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바이러스와 그린뉴딜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조회 수: 10730, 2020.04.24 12:08:17
  • 코로나-19와 기후변화의 연관성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 사태로 우리는 지구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이 매우 빠르게 확산하여 한순간에 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80년대 초 미국에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소위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세계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추구했다. 그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달러를 찍어내어 외부로 유출하면 그 돈으로 중국을 위시한 개발도상국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원료, 장비 등을 구매하여 저임금으로 상품을 대량생산한 다음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에 수출하는 원리였다. 거기에다가 개발도상국은 경제성장의 축인 무역거래와 금융조달의 안전성을 위해 달러 등의 외화를 막대하게 쌓아두어야 했다. 대표적으로 표현하면, 미국은 돈을 찍어내고 중국은 그 돈으로 값싼 상품을 만들어 미국에 제공했다.
     
    그 덕으로 중국은 미증유의 발전을 거듭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자원을 무절제하게 투입하여 값싼 상품을 화석연료 교통수단으로 원거리까지 수송해 대량 소비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가속되었다. <그림1>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방하기 시작한 80년대 말 이후로 얼마나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온실가스를 얼마나 많이 배출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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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간 상품 교류가 활발해지면 필연적으로 인적 교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품 교역과 직접 관련된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유학, 이민, 관광을 위한 교류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그림2>와 같이 중국의 국외여행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지난 몇 해 동안 중국에서 몇 차례 인수공통 전염병이 발생한 바 있다. 왜 그것이 중국에서 발현되었는지는 의학적이고 생활풍습적인 것이기 때문에 필자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으나, 중국에서 밖으로 나가는 여행객 수 증가 속도로 미루어 이러한 질병이 중국에서 타국으로 전파될 속도가 매우 클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와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이 병이 전 세계로 짧은 시간 안에 전파되었다.
     
    Fig-02.png
     
    코로나-19가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로 진압된다고 하더라도 이 유행병은 인류에게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아프리카가 중국과 같은 속도로 발전하여 열대 전염병을 코로나-19처럼 전파할 경우, 기후변화로 새로운 세균과 바이러스가 더 창궐할 경우, 심지어 영구동토층이 해빙하여 그 안에 묻혀 있던 병원체가 발현할 경우에, 인류가 번번이 이런 비극과 고통을 되풀이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정책 틀인 그린뉴딜 정책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류의 삶의 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뉴딜은 산업대전환이다
     
    그린뉴딜은 자본주의, 특히 지난 30여 년간의 세계자본주의가 성장해왔던 방식에서 철저히 벗어날 것을 요구하는 정책이다. 첫째로, 화석연료를 원거리에서 가져와 함부로 사용하는 방식에서, 자국 내에 부존하는 재생에너지원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여 그것을 효율적으로 절약하며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그다음은 생산과정에서 새로운 추출 자원을 최소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자국에서 얻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원을 원료로 사용한다. 그리고 한번 생산된 상품은 가능한 한 길게 여러 번 사용하고 사용 후 폐기물은 재사용 혹은 재활용한다. 
     
    마지막으로 가까운 산지의 지속가능한 농업으로부터 식품을 조달하고 식단을 개선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식품의 섭취를 줄인다. 
     
    삶의 방식의 대전환
     
    산업대전환이 일어나면 에너지와 자원, 식품의 교역이 대폭 줄어든다.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교역은 거의 사라질 것이고, 순환경제로 철광석 등 각종 자원 교역도 대폭 줄고, 육류, 곡물 등의 교역량도 상당히 감소할 것이다. 인류가 자본주의 이후 외부와의 교역과 교류를 확대하는 세계화의 추세를 계속해 왔다면 앞으로의 세계는 근거리 안에서 삶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료를 얻는 지역화의 경향을 보일 것이다. 이에 따라 여행도 원거리 관광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근거리 생활중심 교류 여행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인류에게 전염병의 내성을 키워줄 것이다.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 순환경제, 지속가능 농업으로 대표되는 산업대전환은 우리의 주력 산업을 큰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발전산업, 정유와 도시가스 산업,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등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내연기관자동차 제조업, 조선업 등의 온실가스 다배출 기계제작 산업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부문의 생산직이 여태까지는 좋은 일자리의 표본이었는데, 그 일자리들이 없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산업대전환은 화석연료기반 무역중심국가인 우리나라에 큰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게는 ‘기후위기’와 동시에 산업대전환에 따른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양대 위기의 극복에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질을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 또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고의 대전환
     
    1) 생태주의적 이상을 과학기술로 실현한다.
     
    그린뉴딜로 대표되는 산업대전환은 인류가 원시 유목시대나 농업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지구의 지속가능한 생산 능력 한계 안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면서 다른 생물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주의적 이상을, 그동안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실현하자는 것이다.
     
    땅속에 있는 화석연료를 캐내 열과 전기를 얻는 방식이 아니라, 태양이 보내오는 에너지를 태양광 패널 및 풍력 터빈으로 전기에너지로 전환한다. 그리고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단열이 안 된 건물에서 비효율적으로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가령 히트펌프 등을 개발 보급하고, 건축 설계부터 에너지가 적게 들도록 단열과 열교환 설비를 철저히 하고 또 기존 건물 또한 개량한다. 농업 또한 화석연료와 화학비료를 이용한 관행농법을 탈피하면서도 적정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스마트 농법 등 과학기술을 투입하고 식단개선을 위해 대체육 등의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
     
    2) 에너지와 자원, 식량의 수입 대체를 산업대전환의 씨앗으로 활용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교역이 필요했던 이유는 에너지와 자원, 식량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수입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굳이 무역에 삶과 경제를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외부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줄인다면 그것을 산업대전환의 씨앗으로 사용할 수 있다.
     
    Fig-03.png
     
    <그림3>과 같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에만 연간 1,0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을 써야 할 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에너지 가격이 추가로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2018년에만 에너지와 자원 수입에 1,459억 달러를 지출하여 전체 수입액의 27.3%에 이르렀다(KEEI, 2019). 이 금액은 2018년 전체 무역 흑자액 704.9억 달러의 2배가 넘는다(MOTIE, 2019).
     
    주요 선진국이 산업대전환을 하기 전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그린뉴딜에 착수할 경우, 에너지 수입액 감소에 따른 무역 흑자액 증가 예상분을 에너지전환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면 국민경제에 큰 부담 없이 에너지전환을 이룰 수 있다.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그 성과와 자금을 기반으로 순환경제를 이룬다면 다시 자원 수입을 감소해 선진국의 산업대전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이에 따른 기술개발로 새로운 수출산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3)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을 산업대전환의 인적자원으로 활용한다. 
     
    <그림4>는 OECD 국가의 고등교육 이수율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이 그간의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 발달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연결된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 일부에 국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좌초산업 부문에 속해 있다. 산업대전환이 다양하고 많은 과학기술자 등 지식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이들 중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사람에게는 많은 사업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그림5>와 같이 우리나라는 GDP에서 연구개발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그 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가는 차치하더라도, 산업대전환이라는 국가와 지구의 생존이 걸린 대과제 해결에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사용되는지 의문이다.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과 연구개발 투자율을 최대한 활용하여 먼저 산업대전환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고 자금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미래지향적인 좋은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방법이다.
     
    Fig-0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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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4차 산업혁명과 산업대전환의 결합이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우리는 BTS의 빌보드 차트 1위,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으로 문화산업에서 빛나는 성과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는 민주화된 사회의 강점을 세상에 알리면서 생명과학산업의 가능성을 보였고, 이미 발달한 ICT 산업이 어떻게 감염자를 추적하여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보였다.
     
    문화, 생명공학, ICT 산업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고도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어 산업대전환의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ICT, 데이터/인공지능 혁명, 생명공학 산업은 산업대전환에 필수 불가결하다. 재생에너지 전력망에 쓰이는 데이터·인공지능 기술, 지속가능한 농업과 대체육 개발을 위한 생명공학기술 등이 그 중요한 예이다.
     
    그린뉴딜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고사는 방식과 경제의 근간을 허무는 정책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와 자원, 식량을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살게 해주는 중대한 이점을 준다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린뉴딜 정책에 의한 산업대전환은 과학기술의 대대적 발전을 요구하는바, 우리나라의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에 의해 배출되는 지식노동자들에게 대량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며, 이미 발전하고 있는 ICT, 생명공학, 데이터/인공기술 분야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을 확대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구의 지속가능한 생산 능력 한계 내에서 소비하는 생태주의적 이상을 실현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고도로 문화가 발전하고 양질의 삶의 질을 제공하는 곳으로 전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국토교통부. (2020). 지적통계(Cadastral Statistics). 국토교통통계누리.

    산업통상자원부. (2019). 2018 수출입 동향. 산업통상자원부(MOTIE).

    에너지경제연구원. (2019). 2019 에너지통계연보.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OECD. (2020a). Population with tertiary education.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doi: 10.1787/0b8f90e9-en

    OECD. (2020b). Gross domestic spending on R&D (indicator).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doi: 10.1787/d8b068b4-en

    PNNL. (2011). Upgrading the vanadium redox battery. 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 https://www.pnnl.gov/news/release.aspx?id=855

    World Bank. (2020).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Updated on March 18, 2020). World Bank. The original data from the World Tourism Organization (WTO).

     

    김재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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