을 자주 사 입는다고 한다. 이런 옷들은 당연히 친환경적이지 않다. 불편한 진실은 이러한 소비방식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전 세대가 소비했던 것보다 더 많은 옷을 사 입고 있다. 대부분 '몇 번 입고 버릴 수 있는' 저렴한 ‘패스트 패션’들이다.

     

    organic cotton2.jpg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다. 친환경적인 섬유를 개발해 만든 옷을 '지속가능한 패션'이라 정의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문제는 원단이 친환경적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원단을 만들고 의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하고 폐기물을 얼마나 배출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식량문제처럼 식물섬유 재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뭄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식물섬유 생산량 역시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화학섬유의 경우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가격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영국의 ‘미래 포럼’이 2025년을 겨냥해 ‘패션의 미래’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포럼은 현대 의류산업에 쏟아지고 있는 우려를 이렇게 요약했다.

     

    ● 우리가 구입해 입고 버리는 값싼 ‘패스트 패션’의 사회적 비용
    ● 잘 썩지 않는 인공섬유의 문제
    ● 중국과 인도 등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의류들의 환경 부하
    ● 인공섬유 생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
    ● 의류 세탁에 사용되고 있는 엄청난 양의 물과 자원

     

    좋은 소식도 있다. 퓨마(Puma)는 생분해가 가능한 신발류를 제작에 나섰다. 레비(Levi)는 최근 청바지나 청재킷 생산 과정에서 쇠되는 물의 양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심지어 패스트 패션을 취급하는 H&M도 ‘자각하는 컬렉션’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라는 소식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주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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